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물로 채운 냉장고, 100억 되어 돌아왔다?

붕어IQ 2013. 1. 1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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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지난해 8월부터 유투브와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삼성과 LG의 냉장고를 비교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홍보물이었고,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부어 LG의 냉장고보다 용량이 큰 것처럼 보이게 만든 동영상이었습니다. 이후, 물이 아닌 참치캔이나 커피캔등을 넣는 등 꾸준히 비교광고를 실시해왔었죠.

LG는 이런 삼성에게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작년 11월에 LG의 손을 들어줍니다.

삼성은 관련 동영상들을 내리는 것으로 그냥 끝을 내버렸습니다.

그리고 LG에서는 오늘 삼성을 상대로 부당 광고 행위에 대해서 100억원의 피해보상을 위한 소송을 신청했습니다.

'냉장고 광고 피해' LG전자, 삼성에 100억원대 소송 제기 - 아이뉴스24

LG전자 관계자는 "동영상 광고가 가처분 소송 결론이 난 후에야 삭제되고 이후에도 삼성측에서 어떠한 사과표명도 없었다" "이후에도 똑같은 유사 행위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 관련 부서의 협의를 거쳐 소송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라는게 LG전자의 소송이유입니다. 100억의 기준은 애매하지만 타당한 근거에 의한 소송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비교광고. 거기다 사실이 아닌 허위비교 광고를 해놓고 슬쩍 발을 빼는건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군요.




시작부터 잘못된 비교광고

이번 사건을 두고, '왜? 100억까지 들먹여야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이 이번에 냉장고를 두고 오히려 불편한 진실을 만들려했다는 것과 그 내용을 비교광고처럼 꾸몄다는게 불편합니다.

그럼 여기서 또하나 생각이 드는 것이 '비교광고는 외국에서도 하잖아? 그게 왜?'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FedEx와 DHL, 펩시와 코카콜라, 버거킹과 맥도날드... 수없이 재미난 광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광고에서 느껴지는 것은 '위트'입니다.

광고를 보면서 잘못된 정보를 인지할 수 있는 내용은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있는 브랜드간의 정보로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리고 일부이긴 하지만 자신의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 제품이 노출되는 효과로 긍정적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고소 천국'인 미국에서 직접적으로 고소를 날리지 않고, 광고로 응수하는 이유가 있겠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비교광고를 많이 시도를 하지만, 비교광고라기 보다는 비방광고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됩니다.

이번 삼성에서 만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 비방광고이며, 거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의해 허위광고까지 진행한 격이 되었습니다.




깨알처럼 화면의 아래에 쓰인 글들이 보이시는가요? 마치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KS(한국산업규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사 실험치 기준'을 들먹이고 있습니다. 뭘까요?

삼성 지펠 857리터, 타사 870리터. 이것은 KS에 맞춰 측정된 숫자이기 때문에 용량을 표기한 것입니다.

하지만, 물을 부어 측정하는 광고에서는 KS의 선반,서랍, 가드 제거 후 측정이라는 부분만을 따르고 있으며 실제로는 '자사 실험치 기준(물을 부어)'가 되는 것입니다.

KS의 표준성을 교묘하게 자신들이 유리한 것으로만 해석하는 방식이지만, 실제로 일반인들에게는 위에 보이는 큰 글씨들이 우선 인지되며, 아래의 글들은 당연히 기준을 맞춘 것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광고의 포맷에 길들여졌기 때문이죠. 당연히 팩트만 노출되리라 믿는 것이구요. 매체를 통해 송출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심의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학습된 것이죠. 

하지만 매체를 타지않는 인터넷 홍보동영상의 경우는 심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은 일관되게 자신들의 냉장고가 물이 많이 들어간다를 강조합니다.

fact는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은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요?

그러면 KS 기준으로 857리터가 아니라 물이 더 들어가는 만큼의 용량을 기재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메세지는 "물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수납용량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메세지를 허위로 조작하는 경우이지요.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면 소비자를 우롱한 것입니다.




LG에서 '불편한 진실'의 허위에 대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KS규격과 냉장고 용량을 물로 측정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쉽게 정리해둔 동영상입니다. 

삼성이 범하고 있는 오류? (일부러 행하고 있는 행동?)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시는지요?




100억? 결코 과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100억의 기준이 모호하고 너무 과한거 아니냐?'라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저도 그 100억의 산정기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만, 결코 과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삼성이 '불편한 진실'을 진실인 듯 광고물을 내보내는 동안 LG가 입은 피해는 수치적으로 표현할 수도 없고, 

LG전자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야 만들어지는게 이미지인데, 그것을 한번에 뒤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허위사실로 만들어진 광고물로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혔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더욱 화가나는 경우입니다.


백지에 볼펜으로 선을 그어 놓습니다.

그것을 과연 어떻게 지울까요? 연필로 그어도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하물며 볼펜이라면? 

기존에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냉장고 용량 비교에 대한 기준이 KS에서 검증하는 리터가 우선이었습니다.

삼성은 그 사람들의 인식 속에 '물'을 채워버렸고, 사람들의 인식에 볼펜으로 잘못된 지식을 그어버린 것입니다.

한번 인지된 정보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초반의 '불편한 진실'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LG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흔들린 '진실'을 되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물로 냉장고를 채우는 동영상만큼의 임펙트와 이슈?

100억이라는 숫자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이슈를 끌어 뉴스를 통해서라도 잘못되었던 정보를 알려야하는 것입니다.

100억이라는 금액은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은 간지러운(?) 홍보물이긴 하지만, 삼성의 '불편한 진실'만큼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요?




소비자를 우롱하지 말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라!

삼성 "냉장고 100억원 LG 소송, 우리도 법적 대응" - 아이뉴스24

LG의 100억 소송에 함구하더니 글을 준비하는 동안 삼성에서도 법적 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는군요.

제가 할머니와 자라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는 머리 속을 지나가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똥낀 놈이 성낸다더니!"


삼성이 먼저 때린게 맞습니다.

맞은 LG가 아프다는데, 사과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지도 않고 어물정 넘어가려는 것입니다.

방송금지 가처분이 아니라 처음부터 100억 소송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유투브에서 지웠으니 된 거 아니냐?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아직도 잘 남아 있습니다.

맞았고, 흉터가 남은 것이죠. 이것은 어떻게 보상할까요?

LG는 흉터가 남은 것을 2배, 3배의 노력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런 LG에게 자신의 유투브에서는 지웠으니 된 거 아니냐? 그런데 왜 또 소송이야? 라는 심보로 보입니다.

그냥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게 그렇게 힘들까요?




제가 삼성만 맹렬히 나쁜 이미지로 몰아가는 것 같나요?

삼성이 이렇게 매체의 힘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고, 이게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앞으로 어떤 법적 대응을 펼쳐나갈 것인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들고파도 삼성이 불리한 상황인데, 뭐 믿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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