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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2013 집중분석] 갤럭시 기어, 점하나 먼저 찍으려다 큰 오점 남기나?

붕어IQ 2013. 9. 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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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2013과 관련된 첫글에서 조금은 아쉬운 말들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소식들을 통해서 삼성의 갤럭시 기어를 만나셨을 거시고, 이런저런 장단점을 들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곳 베를린에서 갤럭시 기어를 만져보고는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계속해서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에 우선 뽑아내어 정리를 해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외형과 실착


갤럭시 기어의 외형입니다. 전시용으로는 일단 나온게 샴페인 골드뿐이라서인 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응?'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팩등에서는 다양한 색상이 있어서 흰색의 스트랩과 어울렸을 지는 몰라도 샴페인 골드로 만나는 첫 인상은 이쁘다는 느낌도 없고, 조잡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호불호가 나뉘어지는 부분임에도 이렇게 첫 반응을 강하게 말하는 것은 실제로 보게되면 도금도 적당히 한 느낌도 있고, 컬러/메탈/스트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아래의 메탈과 두껍게 보이는 부분이 보조배터리라서 그렇다고쳐도 조금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전시용이라 실사용보다 많이 사용되어 자주 교체를 한이 있더라도 몸에 걸치는 물건인데, 착용감에 대한 첫인상을 가장 중요시 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군요.

그리고 착용하는 방식도 클립스타일로 물어주게 되는데, 제가 유사한 방식의 제품들을 써 본 경험으로는 착용기간에 따라 느슨해지는 부분들이나 조금 불편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식이기도 합니다. 물론, 새로운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편리하다는 인상을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래도 손목에 차봐야 좀 더 명확한 느낌이 있을 것 같아서 손목에 착용을 해봤습니다.

제 손목이 원래 시계를 좀 많이 가리는 체형이기는 하지만, 뭔가 몸에 맞지 않는 것을 걸친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아무래도 또한번 보조배터리를 감안해야하겠지만, 보조배터리를 탈착해야 한다면 착용감의 차이도 감안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거기다 아까 외형에서 짚었던 고정 방식인데, 보조배터리를 착탈해야 한다면 구멍을 매번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일상에서 끼는 시계와 같이 착용을 해봤습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굳이 제 손목에는 올려놓고 싶지 않는 분위기군요. 디자인과 실착에서 기존의 아이팟 터치 초기모델에 스트랩을 붙인 것보다 오히려 덜 이쁘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외형과 디자인 실착 모습에서 저는 긍정적인 측면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기능? 어디다 쓰는 물건인고?

다음으로 살펴볼 갤럭시 기어의 모습은 기능적인 측면이 될 듯 합니다.

시계로써의 의미보다는 아무래도 스마트폰과의 연동, 그리고 독자적인 앱의 활용이 중심이 되는 기기로 포지셔닝이 되어야 할테니 말이죠. 하지만, 갤럭시 기어를 손목에 차고 기동을 시키고 이래저래 앱을 눌러봐도 그다지 눈에 걸리는 기능은 없습니다. 뭔가 많아보이기는 하고 정보에 의하면 SDK를 배포하여 더 많은 앱들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앱들을 보면서도 이거에 뭘 더 채워야 쓸만해질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문자의 수발신, 알림의 전달, 음악, 갤럭시 S4에서 부터 등장한 만보기, 그리고 그나마 차별성이 보였던 것은 라인?

카메라 기능은 디자인에서도 그렇지만, 실제로 시계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손목을 꺾어야 전방이 보일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제 손목이 특이해서일 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어깨 높이에서 가슴쪽으로 완전히 땡껴서 찍는다면 그나마 좀 편한 느낌이더군요. 다른 기능들은 개인의 활용성에 기반해서 판단해야 할 듯 합니다.





하지만, 갤럭시 기어에서 가장 큰 오류는 전원 버튼만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심플하게 버튼을 줄이니 괜찮지 않느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들어올리면 시계가 보이는 등의 UI로 보완을 한 흔적도 보입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제품의 의미와 함께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생각해야하는 제품에서 경험의 연동은 까먹은게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왜냐구요? 기능을 선택해서 한 단계 들어가고 나면 다시 나오질 못합니다. 전원과 함께 홈키의 역할을 하는 버튼을 눌러야만 하는 것이죠. 아~ 왜? 아이폰도 그렇잖아? 라고 하신다면 할말이 없어집니다. 그렇다면 갤럭시 기어는 아이폰과 연동도 되었어야 할 제품이고 오히려 아이폰에 더 어울리는 UX를 가진 제품이 되어버리고마니 말이죠.

제가 모르는 다른 사용법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직접 경험해본 갤럭시 기어는 직관적으로 뒤로가기(back)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잠깐 만지는 사이에서도 전원버튼을 몇번을 눌러 다시 진입하고 살펴보는 불편이 상당히 크게 다가와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터치를 활용하는 것이 장점중 하나인데, 터치만큼 물리 버튼을 눌러야 했으니 말이죠. 그것도 누르기 쉬운 위치는 아니었습니다. 어릴적 돌X 전자시계의 불빛을 누르던게 훨씬 편했다는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일단은 시계인데, 시계 본연의 기능은 어디로?

