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애플, 감동으로 포장된 새 광고에 숨겨진 위기감

붕어IQ 2013. 6. 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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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3 키노트가 참 인상적이긴 했나봅니다. 아직도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군요.

많은 사람들이 그랬는지 호불호가 확연히 보여지고, 여기저기 참 많은 이슈들과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뉴스를 발견했습니다.

Apple’s Declaration of Values: Simplify, Perfect, Delight - AllThings D

애플의 새 TV광고를 보면서 애플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들을 '심플', '완벽', '기쁨' 이라고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애플의 혁신을 이끌 또다른 'Think Different' 캠페인이라고 해석 했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광고 자체만을 해석한 경우는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더군요. 


또다시 생각을 시작해봅니다.




감성적인, 그리고 애플스러운...


바로 이것 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겁니다.

제품의 경험.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


삶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인가?

그것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우리는 소수의 멋진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우리가 손을 댄 모든 생각이 그것을 사용하는 각각의 삶을 개선시킬 때까지요.


거의 들여다 볼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나 느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서명이며,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Our Signature" WWDC 2013 키노트의 마지막에도 나왔던 1분짜리 TV광고입니다. 

키노트 당시에는 2시간의 키노트 끝물이라 사람들이 조금 수선스러워 집중을 제대로 못했었지만, 그래도 '역시 애플스러운데?' 라는 느낌을 남겨주었던 영상이었죠. 위의 카피들에서도 보이지만, 이번 광고에서의 집중은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는 서명에 대한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지도 모르는 작은 경험과 차이, 그리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애플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죠. 

사실, 애플 제품들이 지금까지 가져왔던 장점이며, 애플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자연스럽게 녹아있었기 때문에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었으니깐요. 그런 점들을 좀 더 풀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것인 듯 합니다. 




그리고 이 광고는 키노트의 초반에 보였던 동영상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만드는 데에만 열중한다면,

누가 어떤 것이라도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혼동하기 시작합니다.

넘침을 선택으로 혼동하지요.

무언가를 설계하는데에는 집중이 필요합니다.

처음 우리 자신에게 묻는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가?" 입니다.

기쁨, 놀라움, 애정, 연결.

그리고 나서 그런 의도에 맞춰서 설계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나의 "예"에는 백개의 "아니오"가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화시킵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가 손을 댄 모든 생각이 그것을 사용하는 각각의 삶을 개선시킬 때까지요.

그 때가 되어야 우리는 작품에 서명을 합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Intention"이라는 이름의 동영상은 역시나 감성적인 톤앤매너로 사람들에게 애플의 디자인이 탄생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걸리는 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엇을 선사하기 위해 디자인을 시작하는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자세히보면 둘의 영상에섯 반복되는 말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걸리는 것은 "우리가 손을 댄 모든 생각이 그것을 사용하는 각각의 삶을 개선시킬 때까지요"라는 부분입니다. 애플 디자인에 대한 목표로 생각되고,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잘 녹여내고 있는 표현인 듯 합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공통점은 사람을 향해있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즐거움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감성적인 코드들이 어색하지 않고, 애플스럽게 녹아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이 둘의 광고들을 보면서 AllThings D의 기사에서는 잡스의 1997년 WWDC의 연설을 인용했습니다.

“People think focus means saying yes to the thing you’ve got to focus on. But that’s not what it means at all. It means saying no to the hundred other good ideas that there are. You have to pick carefully. I’m actually as proud of the things we haven’t done as the things I have done. Innovation is saying no to 1,000 things.”


– Steve Jobs, WWDC 1997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것에 예라고 대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촛점은 다른 백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어도 노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신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그것을 잡아내야한다. 나는 정말로 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들을 제가 한 것들만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혁신은 1000가지 것들에게 노라고 말하는 것이다.


진정한 하나를 얻기 위해 정제시키는 과정과 그 과정 또한 의미있고 가치있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늘여놓는게 아니라, 정제하고 단순화하여 선택하며 그 과정을 거치고 의미있는 혁신들이 탄생한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잡스의 1997년 연설과도 연결되는 이번 두 광고들은 애플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담고있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인 것이죠.


광고 자체만으로는 애플을 새롭게 조명하고 애플이 가진 철학과 의미를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상기시키는 이미지 광고이며, 상당히 멋진 광고 입니다. 보는 동안 빠져들고 메세지를 동감하게 되니 말이죠.




기업 브랜드 광고? 한동안 없었잖아?


