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레퍼런스 3형제가 보여주는 4가지 사실


허리케인 때문에 구글의 행사는 비록 열리지 않았지만, 넥서스 4 와 넥서스 10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한번에 스마트폰과 10인치 태블릿의 레퍼런스를 발표해 얼마전 발표한 넥서스 7과 함께 현재 통용되는 3가지 사이즈의 레퍼런스를 쏟아내게 되었습니다.

The LG Nexus 4 Gets Official: 

4.7″ Screen, 8 Or 16GB of Storage, And Android 4.2 Starting At $299 Unlocked

Google's Nexus 10: 2,560 x 1,600, 300 ppi display and Android 4.2, 

shipping November 13th $399

두 기사에서 공통적인 것은 스펙과 가격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둘 다 디스플레이의 스펙이 전면에 나오고 가격이 강조되는 느낌이긴 합니다.

넥서스 4와 넥서스 10의 스펙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이건 구글이 큰 획을 그을려는 심산으로 이번에 레퍼런스 3형제를 뽑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요.




하나, 안드로이드의 가격 기준을 세운다.

지금까지 구글의 레퍼런스 제품들은 스펙이나 가격 등에서 월등한 장점을 가진다는 느낌이 적었습니다.

새로운 기능이나 기술환경에 맞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넥서스 10과 넥서스 4은 스펙에 비해 가격이 너무 착하게 출시가 되었습니다.

물론 레퍼런스라서 그런지 아쉬운 확장성등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제조업체들이 긴장할 정도로 좋은 가성비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얼마전에 유통된 넥서스 7도 미친 가성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스펙과 가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넥서스 7의 경우는 경쟁상대인 킨들파이어 HD나 누크 HD와 동등선에서 컨텐츠 소모를 위한 장비라고 생각을 해보게 되었었고, 나아가서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를 견제할려는 목적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접한 넥서스 4와 넥서스 10의 스펙과 가격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레퍼런스 제품들이 이렇게 착한 스펙과 가격을 달고 나온다면, 똑같은 베이스의 OS를 사용하는 다른 제조사들에서의 선택지는 과연 무엇이 될까요?

Micro SD등을 통한 용량 확장과 몇몇 다른 스펙을 가질 수 있겠고, 자신만의 커스텀 OS를 무기로 삼아 가격을 올려야 하겠지만, 굉장히 높은 충성도나 유별난 활용성을 가진 소비자가 아니라면, 위의 레퍼런스 3형제를 벗어날 이유는 적을 것 같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제품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이렇게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스펙과 OS의 기준만이 아니라 '가격의 기준'마저 세워버릴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조사마다 더 좋은 스펙, 더 좋은 서비스, 더 좋은 디자인으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를 하겠지만 이번에 구글이 그어버린 스펙 대비 가격의 기준은 한동안 영향을 미칠 것 같군요.

그리고 이렇게 가격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다음 수를 위한 준비과정인 듯 느껴집니다.




둘, 구글 중심의 컨텐츠 소비를 확대


넥서스 7이 착한 가격으로 출시되었을 때부터 생각들던 부분이었지만, 이번의 레퍼런스 발표로 좀 더 확실해지는 부분이 구글의 '컨텐츠 사업 확장'이라는 부분입니다.

디바이스에서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면 과연 어디서 이윤을 남길까요?


넥서스 7의 경우는 후면 카메라나 3G모델을 처음에는 빼고 나온 것들을 생각하면 아이패드 미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아마존이나 반스앤노블스를 타겟으로 삼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컨텐츠 소모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디바이스를 최저가로 판매하는 방식을 노린 것이지요.

저도 그렇고 많은 글들에서도 말하지만, 아마존이나 반스앤노블스의 디바이스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된 폐쇄성이 있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폐쇄성이 없는 구글의 넥서스는 상대적으로 더 큰 메리트를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진입 초기의 구글이 컨텐츠 수급과 수량에서 밀리는 경우였다면, 이제 어느정도 준비가 되었기에 구글에서는 '구글 플레이'를 통한 컨텐츠 소모에도 눈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거기다 4.7인치의 넥서스 4와 10인치의 넥서스 10의 출시는 7인치 영역만을 가진 아마존이나 반스앤노블스보다 훨씬 우위에 서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레퍼런스 제품들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손쉽게 퍼진 디바이스들을 통해서 사람들은 구글의 컨텐츠를 좀 더 쉽고 다양하게 접근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경험을 퍼트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제품들에서는 구글의 컨텐츠에 종속되게 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마존이 초기에 사용하던 방식을 구글이 꾹꾹 참으며 한방을 노렸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거기다 구글은 구글 플레이만 아니라 구글 환경을 이용하여 다양한 연동과 편의를 제공하니... 구글의 컨텐츠 시장은 더욱 커지고 활성화 되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쌓아둔 사용습관과 방대한 컨텐츠라는 부분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스의 앞날은 어두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셋, 안드로이드의 무료배포는 지금을 위한 숨겨둔 한 수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라는 형태로 공짜로 배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글이 처음부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었다면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겠지만, 구글은 '회사'입니다.

