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페이스북 많이하면 진짜 불행해질까?

붕어IQ 2013. 8. 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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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스치듯 읽었던 기사가 있습니다. 

페이스북 쓸수록 불행해진다 - 아시아경제

'페이스북을 쓸수록 사람들이 불행해진다'라는 제목이었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단정형의 문장입니다. 뉴스에서 이런 단정형의 제목을 본다면?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라는 생각하고 넘어갔었죠.

그러다 며칠 뒤 실제로 제가 페이스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 녀석이 저 기사를 인용하더군요. 그 때부터 머리 속에 생각들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사 때문에 이미 생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저 기사를 읽었다는 몇몇 사람들에게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해봤습니다. 의외로 기사의 내용은 읽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적잖게 놀랐습니다.

사실, 위의 기사를 읽다보면 학술적인 발표이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82명의 표본집단에게 2주간 문자로 의향을 물어본 것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성향을 결론 지을 수 없기 때문이죠. 매일 5번의 문자로 감정을 확인했다는데, 저는 그 5번의 문자가 오히려 더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불행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페이스북을 쓸수록 불행해질까요?

위의 경험을 하면서 저는 이 문제를 2가지의 측면으로 접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는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메세지의 위험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였습니다.




연구 결과에서 과연 불행해진다고 말했을까?

뉴스 검색을 해봅니다. 거의 비슷한 제목들입니다. 제목을 읽고 정보를 취하게 되면 "페이스북을 많이 쓸수록 불행해진다"만 머리에 남게 됩니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면 오히려 발표 자료에서는 '불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들여다 볼수록 이용자는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시간 대학 신경과학 연구진이 페이스북 이용자의 감정 변화를 추적해본 결과 페이스북을 많이 이용할수록 행복감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구를 이끈 에단 크로스 교수는 "수십만명이 페이스북에 가입돼 있고 이들 가운데 절반은 날마다 페이스북에 로그인한다"면서 "겉으로 보기에 페이스북은 사회적 연결이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웰빙이라는 면에서는 이용자에게 역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개의 기사들에서 인용한 부분이나 연구결과에서는 '불행'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행복감이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만의 영향으로 불행이 초래되는 것일까요? 하지만, 기사의 제목을 보고 기사를 읽기 시작하면 '불행해진다'로 결론이 유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행복감을 수치적으로 두고 행복과 불행으로 나눈다고해도 개개인의 기준이 다를 것이고, 측정하기도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변화하고 다르게 느껴질 것인데, 측정 시점의 결과들이 만족감이 적다거나 상대적 손실감이 있다는 결과로 전체의 사용성에 대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기사에서는 사실(fact)만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행복이 줄어든다고 불행해진다라는 결론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가 궁금해집니다. 연구결과에서는 말해지지 않은 사실을 제목으로 만들어버린 것이고 기사의 제목만을 본 사람들은 사실적인 정보로 받아들여 벌이게 되는 것이죠. 언론, 즉 매체가 가지는 공증력 때문이기도 하고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지 못하는 상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기사보다 조금은 자극적인 내용이나 제목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성급하고 위험한 제목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 결과로 제 친구 같은 사람은 지금도 위의 제목대로 페이스북을 많이 쓰면 '불행'해지는걸로 생각하고 언제든 활용하겠지요. 


그냥, 기사에서 제목으로 말해진 내용을 수동적으로 학습하지말고 스스로에게 한번만 물어보면 더욱 쉬울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불행해지시나요? 연구결과와 기사가 불행해진다고 밝혀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이 될테니깐요. 


* 이 글은 언론을 나쁘게 말할려는 의도나 공격할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이렇게 제목이 나와도 가능하면 내용을 꼼꼼히 읽고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니 말이죠.




페이스북? 하나의 플랫폼이고,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실, 유사한 명제는 국내에서도 싸이월드때부터 존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에서의 근거 이외에도 다양한 접근을 시도봐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연구결과에서 말하는 상대적 손실감을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보여지는 멋진 모습들 때문에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 당연히 그런것 아닌가요? 수많은 사람들, 특히 관계 속에 엮인 아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 페이스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이 가지는 좋은 일 하나씩만 올려도 수십개나 수백개가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전체의 양으로는 많아보이죠? 하지만, 정작 각 개개인이 공유하는 행복함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숲이 먼저 보이기 때문에 나무들 생각하기 쉽지 않은 것이고, 자신도 나무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모습도 다른 사람에게는 상대적 손실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글과 사진, 동영상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록으로 남겨지는 모습입니다.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거나 관리할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개개인을 그대로 드러낸다기 보다는 개인이 타인에게 보여지고자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의식해서 관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면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위해 더욱 행복하다는 모습으로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야 합니다. 더욱이 지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공유되는 곳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다면 어떻게 할까요? 당장 자신이 포스팅하는 모습을 한번쯤 생각해보고 자신이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들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하나의 문제는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타인이 원하지 않을수도 있는 개인적인 정치적 이야기나 눈살을 찌푸릴 수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여과없이 내놓는 경우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 바라는 것은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기분 좋은 일들일 것입니다. 정보도 좋겠지만, 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가시간을 이용해서 활용하는 플랫폼인데, 굳이 불편해지려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을까요? 잠깐 머리를 식히며 지인들의 소소한 소식들을 쉽게 들으며 짧게 수다도 떠는 그런 공간이죠. 하지만, 그런 공간에 굉장히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거나 노이즈에 가까운 정보들만 계속해서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설상가상으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오히려 원하지 않는 순간에 원하지 않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채워버리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경우이죠. 

저는 타인들의 행복한 모습 때문에 느끼게 된다는 상대적 손실감보다 오히려 여과없이 올라오는 부정적 에너지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은 좋지 않은 이야기에 휩싸이거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부정적 말을 듣고나면 '나인가?'라는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을 생성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페이스북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전부로 생각하거나 인용을 많이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누가 페이스북에서 어떤 말을 했는데 말이지... 라고 시작하는 것은 인용이고 어차피 실생활에서도 발생하는 말 옮기기의 경우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사적인 공간이고 공신력이 없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판단하거나 이슈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군요. 이와 관련하여 너무 많은 사용으로 중독에 가까운 모습이나 일상에 방해가 되는 것들도 조심해야겠지요?


페이스북은 하나의 서비스이자 플랫폼입니다.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자신이 목적한 방향으로 이용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지, 플랫폼에 휩쓸려 자신을 잃어간다면 과감히 플랫폼을 벗어나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그냥 남들이 하니깐, 아! 그냥 페이스북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주 잠시만이라도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 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지, 그리고 타인들에게는 내가 어떤 이미지가 되어갈 것인 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사이에서 즐거움이 더 큽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과연 페이스북을 쓸수록 불행해진다는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는 지, 그리고 스스로도 그렇게 불행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시는 지 궁금해지는군요.


당신은 진짜 페이스북 쓸수록 불행해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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