IT Column

게임, 이래도 규제가 정답입니까?

붕어IQ 2012. 2. 6.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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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SNS를 통해 접한 내용입니다.
KAIST의 게임제작동아리 '하제'에서 제작한 대자보라고 하는데 국내게임산업에 대한 걱정이 잘 보입니다.
하지만, 이 대자보를 접하면서 무엇인가 아쉬운 것이 자꾸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이 글을 조금이라도 널리 알려 '하제' 사람들의 마음을 전달해보고자 하는 것과 이 대자보를 접하면서 아쉬웠던 점과 게임규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좀 더 알리자는 의미로 대자보의 제목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대자보, 그리운 손글씨가 SNS로



우선, 이 대자보를 접하며서 '대자보'라는 단어에서 새로운 감회를 느꼈습니다. 이미 학교와 멀어진지도 꽤나 되었지만 대자보라는 말에 손글씨와 포스터칼라로 작업된 그 전지가 떠오르는걸 보니 저도 이제 Old로 불릴만한 나이인가 봅니다. 
하지만, 매체와 방식이 달라졌지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뜻을 모으는 방식과 마음은 똑같을 것 같습니다.

학교의 범위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자보의 형태를 빌어 게임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메세지를 보내기에는 아주 조금 아쉬운 부분들은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굳이 대자보라고 해서 살짝 예전의 그 벽보들이 떠올라 감상에 빠졌었지만, 왜 '하제'의 대자보가 아쉬운지 짚어봅시다.



메세지의 중심이 없다. 해결책은 대안은?



위의 대자보를 보면서 '과연 어떤 메세지를 남겨야할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게임, 이래도 규제가 정답입니까? 라는 제목을 보면서
   1. 어떤 규제가 현재 진행되고 있고,
   2. 그것에 대한 불합리성 그래서 발생하는 피해, 
   3.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혹은 대안

정도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이나 메세지를 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목과 다르게 대자보의 내용은 게임산업을 긍정하는 내용과 하나의 매체로 지켜져야만 한다는 메세지 뿐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표현의 자유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창작물입니다."에 와서야 사전심의를 받고 있으며, 보호받아야 한다는 메세지만 있을 뿐인 것입니다.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깊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과연 쉽게 공감할 수 있을까요?
문제의 본질을 알려주지 않고, 게임산업은 이런것들이 좋고 필요한데 왜 규제를 하는가? 라고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할 뿐인 메세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글, 그림, 만화, 영화 등으로 인터넷에 자유롭게 공개할 수 있다... 라는 부분은 쉽게 읽으면 다른 컨텐츠들은 등급분류 등이 없이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 있는 흐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메세지를 위해 사실이 왜곡될 소지도 보입니다.
(티비에 공개되는 영상물들도 등급을 표시하죠?)

제가 감정에 호소할 뿐이다~ 라고만 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니 부족하더라도 저만의 의견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게임, 규제가 정말 필요할까?


바다이야기 - wiki
우선, 게임에서 말하는 규제가 어떤 규제들이고 왜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의 사전검열 문제가 '하제'가 말하는 규제의 중심이 될 것이고, 위의 링크에 포함된 내용에서 왜 사전검열이 도입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쉽게 이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관장하는 게임을 별도의 관리로 두고 그 당시의 트렌드였던 컨텐츠 사전검열 폐지에서 비껴가게 만든 원인이 되는 '사행성'이라는 요소입니다.
여기서 시작된 게등위의 사전심의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사전심의에 포함되는 요소들은 늘어나고, 게임에 관련된 규제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판단하기 위해 게임의 소스들(이미지, 알고리즘, 대사등의 스크립트)과 사전심의를 위한 테스트 버전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것은 게임이 한번 런칭되기 위해 CBT(클로즈베타), OBT(오픈베타), 정식서비스 단계마다 꼭 거쳐야하며 그 뿐만이 아니라 업데이트가 진행됨에도 변경사항을 똑같은 과정을 통해 심의(검열?)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게임위, 이제는 페이스북 소셜게임도 사전 심의?
국내에서 제작되는 게임만이 아니라 유통되는 모든 게임에도 사전 심의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아이튠즈에서도 한동안 게임섹션이 존재하지 않았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지요?

