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라운드, 마케팅의 의미를 넘어 소비자에게 의미를 부여하라.

10월 11일, KES 2013이 열리는 일산의 킨텍스(KINTEX)를 찾았습니다.

시간이 안 맞아 일찍 못갔었지만, 마지막 날 운이 좋게 갤럭시 라운드가 공개되어서 직접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실물을 직접 만져보지 않았다면 저도 조금은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잘나온 모델에 재미있는 가능성들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갤럭시 라운드 - 갤럭시 노트3를 휘어놓다?

갤럭시 라운드(Galaxy Round)는 아시다시피 스펙이나 UI등이 최근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3를 닮아있습니다. 배터리 양만 근소하게 작을 뿐이지요.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노트3를 떠올리고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갤럭시 라운드를 실제로 손에 잡아봤습니다. 사진으로는 많이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외로 라운드된 화면에서 이질감을 느끼거나 왜곡되어 보인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냥 노트3의 화면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각은 그렇게 유사했지만 손에 잡히는 느낌은 또 다르기 때문에 미묘한 경험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전면에서 보거나 전체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역시나 노트3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갤럭시 라운드 최대의 차별성은 휘어져있는 바디와 디스플레이이고 여러가지 각도에서 쳐다볼수록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상당히 미묘한 느낌을 가지게 되더군요.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정확하게 맞대었다면 좀 더 휘어진 정도를 좀 더 체감하기 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휘어진 정도는 아주 크지 않다는 정도를 체감하면 좋을 듯 합니다.



확실히 각을 주고 살펴보면 갤럭시 라운드의 곡면은 그리 크지 않을 정도의 휘어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나 미묘합니다. 굳이 이정도의 휘어짐으로 어떤 차별성을 만들어내거나 또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래서 과연 소비자들에게 어떤 혜택과 경험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깊어지게 되더군요.



갤럭시 라운드의 그립감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5.7인치 모델이라서 그립감이 아쉬울 것 같았지만, 노트3에 비해서도 그렇고 다른 기종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뒷면의 디자인으로 그립감을 만족시킨 LG G2와는 또다른 접근이라는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트3부터 들어간 한손 UI의 활용성에 있어서 노트보다 더욱 안정적인 그립과 사용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한손 UI는 칫솔님의 동영상을 참고해주세요. http://youtu.be/Da_aLWECtM8)



개인적으로 참 아쉬웠던 것은 노트3에 적용된 '그릴'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틸을 자잘하게 선으로 나누어놓아 접지력이 좋아서 바닥에서 들어올릴 때 상당히 좋았던 느낌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갤럭시 라운드에서는 라운딩된 바디 라인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었는 지? 아니면 곡선에 그릴을 넣기 힘들었는 지? 빠졌더군요. 디스플레이를 위를 향하게 놓았을 때는 분명히 그립을 만들기 편리했지만, 반대로 기와형태(볼록한 뒤가 위로 향하게)를 했을 때는 의외로 손가락 끝에 접지를 만들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UI도 그렇고 뒤집어 놓았을 때에 대한 고민이 아직은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마케팅의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의미를 가질 듯!

제가 부스에서 갤럭시 라운드를 만지작하고 있으니 옆에 나이 지긋하신 분께서 옆에 있던 젊은 직원에게 "그래서 이렇게 휘어놓은 이 녀석의 의미는 뭐야?"라고 물었고, 젊은 직원은 대답하지 못하더군요. 사실, 갤럭시 라운드를 두고 의미를 함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도 생각을 여러가지로 해봤지만, 크게 2가지 측면으로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기 때문이죠. 사실은 2가지 측면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서 시작하기는 합니다.


하나, 휘어지는(flexible)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휘어진(curved) 스마트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두고 여러가지로 접근을 할 수도 있고 논쟁이 될 수도 있을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론에서는 휘어놓은 형태를 취한 것' 저는 갤럭시 라운드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분명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인정을 해야하며, 앞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발전을 해도 갤럭시 라운드는 '최초'라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삼성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큰 점 하나를 찍은게 맞습니다.


