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구글이 이통사 뒤통수를 쳤다? 뒤통수 아닌 이유 알고보니!

붕어IQ 2014. 1. 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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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이통사 뒤통수를 쳤다? 뒤통수 아닌 이유 알고보니!


오늘 뉴스들을 보다가 데자뷰에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 이거 어디선가 본 듯한 뉴스인데?' 

'응? 그리고 기사의 무게중심이 묘하게 기울어져 있는데? 전에도 그랬잖아?' 




기사를 요약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 결재시 발생하는 수수료에서 구글이 지금까지 3%의 수익을 챙기다 이번에 15%로 올린다는 내용입니다. 그에 따라서 대비하지 않았던 이통사들이 구글의 '횡포'에 뒷통수를 맞았다라며 통신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기사입니다. 기사를 읽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이 스치지만, 교묘하게 '구글 나쁜 놈(evil)! 이통사 안타깝다'로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여론 형성)하려는 느낌을 받게 되는군요. 왜 이런 생각들이 드는 지, 그리고 이 문제에서 구글이 왜 나쁜 놈 소리를 들어야 하는 지, 앞으로의 영향은 어떨 지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팩트는 제대로 전달되고 있나?

기술종속 비애… 구글에 뒤통수 맞은 이통사들


구글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판매수익을 더 가져가겠다고 이동통신사들에게 통보했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구글의 앱 판매수익 배분비율은 9대 1인데, 이를 5대 5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구글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앱을 파는 장터가 구글 소유라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팔리는 유료 앱의 판매수익은 ▦우선 개발자가 70%를 갖고 ▦나머지 30% 가운데 27%는 이동통신사가 ▦3%는 구글이 갖는 구조다. 일반 상점에 비유하자면, 구글은 장터 소유자이고 이동통신사는 판매자이다.


그런데 구글은 최근 이동통신사 몫을 15%로 낮추는 대신 자신들의 몫을 15%로 올리겠다고 통보해왔다. 구글은 현재 전세계 이동통신사들과 수익 배분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술종속 비애… 구글에 뒤통수 맞은 이통사들 - 한국일보 발췌>

기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목과 리드에서 이미 구글은 나쁜 놈이 되어 버리고, 이후에 팩트들이 나열되며 묘하게 국내 이통사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는 점입니다. 제가 눈에 거슬린 단어들을 각각 볼드빨간색으로 표시해봤습니다. 뭔가 느낌이 오시나요? 그것도 사람들이 기사를 볼 때, 가장 많이 보고 이탈하게 되는 제목과 리드에서 구글에게 부정적인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구글이 통보를 했고, 그것이 횡포일까요? 빨간색 내용을 다시한번 보겠습니다. 

'이동통신사들과 수익 배분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협상을 진행한다는 내용인데, 왜 통보가 되고 횡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왜 뒷통수를 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업들간의 거래가 있다면 당연히 계약을 할 것이고, 협상을 통해 계약을 맺거나 파기하면 되는 것입니다. 구글은 기간이 되어 다시한번 협상을 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왜 '통보'일까요? 상황을 미루어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는 정도면 이해가 되지만, 너무나 당연한 듯 '통보', '횡포', '뒤통수' 같은 표현은 중립적이지 않고 읽는 사람들을에게 충분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구글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판매수익을 더 가져가겠다고 이동통신사들에게 통보했다'

- > '구글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판매수익에 대한 배분에 대한 협상을 이동통신사들에게 제시했다' 

어떤가요? 느낌이 사뭇 다르죠? 이와 같은 기법(?)은 또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배분비가 9대1인데, 이를 5대5로 조정' -> '27%대 3%인데, 15%대 15%로 조정' ... 이해를 돕기위해 굳이 비를 활용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체감되는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비를 사용함으로써 변화폭을 상대적으로 크게 강조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기사를 다시 이해 하자면, 구글은 기존의 수수료(30%)에서 3%의 비중을 15%로 조정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게 은근슬쩍 통보하고 횡포 하겠다는 뜻으로 바뀌어 전달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오히려 자충수를 두고 있습니다. 9대1로 표현한 비에서 이통사의 억울함을 담고자 했겠지만 그게 오히려 '통신사가 왜 90%를 먹고 있지?'라는 의문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죠. 그것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월 수십억원'씩이나 말이죠? 그런데 그 수익이 과연 이용자들에게 어떤 형태로 돌아가길래 글을 읽는 이용자들이 이통사들을 동정하고 구글에 대한 반감을 가져야 할까요? 그냥 손 안대고 벌던 수익이 줄어드는거 징징거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이용자들의 주머니에 또다시 눈을 돌리겠죠. 제목에서 느껴지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왜 이게 뒤통수야? 예전부터 이야기했잖아?

기사를 보면서 2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어디선가 봤는데?' 입니다. 위의 기사 내용은 거의 판박이입니다. 다만, 자세한 비율이 제시되지 않았을 뿐이죠. 발행일자는? 2012년 12월 11일입니다. 이미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똑같은 문제는 제기 되었습니다. 그런데 2013년에는 구글에서 횡포(?)를 발휘하지 않았나 봅니다. 2014년에 와서야 9대1의 비율이었다는게 드러났으니 말이죠. 당시에도 <구글이 통신사에 통보를? 갑질 시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었습니다. 똑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반복해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기사의 편향에 대한 부분도 똑같이 반복되는군요.


