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한국에서 스티브잡스를 양산화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일 뿐이다.

붕어IQ 2013. 5. 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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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미뤄두었던 에반게리온 극장판들을 구해서 봤습니다. 사골향 진득해도 역시나 명작이었고 '인류보완계획'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더군요. 그런데,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 같은 일이 벌어지려는 듯 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스티브잡스 같은 인재 양성을 위해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윤종록 미래 2차관 "초등학교부터 코딩 교육 진행할 것" - 아이뉴스24

22일 코엑스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 국제컨퍼런스에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제2차관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 뉴스를 들으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가더군요.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의무적으로 한다? 그래서 뭘 하자는 뜻이지?




정말 뭔가를 알고 이야기를 한 건가요? 막 던진 건가요?

<사진출처 : 아이뉴스24>


그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재미있고 쉬운 컴퓨터 코딩 교육을 받는다면 청년이 되어 코딩에 능숙한 전문가들이 늘어날 것이고, 그 중에는 스티브잡스와 같은 인재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머리에 꽂히는 말은 2차관님께서 하신 위의 발언입니다. 스티브잡스가 아무리 IT의 상징적인 존재라고는 하지만, 위의 문맥에서 가져다 붙일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스치는군요. 스티브 잡스도 프로그래밍을 익히기는 했지만, 그의 존재감이 커지고 부각되었던 것은 트렌드를 읽고 이끌 수 있는 혜안과 그것을 빛나도록 만든 마케팅입니다. 그가 코딩을 했기 때문에 애플을 상징적인 기업으로 만들었고, 스티브잡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존경을 받는게 아닌데 말이죠. 백번 양보해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같은 인재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어도 2차관님의 발언을 존중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위의 발언에서 위험한 것은 코딩에 익숙한 전문가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 중에서" 스티브잡스와 같은 인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충 밭에 씨를 뿌려두면 그 중에서 잘 여문 놈들이 나오면 내 덕이라는 뜻인가요? 만약, 지금의 인재들이 자라서 "코딩 교육은 전혀 도움이 안됐다"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숟가락 얹혀놓기 좋은 구실이라는 뜻입니다. 코딩 교육과 스티브잡스 같은 인재의 연관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과론적으로 나오면 내덕이라는 표현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죠.


그리고 하나만 더 까칠하게 접근하겠습니다. "코딩". 실제 필드에서 프로그래밍을 하시는 분들은 어떤 의도로 사용하시는 지 모르겠지만, AE나 PM을 해왔던 저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코딩해주세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학원을 다니며 프로그래밍도 하고 나름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도 있고, 프로그래밍을 조금은 할 줄 압니다. 그래서인지 코딩이라는 표현을 더 조심합니다. 기획이나 생각이 배제된 상황에서 코드들을 나열하고 조합하는 단순 작업이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았죠. 그냥 프로그래머들끼리 편리하게 이야기하는 '코딩'이라는 작업의 느낌과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코딩'의 느낌은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2차관님께서는 어떤 의도로 코딩을 활성화 하시겠다는 말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코드와 코딩, 프로그램과 프로그래밍의 어감 차이를 아시고 사용하셨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이 단어의 의미와 그것이 내재하고 있는 장단점, 그리고 그것이 과연 스티브잡스와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 지에 대해서 알고서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양성화 계획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중기적(5년)으로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능숙하게 컴퓨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면서 창조경제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한국판 인류보완계획(?)의 골자입니다.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면서 창조경제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전략이군요.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겠는데, 그리고 5년이 아니라 10년 그 이후에도 유지될 지 모르는 것을 위해 초등학생을 베타테스터로 삼겠다는 말인가요?




좋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 좋은 것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0과1 2진법부터 16진법등에 대한 이해와 PC가 구동하는 기본적인 원리와 역사도 배울 수 있고, 언어를 배워가면서 논리적인 알고리즘을 익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기다 코드들이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장점은 알고리즘을 플로우차트로 만들어 논리적인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싶습니다. 