여기서 곁다리로 논쟁이 될만한 플렉서블의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가진 기대나 약간의 환상과 현실적 구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연등을 보면 유연하게 몇번이나 휘어진 디스플레이의 모습만을 봐왔고 접고 펼 수 있을 만큼의 사용성을 기대하는 프로모션 동영상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사용에서도 그러한 플렉서블의 모습만을 너무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반문해봅니다. '에이? 겨우 커브드잖아?' ... 커브드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요?



디스플레이는 이미 플렉서블을 실현할 단계이지만, 과연 나머지 부품들은 어떨까요?

유기적인 연결과 케이블은 그렇다치더라도 배터리에서 현재의 기술에서 난관을 맞게 됩니다. 갤럭시 라운드도 노트3에 비해 배터리 용량을 줄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휘어지면서 차지하는 디자인에서의 용적 손실을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뉴스로 듣는 휘어진(curved) 배터리는 아직까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더해보면, 완전히 유기적으로 휘어지는 배터리가 나오기전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플렉서블한 사용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배터리가 휘어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해도 완전히 플렉서블하면서 현재 수준의 효용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전체제품은 커브드에서 멈출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한계 속에서도 삼성은 갤럭시 라운드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 한 것입니다. 시제품등이 아니라 소량이건 어쨌건 일단 용화를 했고, 상징성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가지는 여러가지 의미와 이슈성을 생각하면 상당한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당장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봅니다. 



둘, 스마트폰에서 진정한 '세계최초' 타이틀을 가지다.

최근 삼성의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서 삼성이 가진 큰 전략이 변해가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됩니다. 삼성이라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패스트팔로워(Fast Follwer)'. 최초도 아니고, 혁신도 아니지만 빠르게 기술을 답습하고 보급하여 시장을 잠식해오며 무시하지 못할 거인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커진 시장에서의 입지에 비해서 삼성이 가진 이미지는 항상 패스트팔로워나 언론플레이등의 조금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시장이 포화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고, 이제는 단순한 스펙이나 UI등의 변화로는 자극점이 높아진 소비자들에게 차별성을 보여주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듯 합니다. 그래서 삼성은 새로운 플랫폼의 개발이나 삼성만의 포지셔닝을 위한 욕심을 내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삼성의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시장에 대한 욕심은 '갤럭시 기어'에서 가장 눈에 띄게 들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갤럭시 라운드에서 '세계최초'라는 상징적 의미를 단순히 제품의 기술이 아니라 플랫폼이나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전략이 이미 있었고, 한 부분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아도 좋겠지만, 2013년 후반기 삼성이 내놓는 제품들을 보면 지금까지의 방향성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은 단순히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가진 상징성만을 원한게 아니라 앞으로의 시장개척과 이미지 쇄신을 위한 초석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위에서 살펴본 마케팅 관점에서의 '의미'는 삼성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의 의미를 떠나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줄 '의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갤럭시 라운드를 바라보며 제품 자체에서 가장 큰 의미가 되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곡면 디스플레이의 장점과 혜택'의 부분입니다.



삼성은 '라운드 인터랙션'이라는 이름으로 기울어짐을 활용할 수 있는 몇가지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위에서처럼 시간과 부재중 전화, 문자, 배터리량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바닥에 놓여진 상태에서만 가능한 기능이고, 기존의 에어제스쳐에서도 가능한 기능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가로보기로만 제공이 되기 때문에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가 위를 향하게 가로로 놓은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이죠. 그럴 것 같으면 세로보기도 가능한 에어제스쳐가 좀 더 유용한 사용성이라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다음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은 잠금화면에서 기울기에 따라 물이 차는 느낌을 표현한 것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단순한 재미요소나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는 선에서 현재는 머물러 있습니다. 솔직히 몇번만 해보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에서는 큰 활용성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울기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사운드 콘트롤과 관련된 기능이었습니다. 기울기를 이용해서 터치등의 U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울기를 활용해 톡톡 전곡/다음 곡을 콘트롤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화면이 잠긴 상태에서만 동작한다고 하더군요. 저의 생각으로는 이 역시도 아직 재미요소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합니다.