이러한 배경으로 시작된 게임 사전심의에 대해서 저의 입장은 '필요하다' 입니다.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이 목적인 게임만을 규제하는게 아니라, 게임에서 사행성을 비롯한 위의 요소들을 분류하는 작업은 필요합니다.
그것을 명시하고 경고하는 과정은 분명히 필요한 과정이며 그 컨텐츠 내용에 대한 선택을 이용자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지요.
사실, 직접적으로 돈이 걸리지만 않을 뿐이지 게임내에서 '확률'에 의한 도박성 등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티비나 극장에서 나오는 영상물들도 연령 구분을 해주며 방송 시간대 등의 제약이 있습니다. 게임만 특별히 구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과정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과 형평성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그리고 사전심의를 통해 게임위등이 힘을 가지게 된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다른 컨텐츠들에 비해 더욱 꼼꼼하게(?) 심의를 하다보니 제약이 더 커 보이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그 방면으로 관련해서 일을 해보면 일상에서 접하는 다른 컨텐츠들에 비해 너무 힘든 준비과정과 모호한 기준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게임회사들에서는 법무팀 등등에서 관련 업무를 협조하며 홍보팀에서 기자들과 릴레이션쉽을 가지듯 릴레이션쉽을 유지하며 엄청난 눈치를 본다는 것도 문제가 될 것 입니다. 권력이 생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명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필요하지만 힘들고 어렵다? 그렇다면 절충안을 찾아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위의 표에서 나온 요소들에 대한 판단기준을 위한 가이드를 더욱 간소화하고 명확히하며, 심의료도 초반에는 낮게 책정하고 재심/삼심으로 이어지면 누진되는 방법 등으로 게임 제작자들도 초심에 스스로 통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건 어떨까요?
규제와 제약만이 아니라 제대로된 심의기준을 따라 준비하면 혜택도 볼 수 있다면, 스스로 정화되고 더욱 빠른 프로세스도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요? 채찍만 있으니 앓는 소리만 나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번 정해진 국내 기준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의 기준들도 항상 주시하며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지고 있는 모습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명분 때문에 갈라파고스에 갇혀지는 모습으로 비춰지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말들과 기준의 명분이 많은데, 실제로 그 기준과 명분에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의견은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청소년들을 규제와 보호의 대상만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격체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준비는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잣대로 규정되어진 자신들의 행동영역이라면 일탈하고 도망치고 싶어지는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게임이 다른 컨텐츠와 달라야 하는 이유!


대자보를 다시 읽어봐도 '왜 게임만 가지고 그러느냐?' 라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게임도 다른 컨텐츠처럼 표현 매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말은 상당히 무서운 말이며 개발자의 시각에서 게임을 '표현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표현'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입장은 어떨까요? 그리고 수용하게 되는 과정은 어떨까요?
다른 문화 컨텐츠(음반, 뮤비, 영화 등등)도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 등등의 부분에서 비슷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이슈에 따라 게임처럼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임과 같은 컨텐츠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랙티브입니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와 메세지와 자극과 능동적으로 게임을 하면서 받아들이는 메세지 정보, 자극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영화에서 괴물을 물리치는 장면이 있다고 합시다. 영화에 감정이입이 되어 주인공처럼 멋지게 괴물을 물리치는 장면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시나리오대로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흘러갑니다. 임펙트가 있었다고해도 '자신의 의지'로 괴물을 처치한게 아니죠. 게임에서는 능동적입니다. 자신의 목적과 의지에 의해 괴물을 효과적으로 물리치는 과정을 통해 이득을 얻게 됩니다. '자신의 분신'이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현실의 능력을 뛰어넘어 표현해주게 되는 것이죠. 이런 과정은 학습되고 영상물등의 컨텐츠에 비해 더 큰 자극과 만족감, 그리고 반복된 행동을 유발하게 됩니다. 

컨텐츠에 대한 동기와 감정이입, 학습과정 및 피드백에서 일반 컨텐츠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접근해야만 합니다!
'또 하나의 표현 매체로서 보호' 받기 위해서 매체의 특성과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것에 합당한 보호방법을 생각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표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한번쯤 더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굳이 대자보에 대해서 빽태클을 거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 대자보를 보면서,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규제가 심하다고 생각하는 게등위(저는 왜 게임위가 입에 안 붙을까요?;;;)의 제도도 짚어보고,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의 시각도 조금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강구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메세지를 중심으로 하고, 게임산업이 중요하고 한류를 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의 부각으로 메세지가 이어졌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 게임 규제에 대한 시각도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이죠!
('청소년은 10시면 게임방에서 나가'등의 문제도 이야기 해보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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