논리적 사고력을 키웁니다. 물론,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에서 수학이라는 학문들도 충분히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거기다 굳이 '코딩'을 위해 정규교육 과정에 컴퓨터 교육을 집어 넣을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은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규교육화 되어 관심없는 아이들이 어려운 코드들을 붙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군요. 그리고 그를 위해 학원과 과외의 사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왜냐구요? 정규과정이 되어버리면 경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안그래도 민감한 부모들에게 걱정거리를 하나 더 늘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스티브잡스 같은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볼 만한 것이 '인재'라는 부분입니다. 어떤 사람이 '인재'인가요? 컴퓨터 언어에 익숙하고 언어를 잘하면 인재가 되는 것인가요? 미래창조과학부의 관점에서는 그런가 봅니다. 언제는 전인교육을 통해서 다방면에서 유능한 사람을 인재로 만든다고 이것저것 다 시키더니, 이제는 스티브잡스와 같은 인재를 위해 코딩까지 추가하는 것인가요? 문광부 같은 곳에서는 튼튼하고 문화적으로 충만한 사람이 인재라고 말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지요.

나이가 서른 중반으로 넘어가다보니 가장 후회되고 아쉬운 것은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에만 미친듯이 몰두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정규과정에 맞춰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기 위해 익히고 고민하던 것들이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도 합니다. 물론, 그런 과정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기는 하지만, '인재'를 위해서는 그것을 충분히 즐기고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그런 환경을 배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딩'에 능숙한 '코더'들만 양성한다고 창조경제가 활성화되고, 스티브잡스 같은 인재가 툭 튀어나올까요?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오히려 더 적은 확률을 택한 느낌이군요. 실효성이요? 위의 말에서도 있듯이 결과로 나오겠죠. 잘되면 내덕!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컴퓨터 교육의 확장에 대한 실효성은 그다지 없고, 오히려 부담을 늘리는 경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 흥미가 맞고, 잘하는 사람에게 지원을 하고, 문화를 만들어라.


스티브 잡스 같은 IT업계에서의 인재를 바란다면 오히려 더 중요시 해야할 것은 '인문학'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스티브 잡스의 제품들이나 경영방식등이 과연 코딩에서 월등한 것인지, 무엇이 중요한 지를 편리함을 명확히 짚어내고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설득한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할 것입니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근간에는 오히려 인문학이 중심에 있고, IT에서도 오히려 인문학이나 철학등 기초학문이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을 놓치면 안될 것입니다. 최근 대학들에서 기초학문들이 '취업률'이라는 명분으로 사라져가는 추세에서 코딩만 더 강화하겠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뿌리는 신경쓰지 않고, 눈에 잘 보이고 맛있어 보이는 열매만을 노리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걸출한 파트너가 있었습니다. 생각을 하면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구현해주는 사람은 필요합니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프래그래머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스티브 잡스보다 더 가치있게 조명받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입니다. 


자~ 다시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봅니다.

실용학문이 아니라 기초학문이 받고 있는 대우는 어떤가요? 당장 사용하기에만 급급한 기술에 치중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리고 하나에 치중해서 결과론적으로 결과를 낸 사람을 조명하며 이슈화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 외의 사람들이나 이슈에 오르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가치는 너무 격하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오히려 여러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지금 2차관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그냥 미창부의 입장에서 명분을 위한 발언이시고, IT를 위해 진정 튼튼한 뿌리를 만들려는 방식으로는 와닿지 않습니다. 당장, 코딩의 최전선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게임업계는 완전히 찬밥 만들어놓지 않으셨나요? 사회적으로 그렇게 코딩을 찬밥으로 만들고 그것을 개선할 생각은 없으면서 그런 대우를 받을 사람들만 양성하겠다는 소리는 어불성설입니다!




이제 제 의견을 다시한번 정리 해보겠습니다.

사회적으로 특출한 인재라고 조명되는 박태환, 김연아, 손연재 같은 선수들의 예로 생각해봅니다. 그들이 과연 전인교육의 대상인가요? 어릴 때부터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빨리 발견하고 한 우물을 판 사람들입니다. 스티브 잡스도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사회적인 눈치를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던 일을 차고에서 시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결과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과정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응원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있습니까?

코딩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적성에 맞는 것이지요. 그런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더 자유롭고 심화된 과정을 안내해주거나 지원을 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들이 이 길을 걸어도 사회에서 떳떳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미창부에서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컴퓨터 교육, 즉 IT에 대한 교육이 해야할 일은 이것들을 연장삼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더 원활하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법을 익혀가는 것이지, 결코 코딩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해봅니다.

흥미도 없고, 재미없는 아이들이 그 수업에서 어떤 느낌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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