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이용자를 스마트하게 만들려 하지마라! 본질에 충실해라!

붕어IQ 2013. 5. 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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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취미로 스윙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남녀가 손잡고 1920~30년대 유행한 스윙재즈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죠. 땀 빼러 다닌다고 다닌 것이 어느덧 6년차군요. 스윙댄스는 많은 소셜댄스들이 그렇듯이 음악의 전체를 리딩하는 리더(Leader)와 팔로워(Follower)로 나뉩니다. 주로 전체적인 리딩은 남자가 하게되고, 여자는 남자의 리딩에 맞춰 춤을 추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리더의 해석과 재량에 따라 한 곡의 느낌이나 춤의 큰 틀이 결정나는 편입니다. 


저는 5년쯤 넘으니 이제 나름 색깔을 가지고 저만의 스타일로 춤을 추는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저에게 저처럼 춤을 추고 싶다거나 가르쳐달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조금 난감해집니다. 제가 해줄 이야기는 "베이직 튼튼하게 연습하세요"라고 할 수 밖에 없고, 그 말을 들으면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기에 기분 상해하거나 재수없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 스타일이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대로 직관적으로 애드립을 치는 편이라(폼 잡으며 말하면 뮤지컬리티라고도 합니다만;;), 어느 순간이든 음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원하는 느낌으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고 그것은 결국 베이직을 튼튼하게 해두는 경우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겹고 재미없는게 베이직이고 해도해도 더 깊어지는게 베이직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소흘히 하거나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에 걸치면서 이러한 스타일을 고수하다보니 오히려 화려하고 복잡한 동작보다는 춤의 근간이 되는 음악에 집중하고 파트너와 교감할 수 있는 것에 치중하게되고 어떤 면에서는 춤의 기술들도 상당히 심플한 것으로 정제되어 가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 단순한 동작이 상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듯 동작을 만들어내는 신호로 느껴지고 만들고, 음악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도록 베이직이라 불리는 것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의 동작이나 화려함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고 저와 손잡고 있는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서 저와 동작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가이드를 하려다보니 그렇게 변해가더군요. 결국은 '음악'을 점점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서 몸을 함께 움직이며 음악을 즐기는 춤의 근본으로 점점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1년차쯤 제가 가졌던 춤의 방향성이랄까? 제가 원하는 춤의 컨셉도 영향을 미친 결과인 듯 합니다.

상대가 불편하거나 무리하다 느끼게 만들지 말 것! 한 곡이 끝났을 때, 즐겁고 재미났다는 생각만 남기자!

그래서인지 준비안 된 동작들은 아주 친한 팔로워와 연습을 충분히하는 편이며, 완전히 제 것이 되지 않은 동작들은 춤을 추는 도중에는 시전(?)하지 않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베타테스트 당하는 느낌을 주기 싫기 때문이고 그 동작을 해내야 한다고 강요하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저도 그렇지만 그들도 즐기러 온 시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멋지고 좋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가 불편하거나 강요받을 수 있으며, 짧은 그 느낌 때문에 한 곡이 즐겁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레 춤 이야기를 꺼낸 것은 며칠 전, 리뷰한 어느 제품 때문일 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좋은 기능들을 갖추고 있는데, 왜인지 아쉽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남아있고 자주 손이 가지 않았는데 문득 춤을 추다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UX에 거스르고 자신의 UI를 강요하고 있었구나!'




이용자를 배려한 객체지향적 UI와 UX를 제공하나?


아마 저에게 있어서 애플은 상당한 충격이었나봅니다. 몇 년전 처음 손에 쥔 아이폰3GS의 포장에는 메뉴얼이 없었습니다. 새제품을 받으면 당연히 가장 먼저 통독을 하고 무슨 설명이 어디있나를 체크하는게 메뉴얼이었는데, 아무런 메뉴얼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폰을 아주 잠시 만지는 사이 메뉴얼이 없었던 이유는 쉽게 납득이 되었습니다. 필요하지 않았으니깐요. 원하는 작업이 있으면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아이콘을 누르면 됩니다. 그리고 사용성에서 조금 '?'를 띄울만한 사항들은 팝업이 떠서 가이드를 주거나 조금 복잡한 작업은 애플의 사이트에 정리가 되어있더군요. 기본적인 사용은 메뉴얼이 필요없이 진행이 가능하고 심화된 것은 자연스럽게 익혀갈 수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그 과정에서 불편하다거나 짜증이 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디테일한 사용성이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색과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긴 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이끌리듯 OSX. 즉 맥으로 확장해서 사용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하니 불편했습니다. 한동안 왜 그런지 이유를 몰랐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만약 윈도우나 다른 OS를 경험하지 않고 그만큼 익숙해지지 않았었다면?'