갤럭시 라운드의 UI는 '라운드 인터렉션'이라는 이름만으로 차별화를 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모습입니다. 노트3의 UI를 베이스로 휘어진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몇가지 기능들을 단순히 커스터마이징한 수준이라는 것이죠. 있는 것들에서 '휘어짐'을 응용할 수 있는 몇가지 기능들을 급조한 느낌일 뿐입니다.


이렇게 KES 2013에서 경험해본 갤럭시 라운드는 마케팅에서의 의미에 비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체감되는 의미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결론입니다. 수율의 문제도 있겠지만, 소량 생산으로 급하게 만들어낸 듯한 느낌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경험과 제품으로써 의미를 가지기 보다는 마케팅적 의미에 무게중심을 더 많이 실었다는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현재보다 앞으로를 기대하게 해준다.

저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곡면의 방향성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안드로이드의 16:9 비율을 따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동영상을 떠올리고 가로보기의 활용을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라운드된 방향성 때문에 영상이 위아래로 찌그러져 보이거나 그러지는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LG에서 준비중인 세로로 휘어진 방향성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부분과도 연결이 될 듯 합니다. 실제로 경험해 본 갤럭시 라운드는 의외로 왜곡이 없었고,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등을 보는 거리내에서는 이질감이 별로 없었습니다. 곡면 OLED TV 등에서 말하는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생각한다면 LG의 방향성이 좀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스마트폰이라는 기본 전제에서 전체적인 UX를 생각해보면 의미는 또 달라질 듯 합니다.


마케팅과 제품 자체가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를 포함해서 갤럭시 라운드에 대한 개인적인 총평은 "이 녀석 의외로 재미있네! 업그레이드로? 다음엔? 뭘 더 보여줄래?" 입니다. UI는 급하게 만들어진 모습으로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마케팅적 의미를 위해 급하게 진행된 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충분히 점점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보면 또다른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살짝 우스개처럼 들리겠지만, '라운드 인터렉션'의 보기 기능을 활용해서 '고양이들을 위한 어플을 만들어도 괜찮겠는데?'라는 생각도 스치더군요.


저는 그래서 앞으로의 모습에 기대를 해보게 되더군요. 일단 UI의 측면에서는 노트3와 차별성이 거의 없어보였지만, 그립감이나 곡면의 시각정보, 터치의 느낌 등을 포함한 UX에서는 갤럭시 라운드만의 독특함을 충분히 가졌기 때문입니다. 호불호와 장단점은 갈리겠지만, 익숙함을 살짝 내려놓고 바라보면 은근히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녀석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휘어진' 외양에 치우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무게와 파손에 강한 장점이라고 생각되는군요. '휘어야 한다', '휘어서 활용해야 한다'라고만 생각하면 지금은 더없이 부족하겠지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덕분에 파손이나 관리에 대한 편리가 증대될 수 있다는 측면도 놓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수율이 좋아지고 보편화되면 그냥 펴서 사용해도 좋은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하니깐요.




그리고 갤럭시 라운드를 만져보고 난 뒤, 머리 속에서 MS사의 '아크터치(ARC TOUCH)'가 계속 떠오르더군요.

눈치 채셨나요? 굳이 배터리 커브를 열어 배터리까지 확인해본 것은 현재의 기술에서 적용이 가능할 만한 다음 단계를 보고 싶었고 상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의 사이즈등을 고려한다면 일정 부위만이라도 우선 아크터치와 같은 활용성을 접목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평소에는 펴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 단계별로 좌우를 접을 수 있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갤럭시 라운드라는 생각을 가져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