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스바루 + Moon, 발레 만화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삶이 녹아있다.

붕어IQ 2013. 1. 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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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스윙댄스(Swing dance)를 즐긴지도 5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춤에 대한 고민도 하고 사람들에게 고민을 듣기도 한다.

그럴때면 난 항상 소다 마사히토의 '스바루'를 추천한다. 

굳이 발레 만화라서 소재의 특징 때문에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힙합'등이 정보나 춤의 묘사에서는 앞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바루'에서는 춤을 통해 어떻게 메세지를 보낼 것인지, 어떤 마음이 필요한 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춤이라는 소재를 넘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스바루 11권 + MOON 9권 = 총 20권


20권? 하지만,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당신은 쉴새없이 20권을 읽어내려가야만 할 것이다.

아주 뛰어난 그림체도 아니고 처음부터 눈길을 끌어당기는 임펙트가 아니지만, 은근히 빨려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는 어느순간 '소름'을 경험한다. 느슨하던 흐름에서 혹은 천천히 텐션을 올린 뒤, 보여지는 감성의 폭발!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과 주위의 인물들에 이입되어 감정이 요동치고 다음다음을 찾게 된다.

그리고는 소다 마사히토의 다른 작품들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




평범하지 않다. 타고난 천재인가? '미쳐'있기에 가능한 삶을 보여준다.

스바루도 그렇지만, 소다 마사히토의 작품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미쳐있다'...

미쳐있다라는 표현에서 광기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광기라기 보다는 인생의 에너지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이끌리고 그것밖에 잘하지 못하는 바보같은 사람. 하지만, 그렇게 미쳐있는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항상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기준이나 평범하다는 선에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밸런스가 무너져 있어 위태로운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곳에 집중된 에너지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인력으로 작용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게 만든다.


스바루도 미쳐있다.

병으로 동생이 죽어가는 순간에 스바루는 발레를 만난다.

그리고 동생의 죽음... 스바루는 강한 트라우마를 남기고 빨려들 듯 발레에 집착한다.

밸런스가 무너진 주인공이기에 남들과 같은 환경에서 발레를 배우지는 못하지만, 기연으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내공은 출중하게 다져가게 된다.

남들과 다른 환경이 만들어내는 역경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형식을 중시하는 발레라는 종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스바루는 자신의 에너지로 주위를 바꾸어간다.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공명은 말이 아니라도 전달될 수 밖에 없다. 

거기다 미쳐있고, 제약에 의해 가두어지지 않은 자유로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내는 스바루의 춤은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 덩어리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의 경쟁자들도 미쳐있다.

여러 경쟁자가 나오지만, 그 중 동시대 발레의 최고봉으로 묘사되는 '프리실라'가 인상적이다.

프리실라가 매일 거르지 않고 발레의 가장 기본자세를 2시간씩 연습하는 부분이 나온다.

웃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가만히 서있는 자세를 2시간 동안 유지하면서 웃고 있는 것이다.

순수하게 발레와 그 동작을 좋아해야만 가능하고, 발레에 미쳐있기에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프리실라를 포함한 여러 경쟁자들도 결국은 비슷한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프리실라가 먼저 깨달았고 먼저 끊임없이 노력했고 자신이 미쳐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자신의 환경을 먼저 바꾸었을 뿐이다.


미쳐있는 사람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 궁금하지 않은가?




발레만이 아니다. 삶에 대한 관점을 생각하다.


소다 마사히토의 작품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된다.

밸런스를 찾으며 나름의 열정을 쏟아야 하는 것일까?

편향되고 사회적인 룰과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나도 자신이 좋아하고 미쳐있는 것을 따를 것인가?

아직은 그것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끼여 방황하는 상태인 것 같다.

그리고 사회적인 기준에 조금은 길들여져 버리고 무서움을 알아버린 나이가 되어버려서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스바루의 '발레'와 같이 순수하게 빠져들 것이 아직 없다.


과연 나만 그럴 것인가?

만화를 통해 대리만족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가?


굳이 스바루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순수하게 좋아하고 미쳐볼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다.

소다 마사히토. 그의 작품들을 보면 나는 다시 꿈꾸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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