또하나의 안타까운 점은 시계 본연의 기능마저 애매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피처폰부터 스마트폰까지 시계를 대신하고 있는 물건들이 많지만, 그래도 시계의 본래 목적은 시간확인입니다. 그런데, 그냥 슬쩍 손목을 돌려서 시간을 확인하거나 가볍게 움직이는 정도로는 활성화되지 않더군요. 그 말은 시간을 볼려면 버튼을 누르거나 일정구간의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배터리의 문제 때문에 지속적으로 활성화를 하지 않은 듯 하지만, 그것을 위해 너무 큰 것을 희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보기나 MP3는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지 굳이 손목에 차고 다니고 싶지 않으니 말이죠.


하지만, 라인등의 서드파티를 발빠르게 포섭하고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일단, 프로토 타입의 의미로 시장에 점을 먼저 찍어두고 발전시켜도 좋은 것이고, 앱의 활용성은 높여가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콘 4개 겨우 들어가는 공간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사용자들의 편의를 채워줄 지는 앞으로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졌습니다.




시장에서 점 하나 먼저 찍으려다, 큰 오점을 찍는게 아닐까?

갤럭시 기어를 실제로 체험하고 나서면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정말이지 하나였습니다.

'너무 서둘렀다...'

경쟁사들의 웨어러블(wearable)경쟁에서 패스트 팔로우가 아닌 점 하나 가장 먼저 찍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성급하게 내놓은 제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UX의 부분과 알려진 배터리 사용 시간등은 '불편과 불안을 감수하면서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더군요.


그리고, 제품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인데 초반부터 이미지를 깎아먹는 프로모션마저 진행되고 있더군요.

'갤노트3' 예약 주문하면 갤럭시기어 반값? - 전자신문

이것은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프로모션일까요? 갤럭시 노트3를 위한 호객용의 의미일까요? 그냥 단순히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내보내서 마케팅적 수치를 위한 방법일까요? 갤럭시 기어가 상당히 호감을 주는 첫인상을 남겼다면 위와 같은 프로모션에 손바닥이 터질 듯 박수를 보내야하겠지만, 등장한 첫날, 갤노트3 예약주문용 프로모션 도구로 전락해버린 느낌입니다. 만약, "갤럭시 기어 구매하면 갤노트3 할인"이었다면 아마 이미지와 기대심리는 상당히 달라지겠지요? 나오자마자 개밥에 도토리마냥 잡지에 끼워진 별책부록으로 스스로 이미지 포지셔닝을 한 꼴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의도는 그냥 뭔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압박과 초기 선도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부른 오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이런건 먼저 했다!"라거나 특허나 상표등록등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모를까, 실사용자들을 배려한 부분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품은 사용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져야 하는데, 과연 갤럭시 기어에서 사용자는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요?




안그래도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르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운좋게 행사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녀석이었지만, 4년전 가치를 몰라봤던게 미안해지더군요. 갤럭시 기어를 체험하고 난 뒤 바로 이 녀석을 만나서 그랬는지, 비교되도 너무 비교되더군요. 차라리 이 녀석이 지금쯤 G Pad와 함께 출시되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셀카뿐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문자 수발신과 통화 송수신이 가능하고, 백버튼 등으로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고, 시계도 지속됩니다. 4년 전과 달리 서드파티 앱들의 수신도 알게 모르게 꾸준히 진행되었다는 말은 오늘 알았지만, 어찌 4년전에 실현한 기술들마저 놓치고 새로운 시장에서 점하나 찍겠다고 뛰어나왔는지 이해가 쉽게 되지 않습니다. 기회가 되면 실제로 두 기종을 허심탄회하게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군대에서 자주 듣고 자주 쓰던 말이 스쳐가는군요.

"군대라는건 말이지. 그냥 점하나 찍는거야. 긴 시간에서 점 하나. 근데 말이지... 그게 겁나게 큰 점이라는거야!"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될 지? 큰 오점으로 긴 시간에 기록될 지? 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나올 듯 합니다. 엄청 개선을 하고 발전을 하더라도 오늘의 큰 점은 흑역사로 새겨질 것 같기는 합니다.


글을 정리하며,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있는 녀석이기 때문에 갤럭시 기어를 고려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체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추가

- 아무래도 이상한 기분이 남아서 오늘 다시 삼성 부스를 방문해서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백(뒤로가기) 기능은 있습니다. 상단 프레임에서부터 아래로 내리는 단순한 동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학습되지 않았던 것은 반응성의 문제라고 생각되는군요. 학습이 된 상태로도 반응성이 늦어서 조금은 확인하고 기다려야 하는 정도랄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카메라가 실행되고 그래서 오작동인 줄로만 았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갤럭시 기어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정도 반응성이라면 여전히 갈 길은 멀었고 너무 급했다는 위의 논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도 행사장에 다녀올 예정이라 글이 조금은 늦어지겠지만, 다음은 아마도 이 녀석에 대한 집중탐구가 이어질 듯 합니다. 달싹~달싹~ 하는군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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