제가 느낀 어리둥절함과 불편함은 기존에 너무나 익숙해져있는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이폰에서 조금의 불편함이라는 부분도 결국은 익숙한 경험들을 유지할려고 했기 때문에 발생했었던 것이었죠. 하지만, 사용할수록 점점 직관적인 UI와 경험이 쌓여갈수록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인프라 덕분에 지금은 오히려 가끔씩 넘어가는 윈도우가 더 어렵게 느껴지고 특히 윈도우8은 너무 새로운 것을 익히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싫어지더군요. 편리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들이 왜 자신들의 방향대로만 쓰라고 강요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애플 인프라를 한참 형성하고 있다가 올해 초, 안드로이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패드류로 서브적인 존재로 안드로이드를 경험하고는 있었지만, 스마트폰으로 직접 생활에 밀착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죠. 또다시 UX를 흔들게 됩니다. 하지만, 한번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응당, 익숙함의 차이로 제가 불편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안드로이드는 거부감이 덜하더군요. 최대한 유사하게 사용 경험을 유지하며 세팅을 마치고 불편함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중심을 이루고 있는 모바일 OS라면 iOS와 안드로이드가 될 것입니다.

둘 다 경험하면서 느낀 공통점은 직관성과 사용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도 단계적으로 심화할 수 있는 UI와 UX를 제공한다는 것인 듯 합니다. 강요하지 않고, 필요한 것들은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서 활용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고 있는 것이죠. 물론, 둘의 컨셉이나 방향성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iOS는 확고히 정제된 기본을 바탕으로 직관성만으로도 불편하지 않은 사용성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기본 위에 뛰어난 확장성으로 사람들의 수많은 기호를 챙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의 차이를 떠나서 그들은 이용자들의 사용패턴을 고려해 UI와 UX를 만들어간다는 것이죠. 결국은 사용자들이 편리하고 즐겁게 기기를 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그 베이직이 탄탄한 것입니다.




여기서 iOS의 베이직을 생각해보면, 가장 당연한 듯 있는 것은 '직관성'이며 기존에 생활이나 여러기기를 다루던 경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애플의 스큐어몰피즘이라 불리는 디자인도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기호(symbol)들을 부담감 없이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달력과 메모판 등의 아이콘을 보며 사용성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죠. 아이콘의 디자인도 중요했겠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심미적 디자인과 함께 기능적 디자인에서 더욱 빼어난 경우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최근에 바뀌게 될지도 모를 iOS7의 디자인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표현은 조금 달라지더라도 기능적 디자인은 놓치지 않을테니 말이죠. 대동소이하게 안드로이드도 이러한 사용자들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놓습니다. ← 버튼의, 홈버튼, 메뉴버튼 등이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모바일의 경우겠지만, 둘은 양대산맥이라 불리며 현재 시장을 거의 점령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모바일 OS, 타이젠(TIZEN), 파이어폭스(Firefox) OS, 우분투(UBUNTU) OS 등이 모바일 OS시장을 넘보고 있습니다. 시장에 제대로 런칭이 되고 경험들을 쌓아가야 하겠지만, 그들이 잊으면 안될 것이 '왜? HTC First가 망했나?', '페이스북 홈이 왜 외면 받았나?'가 될 듯 합니다. 자신들의 장점을 믿고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할 것인지, 객체지향적으로 이용자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그 위에서 자신들의 장점을 소구할 수 있을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이용자들을 스마트하게 "만들려" 하지마라


제가 모바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모바일 중심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다시 제가 리뷰한 제품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것저것 기능들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있으면 좋겠다 싶은 기능들이 거의 집약된 제품이었죠. 최근에 출시된 유사한 제품들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메뉴얼을 적당히 읽고 당연한 듯 조작을 시도합니다. 당연히 이 타이밍에서 이 버튼이 이런 기능을 하겠지? 라던 부분에서 막힙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작업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턱하니 막혀버리더군요. 메뉴얼을 다시 정독합니다. 그래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순간, 화려한 동작만을 혼자서 마무리하고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더의 춤동작이 스쳐가는군요. 팔뤄는 팔이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데 말이죠. 


하나만 그럴까? 싶어서 또다른 기능들을 해보려고 하는데, 역시나 여의치 않습니다. 두 번이 넘어가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왜 이걸 이렇게 따로 익혀가면서 사용해야하지? 이렇게 사용해서 얻게되는 장점을 이 제품은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나?' 