일단, 안드로이드의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구글이 검색을 통해 이용자를 늘리고 그렇게 늘어난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광고를 하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이용해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며 더 큰 빅 데이터들을 모으고 그것을 이용해서 또...

그런 구조로 커진 회사이다보니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도 저변을 늘리고 그것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언제든 구글이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의 앱들을 비롯해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공통성을 활용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구글 플레이를 본격적으로 키워나가며 컨텐츠를 수급하며 단계적으로 준비를 해왔던 것이지요.

석류가 잘 익어가듯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디바이스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이제는 건드리지 않아도 터질 시점이 되었기에 구글은 자연스럽게 컨텐츠 시장에 진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컨텐츠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레퍼런스라는 무기를 빼어들어 사람들에게 싼 가격에 경험을 제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초기부터 조금은 걱정하던 부분이 들어난 것이고, 당장의 커스터마이징이나 OS, 디바이스에서의 이윤을 참으며 기다린 한 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이용해서 펼칠 수 있는 수많은 수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넷, 괴물은 되지 말자더니 괴물이 되어버렸네? 괴물짓은 하지말길...


구글은 스스로 괴물은 되지 말자고 해놓고는 결국은 안드로이드를 이용해서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스의 경우는 구글의 사정권에 들어가버렸고, 앞으로 힘든 싸움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시간은 오히려 구글의 편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구글의 컨텐츠 시장 점유율은 커져갈 것이고, 괴물이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시장에서 구글이 홀로 괴물이 되어버린다면?

한 동안은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스등이 버텨주겠지만, 만약 구글이 독보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잠식한다면 과연 누가 견제를 할 수 있을까요?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를 떠날 수 있는 선택이 소비자에게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안드로이드를 떠나서 독립적인 OS와 컨텐츠 생태계를 갖춘 견제 세력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독립적인 OS와 디바이스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춘 견제세력이죠.


애플은 잘 갖추어진 생태계를 가졌음에도 자존감이 쌔기 때문에 어느순간 한방에 훅~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기세로는 절대 안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과거 잡스의 부재에서 왔던 애플의 위기를 생각해보면 비슷한 수순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자존감은 폐쇄성을 낳기도 하기 때문에 구글과는 다르게 '서비스 이탈지역'을 만들면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어느순간, 안드로이드나 MS 시장으로 이동하게 되는 명분이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윈도우8을 기점으로 PC와 모바일 디바이스간의 간극을 줄이고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리는 모습은 현재에는 너무 먼 미래의 모습인 듯 하고... 실제 사용을 위한 컨텐츠 인프라도 제대로 잡혀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마이크로소프는 원체 넓은 점유율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해갈 것입니다. 시간과 방법의 문제일 뿐이기는 하지만, 감을 잡지 못한다면 오히려 구글이 점점 더 잠식해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견제 세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안드로이드의 보급율과 사람들의 선행 경험등을 감안한다면...

구글은 이미 괴물이 되어버렸고, 앞으로는 더 큰 괴물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과연 어떤 형태로 '괴물짓'을 하게될 지 궁금해지도 하는군요.

다만, 진정한 순간에 'Don't be evil'을 떠올려주길 기대해봅니다.




구글의 레퍼런스 3형제를 통해서 가격과 컨텐츠 소비, 안드로이드의 무료배포, 구글의 괴물화 등의 관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조금은 너무 일찍 걱정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번 레퍼런스 3형제의 스펙 대비 가격의 위력은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고, 구글 플레이의 컨텐츠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장 유리하고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단지 선택을 하면서 구글의 행보가 가지는 의미도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으면 해서 정리를 한 것이니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