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구글맵으로 되돌아본 울타리 쳐진 'IT 강국'

붕어IQ 2013. 10. 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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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IT와 관련된 정보나 뉴스를 다루다보면 가끔씩 숨이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IT 강국'이라고 TV나 광고등에서는 이야기하고 실제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인프라도 잘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 규제되고 어렵게 활용해야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쉽게 떠올려보면 Active-X, 아이튠즈 스토어, 구글맵 정도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쉽게 떠올린 세가지 주제를 하나씩 들고파도 쉽사리 풀기도 어렵고 생각해야할 거리가 상당하다고 생각되는군요. 하지만, 세 주제에 대해 공통점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용자들이 불편하다'라는 것입니다. Active-X는 단어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복잡해지기도 하고 일단, 국내에서는 근시일내에 대체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 있어도 적용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죠. 다음으로 아이튠즈 스토어와 구글맵이 남는데, 국내 서비스로 대체가 가능하니 사람들이 중요도를 덜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이중에서 구글맵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글맵이 왜?

Google Jousts With Wired South Korea Over Quirky Internet Rules - NYT

구글이 구글맵의 원활한 서비스를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한국정부를 상대로 불편한 심사를 들어냈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에서는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데, 구글맵에서는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것이죠. 지도와 관련된 서버가 한국내에 있어야 한다는 부분 때문에 구글에서는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서버가 한국내에 있어야만 한다는 이유를 쉽사리 납득시켜주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분단국가에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구글맵을 꺼내서 경로 찾기를 해보면, 운전을 위한 네비게이션은 물론 도보로 이동하는 네비게이션도 활용할 수 없습니다. 오직 대중 교통을 통한 정보만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몇몇 분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네이버 길찾기가 더 좋아!" .... 저는 그러면 농담삼아 반문해봅니다. "외국 나가서도 네이버로 길찾아 봤어? 그때는 뭐써?" "......"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구글맵이 동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히 황당한 경험이 될 것이고, 다른 방법(네이버등)를 알았다고해도 영문으로 지원되지 않는 지도 때문에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입니다. 당장 걸어서도 목적지를 찾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리는 상황인 것이죠.

굳이 제가 외국의 경우와 외국인의 경우를 예를 든 것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울타리에 갖혀가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대안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맵 안되네? 꼬물!'이라고 생각하고 대안을 찾아버리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정작 국내용에 맞춰진 대안에 익숙하다가 해외나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되면 새롭게 UI를 익혀가며 부랴부랴 다른 서비스를 찾아야하는 것이고, 반대로 외국인의 경우에도 다른 나라에서는 불편함이 없었던 구글맵을 쓸 수가 없으니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렇다면, 왜 구글맵을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할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군사적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도법이 있고,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네비를 가지고 운전하다보면 생략된 지역들도 보이고, 인쇄된 지도도 일정 비율 이상은 인적사항을 남겨두고 구입을 해야하는 것이죠. 거기에 지도 서비스를 위한 서버는 한국내에 있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기 때문에 지도 자료를 가공하고 관리하는 서버가 해외에 있는 구글은 지도법을 어기기 때문에 서비스가 불가능한 것이죠.

서버를 한국에 두면 되잖아? 당연히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지만, 구글이 처리하는 전세계의 지도 데이터를 생각하면 한국은 정말이지 작은 양의 데이터일 뿐입니다. 그것을 위해 굳이 서버를 따로 운영해야하는 것일까요? 서버실을 만들고 운영자를 두고 서비스를 해야만하는 가치를 한국은 구글에게 어필할 수 있나요? 데이터만 가공해서 서비스하면 되는 구글의 입장도 그렇고 쉽게 생각해봐도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는 자명합니다.