제가 편리해질려고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것인데,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것일까요? 나름 IT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는 사람인데도 이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것이면, 다른 사람들은 이 기능들을 익히는데 얼마나 불편함을 겪어야할까요? 자신들은 다 준비했으니 필요하면 익혀라 그러면 더 많은 것들을 누리게 될 것이다? 


비단, 이번 제품만이 아니라 많은 서비스들을 겪으면서 느끼는 것도 유사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국내에서 새로 런칭되는 서비스나 제품들이 가진 문제점이라 느끼는 부분들이죠. 너무 많은 것들을 넣으려하기 때문에 정제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메뉴얼을 더 많이 만들어야하고 이용자들을 "스마트"하게 만들려하는 것이죠. 간담회 등에서 질문할 기회가 있어서 UI나 UX에 대해 유사한 질문을 하면 비슷한 반응들을 보입니다. "이걸 하려면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이걸 익히면 이렇게 편해집니다." ...... 하지만, 그 분들은 왜 질문을 했는지 잘 모르는 것인지, 모르고 싶어하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눈에 안보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복잡하니 질문하는 것인데, 자신들의 입장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이 자리를 빌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용자들은 더이상 스마트해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미 익숙해진 것들이 있고, 그것들은 심플하지만 목적을 충실히 수행해주는 것들이 있는데, 굳이 유사한 서비스나 제품이 확연히 차이가 나지않는 장점들을 위해 새로운 UI를 익혀야하고, 특히나 전혀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면서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누가 사용해야할 제품이고 누가 이용해야할 서비스인가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좋다는 것을 말하기 전에 그 장점이 이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게 정제를 더 해야만 합니다. 

여러가지 기능을 다 때려넣는다고 장점이 되지 않습니다. 이게 먹힐까? 불안하니 이것도 저것도 다 넣어보자. 취향에 걸리겠지... 아이돌 그룹 전략입니까? 여러가지 색깔을 보여주면 있어보이고 어딘가에서 걸리겠지 싶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서두에 춤 이야기를 길게 꺼낸 것을 기억하시지요?

춤에서도 정제되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으면 불필요한 동작들이 늘어나고 특히 화려한 동작들로 자신을 감추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열에 아홉은 드러납니다. 불편해하거든요.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춤사위를 지켜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하거나 상대방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음악의 기승전결에 맞춰 상대방을 알아가며 익숙해지고 화려해야할 포인트를 찾아내어 그것을 부각시킬 줄 압니다. 하나나 많아봐야 둘에 포인트를 집중하는 것이고, 그것은 음악에 따라 결정됩니다. 연식이 되고, 깊이가 생기면 오히려 정제되고 본질에 충실해지는 쪽으로 발전한다는 이야기인 것이고 춤의 경우는 '음악'이 되는 것입니다. 그 본질을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음악을 리딩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고 답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도 똑같다고 생각됩니다. 기업들은 춤으로 치면 리더이며 리딩을 해야하는 입장입니다. 기업과 이용자 사이에 있어야할 '본질'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춤을 추며 상대가 팔이 꺾여 아프더라도 이것은 이만큼 화려하니 꼭 따라해야해! 라며 강요하며 부족한 자신들의 내공을 감출 것인가요? 아니면 그렇게 리딩을 하고나면 사람들이 이해해줄 것이고 좋아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인가요? 이용자들이 직관적으로 핵심 기능 사용하기도 불편한데, 다른 기능들만 자랑하고 있고 치장하려하니 답답할 뿐입니다. 예를들어 키보드에 불이 들어오고 이것저것 자잘한 버튼을 많이 넣고 디자인이 화려한 것보다, 단순하지만 장시간 사용에도 키감이 좋고 손가락이나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녀석을 최우선으로 선택합니다. 그게 키보드의 '본질'이고 나머지는 부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죠. 불이 들어오는 방법을 익히거나 특수키를 세팅하는 방법을 메뉴얼로 만들어 좋다고 강조하며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키감이 좋으면 사용할 것이고, 필요하면 찾아서 홈페이지라도 찾아갑니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하지 않아서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외면한다고 착각하거나 답답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선택받는 제품들이 있고, 외면받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용자들은 스마트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녀석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본질'에 충실하고 정제시켜서 강조할 수 있다면 목소리 높여 이것저것 말하지 않아도 알아봐주게 됩니다. 정제되지 않은 UI와 UX를 메뉴얼이나 다른 방법으로 이용자들을 스마트하게 만들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이용자들의 편리함에 대한 자극수용점은 상당히 높아져 있으니 말이죠. 최소한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맞춰야하지 않겠습니까? 


이용자들과 진정 어떤 춤 한 곡을 쳐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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