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애플에게 더이상 혁신이 없다?

붕어IQ 2013. 9. 26. 17:29
반응형

아이폰 5s가 나오고 또다시 이야기가 나온 '혁신'

당연한 듯 애플에게 더이상 혁신은 없다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언론들이 있었고, 저도 다시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혁신'이라는게 매 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능한 것이고, 매번 뉴스거리가 될만한 일인지부터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혁신'이라는 말 때문에 생겨나고 있는 안타까운 트렌드도 보이는 것 같아 이번에 정리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혁신은 무엇이고, 왜 애플에게 유독 혁신을 기대하나?



혁신 (革新) [혁씬]

[명사]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유의어] 개신2, 변혁, 쇄신1


- 네이버

우선, '혁신'의 의미부터 생각해봤습니다. 혁신은 뜻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롭게의 범위가 애매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야 할 지는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개인차마저도 초월해서 누구나 인정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진정한 혁신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애플에게 혁신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주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어 정도가 주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애플에게 혁신을 기대하는 이유는 아주 예전인 apple ][부터 매킨토시, 아이맥, 아이팟 등 더 많은 제품들이 있었고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제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기존의 제품들과 차별점을 가지며 사람들에게 '혁신'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고 생각됩니다. 


애플은 시장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의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느낌을 선사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유사한 제품군은 있지만, 애플만의 차별화된 모습(디자인, OS, 인프라 등)으로 새로운 포지셔닝을 가져가면서 차별화가 되고 유일한 영역의 제품처럼 각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MP3 플레이어 중에서 'iPod'이 되었고, 블랙베리등이 기세등등하던 스마트폰에서도 'iPhone'을 심었습니다. 'iPad' 많은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예상 속에서도 대히트를 치며 패드류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니깐요. 그리고 그 사이에 애플은 iTunes와 iCloud 같은 굵직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사용자들의 환경까지 변화를 시켜왔기 때문에 '혁신'이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보여왔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애플의 '혁신'은 사실 스티브 잡스의 힘이 크다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뛰어난 키노트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별하게 포지셔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주위에서 뭐라 그래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고집스레 유지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믿음 같은 것을 보여주는 1인 브랜딩까지 도맡아 해왔으니 말이죠. 새로운 플랫폼의 제품을 내놓고 사람들에게 변화와 혜택을 명확하게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애플에게는 '혁신'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자주 따라다니게 된 것이죠.



지금의 애플에게는 혁신이 없을까?

이제 '애플에게 과연 혁신은 없는가?' 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해봅니다.

특히, 잡스 사후 팀 쿡 체제의 애플에게 유독 많이 들리게 되는 말이었고 새로운 발표회마다 꼬리표마냥 따라다닌 말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사실, 잡스가 있을 때에도 항상 따라다니던 말이었지만 잡스의 부재를 이용하고 비교하며 강도가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팀 쿡 체제가 자리를 명확히하고 절치부심 자신들만의 색깔을 정비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고, 이제서야 서서히 그들이 그려놓은 밑그림이 나오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잡스의 1인 브랜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애플이 아닌 팀 쿡 체제의 애플이 이제서야 시작되는 것이죠. 하지만, 팀 쿡은 시작부터 애플이 가져왔던 '혁신'의 유전자를 그대로 계승해야 한다는 압박 아닌 압박을 계속해서 받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잡스에게 강하게 덧씌워져 있던 '혁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를 것인지? 아니면 자신만의 색깔로 리포지셔닝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이고, 저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WWDC 2013에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발표들이 많았습니다. iOS7과 매버릭스(OS X 10.9), 그리고 iRadio와 같은 굵직한 서비스의 변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모습의 맥프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5s/5c의 발표와 정식으로 iOS7이 배포된 시점에서 진정한 팀 쿡 사단의 모습이 발현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애플의 새로운 색깔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매버릭스에서의 OS X의 내적변화와 iOS7의 UI들, 새로운 iRadio 서비스, 아이폰 5s에서의 기능 추가와 향상 같은 것들은 과거라면 '혁신'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용자 경험에서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들이 많고, 마케팅에서도 많은 변화와 구조변화를 이끌 수 있을 법한 변화들인데, '혁신'은 없다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혁신'의 자극보다 '진화'를 선택했다?

