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작가님의 작품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영화화를 한다고 들었을 때, 기대를 하기 시작했었고, 캐스팅된 멤버를 보면서는 정말 기가 막히게 캐릭터들을 살려줄 것으로 기대를 하게 되었다.
5월의 부처님의 자비로 찾아온 연휴의 늦은 밤, 여자친구와 극장을 찾았다.
원래는 개봉일에 보고 싶었으나, 5월이다 보니 서로 조금씩 미루게 되었던 아쉬움을 풀어야지!
둘 다 이미 책으로 읽었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기 때문에 둘 다 같이 설레이며 살짝 졸린 것도 이겨낼 수 있었지~
희극화 되어있지만, 우리의 일상이고 찐한 가족에 대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고령화 가족의 영화는 좋았다.
검증된 배우들의 연기들이 원작에서 느꼈던 캐릭터들을 정말 잘 소화해주고 과장되고 희화된 상화이지만, 너무 오버스럽지 않게 느껴지게 만들어준다. 원작에서도 화자인 인모의 상상이나 인모의 관점에서 느끼는 점들이 조금은 판타지적인 부분들이나 조금 시니컬한 부분들이 있어서 현실성이 조금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과한 효과를 통해 억지스러운 웃음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선에서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이 납득할 만한 희화성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고령화 가족은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그렇지만 생각을 남겨준다.
극단적 프로필. 한모, 인모, 미연, 엄마, 민경... 이렇게 다섯은 정말이지 연령과 시대를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극단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며 어쩌면 그 나이대에 있을 아픔이나 시선과 답답함 등을 대변해준다. 그렇게 극단적인 다섯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다시 모여살게 되면서 얽히고 섥히며 만들어내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현실에서 멀어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에 대해서 조금 더 극단적인 설정을 취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여섯명의 다 다른 캐릭터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던 나로서는 상당히 공감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극이 진행될수록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깊게 조명해주기도 하는게 고령화 가족이다.
"사람은 어려울 때일수록 잘 먹어야 힘을 쓰지"
라는 엄마는 타인의 시선에서는 실패한 인생들인 아들, 딸들이 찾아와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안아준다. 그리고 묵묵히 '고기'를 해주며 그들을 먹인다. 단순히 음식을 먹인다는 행위에서 위안을 얻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 '가족'이라는 끈을 놓고 남보다 못하게 꼬여있는 구성원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고령화 가족은 어찌보면 진정한 가족들의 구성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엄마, 아빠가 조금은 복잡하게 꼬여있는 삼남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어찌보면 가족의 구성이라는 끈이 느슨하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렇게 은근한 앙금이 남은채 40이 넘을 시간들을 살았으니... 하지만, 그들이 다시 가족이 되는 과정을 영화는 극단적 캐릭터에 맞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 시작점이 엄마의 밥상과 고기이다. 천명관은 가족 이전에 아마도 '식구'를 전제했던 것 같다. 한 지붕아래에서 밥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식구. 그들의 구성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식구에서 시작해서 서로를 다시 이해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준다.
"초라하고 찌질찌질해도 사람은 살아진다. 그게 한 사람의 인생이고 역사이다"
정말이지 초라하고 찌질하다는 말이 어울릴만한 캐릭터들의 삶을 엿본다. 영화를 보는동안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상황들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꼬래 어른이라고 또는 가정에서 나름의 포지션이 있다고 자존심들은 있다. 그런 상황이 묘한 언밸런스를 이루며 웃음을 만들어준다. 영화의 프로모션에서도 자주 등장하지만 극단적인 프로필이 맞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살아간다. 그리고 어쩌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시작으로 다시금 그것을 깨닫고 초라하고 찌질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밖으로 나돌며 인생의 풍파에 휩쓸려 조금은 잃어버리고 살게되는 삶에 대한 의미와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현재에 충실하며 의미를 가져보자는 메세지를 남겨주는 것이다.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소개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엉키며 만들어내는 부조화. 그리고 그것을 식구에서 가족으로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되는 엄마의 울타리. 싫어도 미워도 가족이기에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과 가족이라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았던 말들을 토해내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
남들보다 잘나야하고 남들보다 멋져야한다는 사회적 압박으로 가득한 현대에서 조금은 초라하고 찌질하더라도 삶에 대해 긍정하고 살아가자는 메세지를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풀어낸 영화가 고령화 가족인 것이다.
원작과 비교를 해보면... 영상으로 말해줄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령화 가족, 베지밀에 콩가루 타마실 극단적 캐릭터와 아스트랄한 상황전개가 주는 가족의 의미 - 붕어IQ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 가족'은 표지부터 심상치 않았고, 첫장부터 아스트랄한 전개와 꿈꿈하니 찌질한 인모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혼자만의 삐뚤어진 시선도 보여지고, 판타지에 가까운 상상도 가끔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극단적으로 우울하고 찌질한 인간궁상들을 그려내는 모습, 자괴감과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인모가 이끌어가는 가족의 일상들이 아스트랄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게 관점을 옮겨갔고 영상화를 해야했기 때문에 묘사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들의 과거나 상황에 대한 묘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인모가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는 강뚝과 거기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영화상에서 통으로 빠져버린 것도 원작에서는 화자인 인모의 성격이나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나름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의 무게감이 영화에서는 분산되기 때문이기도 했고, 인모 중심의 '인생'의 대한 관점보다는 영화는 캐릭터들이 어울어지는 '가족'으로 무게중심을 살짝 옮겼다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겠지.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마지막 부분으로 해외로 수자와 도망치는 한모가 아니었고, 인모가 아킬레스건을 절단 당해 캐서린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부분이 빠진 것이다. 역시나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더욱 효과적인 것이고, 수자와 같은 동네에 남은 한모의 절뚝거리는 모습으로 강조하게 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인모가 한모 대신 약장수에게 아킬레스를 절단 당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캐서린과 단순하고 덤덤하게 보내게 되는 그 시간이 인모를 바꾸어놓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것이고, 천명관이 '고령화 가족'에서 어찌보면 가장 말하고 싶었던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살아진다, 살아간다, 살아갈 수 있다는 조용하지만 강한 메세지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라하고 찌질하고 궁상맞지만, 살아지고 못났더라도 가족들이 있고 그래서 기대기도 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네 일상적인 삶이 아닐까? 욕심에 타인의 시선에... 떠밀리듯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를 찍는 의미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자 영화이다.
극단적인 프로필로 묶인 가족들을 통해 각각의 케이스와 연령대와 삶을 표상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게 '가족' 아니겠는가?
Epilogue...
영화를 보러 가면서는 노량진에서 회 사라 떠서 가자고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했지만, 영화를 보는동안 둘은 자연스럽게 삼겹살을 찾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특별한 이유없이 삼결살 한 판 꾸워먹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 '고령화 가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