군사적 이유와 서버를 한국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 중심을 맞춰서 다른 접근을 해보겠습니다. 네이버등의 국내 포털을 이용해서 해외에서 국내 지도를 검색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국내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보여지지 않던 곳들이 보여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국내에서만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구글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만약, 군사적 이유로 지도를 관리해야 하고 관리를 위해 서버를 한국에 두어야 한다는 말과 대치될 뿐입니다. 이미 외국에서 더욱 자세한 지리 정보를 다 갖추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오해하는 부분중 하나가 '구글맵의 자료는 다르지 않냐?'라는 부분인데, 구글은 지역의 지도정보 업체에게 정보를 구입해서 가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네비들의 정보를 관리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과연, 구글맵의 차이는 무엇이고 서버를 한국에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 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의혹을 가진 부분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대안이 있다는 점입니다.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되는군요. 원하지 않아도 여기저기 깊게 짱박혀있는 통신사들의 네비는 물론, 포털의 서비스까지 구글맵 이외에도 수많은 네비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 녀석들이죠.) 이런 상황에서 굳이 사람들이 서비스 되지 않는 구글맵을 이용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나 네비를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는 막강한 경쟁자 하나를 잊어도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틈에 사람들에게 침투해서 사용 습관을 만들어버리면 됩니다. 그러면 익숙함이 쌓일 것이고 점점 종속되어가게 되는 것이죠. 그 틈에 무엇이 있을까요? 광고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다른 불편함을 집어 넣어도 대안이 없거나 익숙함에 그냥 사용하게 됩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울타리를 치고 국내 서비스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경우입니다. 국내 서비스들이 해외에서는 똑같은 서비스를 하더라도 몇가지 규제를 통해 울타리를 쳐주면 되는 것이죠.




생색내지말고,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

공공의 정보이기 때문에 교통정보는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구글에서 맵도 다 보이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몇몇 서비스들을 묶어놔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위의 NYT의 기사를 보다보면 이번 정부에서 지도법에 대한 규제 완화를 표명했고, 9월 국토지리정보원은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는 외국 회사들에게 영문으로 된 지도 자료를 배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영문 표기를 통일하기 위함이었고,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이나 활용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글에서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준 자료를 두고 차량은 물론 도보용 네비게이션으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해상도라고 밝혔으니 말이죠. 약속은 했고, 일단 전달은 했으니 약속은 지킨 것일까요? 생색은 다 낸 것이죠. 이것을 가지고 활용하지 못한 것을 탓할 명분은 생긴 겁니다. 구글만 괜히 까탈스러운 기업으로 몰려버리는 것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그냥 상식선에서 생각해봅니다.

제가 해외에서 너무 편리하고 정확한 경험을 해봤습니다. 그런 경험을 왜 한국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인가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왜 한국형 네비 서비스를 강요해야 하는 것인가요? 저도 몇가지 네비 서비스를 깔아두고 경험을 해봤지만, 광고도 없고 빠르고 간편하며 정확한 구글맵을 쓰고 싶습니다. 왜? 같이 붙으면 당연히 밀릴 것을 알고 있어서요?

정말 군사적 목적인 지, 아니면 울타리를 쳐서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인 지는 모르겠지만, 좋은건 좋은 겁니다. 그리고 좋은 것을 찾아 사용할 권리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면 더 열심히 경쟁해야지 왜 울타리 쳐서 보호할려는 생각부터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지도법이 원래 그래서?


저는 한국을 'IT 강국'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인터넷 망 보급율이나 스마트폰 보급율 등의 수치만으로는 강국이 맞습니다. 하지만, 땅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보급율을 높일 수 있고, 재고물량 공짜나 17만원 버스에 태워서 스마트폰을 보급하니 수치는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서비스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자생적인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을 뿐입니다. 규제가 잘못된 것이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면 인식하고 바뀌어야 하지만, 그럴 의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갈라파고스라고 표현하면 자생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겠지만, 울타리와 우물이라고 표현하면 고여있기 때문에 썩거나 불모지가 되어갈 뿐입니다. 비단, 구글맵만이 아니라 수많은 한국형 규제들을 살펴보면 한없이 갈라파고스가 되고자 하거나 우물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들로만 보이는군요.


언제쯤, 구글맵으로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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