저는 최근 애플에게 '혁신'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혁신'에 대한 기대감과 자극이 높아진 것이고, 또하나는 팀 쿡이 '혁신'의 이미지보다 내실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첫번째로 혁신에 대한 기대감과 자극이 높아졌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몇년간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전은 정말이지 빠르고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도입기와 성장기에 있었던 스마트 디바이스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들과 서비스들을 발굴해낼 기회도 참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묵은 것들이나 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바꾼다는 '혁신'의 의미를 부여하기 좋은 기회들이 많았던 것이죠. 아이패드와 아이클라우드, 맥북에어의 참신함들이 이렇게 기존의 사고 방식을 바꾸어 완전히 새롭게 보여지는 좋은 예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스마트 디바이스는 이제 일상이 되어가고 더이상 새로운 것은 없을 정도로 완숙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이제는 수많은 자극에 적응이 되어서 역치(자극수용점)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어떤 제품과 어떤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혁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이미 선보인 구글글래스나 루머로 떠도는 'iWatch'정도가 사람들에게 임펙트를 주고 생활에 스며들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똑같은 플랫폼인 스마트폰에서 더이상 사람들에게 '혁신'이라 불릴만한 기술이나 환경의 변화는 상당히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기대치와 역치가 상당히 높아진 탓이고, 이미 완숙기에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계속해서 혁신을 바라는 것은 도입기와 성장기의 임펙트 있었던 경험과 자극에 길들여져 버려서 더 높은 자극을 원하게 되었고, 과거 혁신이라 불릴만한 것들마저도 이제는 '진화'나 '발전' 정도로만 느끼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주기에서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지만,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변화의 폭과 자극을 기대하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혁신이 없었다고 느끼게 될 뿐인 것은 아닐까요?




두번째는 팀 쿡 체제의 색깔을 두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팀 쿡이 나오는 키노트에서는 사람들을 들었다놨다 하는 '와우 포인트'나 '어썸! 포인트'가 적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조금은 무난한 키노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팀 쿡이 '혁신'으로 포장하고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과장하거나 포지셔닝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이 약한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지는 느낌으로는 굳이 잡스의 스타일을 따라하며 애플을 포장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이폰 5s의 발표만 하더라도 하나로 집약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몰았다면 크게 자리잡을 수 있는 요소들이 몇가지 있었음에도 조금은 평이한 키노트로 마무리를 하더군요.

하지만, '혁신'이라고 말할 지 않았지만 혁신급의 변화들은 분명히 있있고 사람들이 외형이나 이름에서 느끼지 못하지만 내적인 큰 변화를 준비했습니다. 이 정도의 변화의 폭을 두고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는 '진화'라는 정도의 표현으로 나름 정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진화'의 큰 중심은 내적인 변화를 크게 인지하지 못하지만 경험을 지배하고 습관을 만들려는 노력은 충분히 진행중인 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팀 쿡이 만약 '혁신'을 이야기하게 된다면, 아이폰 5s와 iOS7의 경험이 쌓이고 매버릭스의 연계도 준비된 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요소들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한창 준비중이고 그것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죠. 여러가지 요소에서 경험을 늘리고 쌓아둔 후,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퍼즐이 한번에 맞춰질 수 있을 때가 올 것이고 그때가 되어서야 '혁신'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진짜 'iWatch'가 등장할 때쯤이 될까요? (iOS7등도 아이워치를 위한 변화가 보이기는 합니다.)



애플은 혁신이라 말하지 않을 뿐

애플의 변화를 두고 혁신이라고 기대하고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극과 새로움을 기대하는 사용자들이나 이슈를 원하는 언론들이 아닐까요? 애플이 스스로 '혁신'이라고 밝힌 경우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와 지인들은 '진화'라고 구분지어본 변화의 폭도 상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스며들듯 사용자들의 경험을 바꾸어 놓을 것이고, 어느순간에 당연한 것들로 받아들여지고 기준이 될 만한 것들이 숨어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혁신'이라는 단어에 가려져 변화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실망을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그래도 '혁신'으로 보이기 위해 작은 기술들의 변화를 마케팅으로 뻥튀기 하거나 억지로 포지셔닝하며 강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반대로 가져보는군요. 애플은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도 말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방식으로 변화와 진화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죠.


혁신, 과연 애플에게 혁신만을 기대하며 변화들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필요가 있을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