광고 자체는 상당히 감성적이며 메세지 전달력이나 표현에서도 나무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광고 자체보다 조금은 외적인 요인에서 광고를 바라봐야 할 필요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번 광고가 제품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 광고라는 점에서 시작해봐야 합니다.

왜냐구요? 최근에 애플이 애플을 위한 브랜드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나요? 최근 몇년동안 당연한 듯이 애플은 애플이었고, 제품들을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보여주기만 했어도 됐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브랜드 광고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 또한 애플이 왜 애플인지를 설명하는 듯 합니다. 응??? 이라고 느끼실 겁니다. 광고를 다시한번 천천히 생각해봅니다. 광고에서는 중요한 것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면서 정작 광고의 메세지는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즉,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오히려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우리는 애플이다! 왜 애플이 좋은 지 아느냐?를 다시 상기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오히려 현재의 애플이 가진 위치를 반영해주는 듯 합니다. 잡스가 사라지고 팀 쿡 체제로 들어서면서 이렇다할 임펙트 없이 1년이 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이나 투자사들과 같은 외적인 시선들도 아직은 팀 쿡 체제의 애플을 완전히 신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주가나 이사회 등에서 팀 쿡의 자질 문제나 애플의 판매율이나 점유율을 핑계로 깎아먹기를 심심치않게 하게 있으니 말이죠. 어느정도의 시간까지는 적응기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 WWDC를 분기점으로 더 이상 적응기간이나 팀 쿡 색 입히기로는 부족한 시점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애플은 애플이다. 왜 애플이었는지, 애플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강하게 어필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애플의 브랜드 밸류 속에 잡스의 브랜드 밸류가 녹아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잡스 개인이 가진 브랜드 파워가 애플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자체였고, 그렇기 때문에 옹고집스러운 애플의 이미지를 잡스가 살려내기도 욕을 대신 먹기도 했던 것이죠. 애플의 옹고집스러운 면을 이야기할 때, 화살은 애플이 아니라 잡스이기 때문에! 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잡스가 사라지면서 카리스마 있는 잡스의 브랜드 밸류도 일정부분 사라졌지만, 또하나 부정적인 에너지를 먹어줄 방패도 하나 사라진 것입니다. 팀 쿡에게 과연 잡스만큼의 브랜드 밸류가 있을까요?


팀 쿡은 자신에게서 부족한 아니 잡스이기에 가능했던 브랜드 밸류의 밸런스를 재조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애플 브랜드 밸류를 다시 끌어올리려는 것이죠. 100에서 30이 빠져나간 듯 보이니, 다시 그만큼을 채워야하는 것이고 팀 쿡 자신이나 아이브의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온전히 애플 브랜드를 재정립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애플의 사명이자 근간인 Designed...California를 꺼내든 것이죠. 사실, 그 속에 숨어있는 애플의 옹고집스러움이 결국은 사용자를 위한 선택이라는 메세지이지만 말이죠.


결국 새광고들은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한 것이고, 그 수단으로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기존 애플의 이미지를 깊게 되살려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애플을 알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애플의 의미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죠. 잡스의 경우는 '쓰다보면 알거야'라는 뉘앙스로 일관되게 애플의 브랜드 밸류를 믿고 그것을 관철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굳이 브랜드 광고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군요. 다른 제품들의 광고들에서 점층되고 경험으로 알게 만들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팀 쿡은 좀 더 친철하게 설명하고 다시 끌어올리며 채워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변화되는 iOS 7등의 디자인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경험을 뒤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지던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와 밸류로 관철시키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어져온 감성적인 코드로 더 많이 애플을 어필하고 애플은 변하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광고는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팀 쿡의 옷으로 갈아입은 애플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을 보여주는 시작점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WWDC 키노트 내도록 궁색한 듯 애플의 수치를 강조하던 팀 쿡의 모습과 이번 광고가 현재 애플의 위기감과 위치를 보여주는 듯 하기도 합니다. 감동으로 설명해줘도 좋지만, 애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납득시켜주는 힘이 있었고 행동으로 말을 대신해왔다고 생각되는군요. 감성적인 표현으로 애플에 대한 감동을 다시한번 어필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제품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새로운 색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만큼, 아이브가 참여한 새로운 iOS 7부터 새롭게 나올 제품들의 중요성도 커지게 된 것이죠. 광고에서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 기다려봐야할 것 같습니다. 포장일 지, 진정한 메세지일 지 말이죠.


위기감을 슬쩍 내보이면서도 밀고있는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가 'Think Different' 만큼의 무게로 살아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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