무료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OS, 레퍼런스 디바이스. 

구글이 내보이는 수순은 누가봐도 시장점유라는걸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 점유가 되면 쌓인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까요? 구글이 자선단체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사업체이고 이익을 추구합니다. 구글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할 타이밍과 범위를 잘 알 뿐입니다. 그리고 대전제에 해당하는 명분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이어지니 당연하게 생각했나요? 이제는 영향력마저 너무 커져버렸기 차선책을 가지지 못합니다. 아니 그런 차선책을 스스로 포기했던 것이죠. 


지금까지 9대1의 비율이라도 구글이 통신사를 밀어준 것은 시장점유율 때문이 맞습니다. 투자이죠. 그리고 그 시장점유를 통해 구글은 '소비자'를 얻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구글스토어에 맞춰 놓은 것이죠. 하지만, 통신사는 그 사이 무엇을 했나요? 그냥 수수료 중에서 90%주니 낼름낼름 잘 받아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을 더 키워준 것이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재주는 구글이 부리고 월 수십억원이 생기는데 말이죠



만약, 구글의 수익배분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면? 통신사들은 과연 어떤 행동을 했을까요?

통신사들은 이미 각자의 이름을 내건 별도의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를 통해 출시되는 폰들에 지워지지도 않게 집어넣었고 최근에는 작업관리자까지 자신들의 앱들을 끼워놓고 있습니다. 노출되거나 접근성은 구글스토어보다 좋습니다. 그렇기에 현재도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왜 굳이 '월 수십억원'을 주는 구글스토어와 경쟁하려 하겠습니까? 통신사 마켓구조는 피쳐폰 시절부터 슈퍼갑이 맞습니다. 수익배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마켓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혜택보다는 수익이 좋은 앱들을 밀어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통신사 앱 스토어가 구글스토어와 처음부터 경쟁을 해야했다면? 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과연 지금처럼 느긋하게 수익 좋은 국내 CP(contents Provider)들만 모으고 있었을까요? 구글스토어와 경쟁 구도를 만들며 전세계적으로 CP들을 모아야하고 수익배분도 바뀌어야만 했겠지요. 


그리고 이번처럼 구글이 협상을 제시하면 국내 이용자들의 여론을 형성하여 구글의 방패로 삼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한번이 아니라 두번이 되고 세번이 되면 패턴이 보이게 됩니다. 제조사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앱을 강제하고 광고하는게 횡포이고, 이용자약관 동의의 형식만 빌려 강요하는게 통보입니다. 

 



명분 없는 외침, 끝까지 소비자는 이용대상인가?

이 기사가 어떤 의도였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살짝 편향된 것이 보였고 그렇기에 오히려 이통사들의 불합리한 수익구조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왜 그럴까요? 기사의 어디에도 '소비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이통사의 가장 큰 차이는 '명분'을 어떻게 살리고 있는가? 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명분은 '소비자'가 됩니다. 구글이 수수료를 올린다고 해서 지금의 앱 생태계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개발자 70% 수익, 앱 가격 동일. 소비자나 개발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손쉽게 수수료를 챙기던 이통사만 손해를 보는 것이죠. 만약, 이번 조정이 소비자나 개발자를 향했다면? 구글도 명분을 잃는 것이니 큰 파장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소비자를 등에 업고 있습니다. 그것도 이미 구글스토어에 익숙해진 엄청난 수의 소비자들을 말이지요. 



이통사들이 구글의 '횡포'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소비자가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이통사들이 내놓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수익배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현재의 이용형태에 제약을 가하겠다? 그렇다면 제약에 따른 불편과 원망의 화살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요? 과연 수수료의 수익배분을 조정한 구글일까요? 

이통사들은 자신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구글 나쁜 놈(evil)!'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가진 수가 없으니 마지막 보류로 '소비자'들을 볼모 삼아 방패로 활용해야 하니 말이죠. 하지만, 구글은 소비자에게 앱생태계라는 편리함으로 명분을 만들었지만, 이통사는 필요할 때만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보입니다. 그것도 언론을 통해서 슬쩍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말이죠. 만약, 당당하게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번 협상으로 못하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통사의 편이 되어 구글을 향해 원망의 화살을 날릴 것입니다.


구글의 수익 확장은 초기부터 이야기되어 오던 문제였고, 대비하지 못했다는 핑계도 먹히지 않을 수준까지 되어버렸습니다. 편하게 떠먹여주던 떡고물에 취해 명분을 다 쥐어주니 이제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또 어떻게든 막고, 똑같은 수순으로 버티시겠습니까? 잘 갖추어진 인프라로 제대로 '경쟁'이라도 해보던가, 아니면 평소에 소비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두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다시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소비자는 가장 큰 명분이자 칼자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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