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3월 14일, 드디어 삼성의 갤럭시 S4의 언팩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실시간으로는 보지 못했고 유투브를 통해 다시보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50여분간의 언팩행사를 보면서 '복습'한 느낌만 강하고, 상당히 지루하다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그리고 50여분이 지난 후, 무엇을 기억해야하지? 라는 난감한 느낌이 남아있더군요.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지 않아서 삼성의 의도를 제대로 못 느낀 것일까요?
스펙이나 외양까지도 이미 실기 모습으로 유출(?)이 되어 버렸고, 새로운 기능들을 보여주는 모습들도 준비는 많이 했지만 오히려 집중되지 않는 구성은 아니었나 생각되는군요. 거기다 이번 갤럭시 S4의 핵심 기능이나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인지 알아채기 힘들더군요. 제가 왜 이렇게 아쉬운 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유출인가? 광고인가? 물타기인가?
요즘 새로운 기기들이 준비를 하고 발표를 앞두고 있으면 수많은 루머들과 유출 소식들이 나돕니다.
하지만, 이번 갤럭시 S4의 경우는 '이게 과연 유출이야?'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와 버렸습니다.
김빠진 것이죠. 적당히 궁금증과 긴장감, 기대심을 고취시켜주는 정도가 아니라 사전에 '광고하며 언론플레이 하는건가?'라는 정도의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적당선이면 모르겠지만, 핸즈온 비디오까지 찍어서 나오는 유출 동영상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언팩 행사는 티저 동영상까지 만들어가면서 비밀에 붙여놓고 정작 말도 안되는 유출들이 이어져버렸으니 말이죠. 갤럭시 S4의 인기를 실감(?)할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저는 오히려 보안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유출정보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온도/습도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지인이 슬쩍 이야기를 해주며 이게 변수가 될 지는 모르지만, 최근의 다른 기기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리고 '엠바고'를 몇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당연한 것이고, 발표가 되기 전에 변경이 될 수도 있고 유출되면 지인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엠바고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정보는 개발을 위해 전달되는 협력사들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미리 기계를 가지고 정보를 먼저 가지게 되니 말이지요. 하지만, 보통은 철저한 보안서약등을 거치게 되는게 기본이고, 법적 책임이나 대응에 대한 범위도 명시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 갤럭시 S4의 유출들은 어땠나요?
아무리 중국발 소식들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디테일한 정보들이 흘러나와 버렸습니다. 이건 협력사나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보안관리를 걱정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리고 일단 한번 터졌다면 적당히 대응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그것도 아니라 한번 터지니 경쟁하듯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옵니다. 관리의 문제라고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실구동 동영상까지 돌 정보인데 굳이 언팩행사를 이렇게까지 성대하게 할 필요가 있나 싶더군요.
한편으로는 경쟁업체들인 중국 브랜드들이 김빼기 혹은 물타기를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중국의 의도가 그랬다면 정말이지 제대로 성공한 경우인 것 같군요. 그리고 삼성은 그걸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케이스로 기록될 듯 합니다.
갤럭시 S4의 유출 정보들은 언팩 행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군요.
대학교 새내기들의 발표? 회사에서의 정기보고? 기억에 남는것 없는 행사
언팩 행사의 동영상만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독 관객의 호응이 없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저 뿐인가요?
초반의 기대감으로 JK Shin께서 나오실 때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그 뒤 조금 억지스럽게 호응을 유도하는 장면은 참으로 아쉽더군요.
그리고 과연 몇번이나 관객석에서 환호가 나왔나요? 티저에서부터 활약해준 맥스웰이 등장해서 실물 갤럭시 S4가 공개되는 순간 말고는 기억에 남지 않는군요. 이것은 무엇을 말해줄까요? 사람들이 놀라거나 흥분할만한 사항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미 유출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새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요?
제가 볼 때는 충분히 사람들에게 흥분을 안겨줄 팩트들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팩 행사를 보고 있자니 지겹기 그지 없습니다. 호응할 타이밍을 잡기도 힘듭니다. 과연 관객들이나 이 행사를 중계로 보고 있을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고 진정으로 자신들의 메세지를 남기고 싶어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번 언팩 행사를 보고 있자니, 대학교 새내기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과제 발표인가? 회사에서 중역들에게 보고하는 리포팅 자료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잘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쭉쭉 읽어가고 실수없이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기 급급한 듯 했습니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뭐든 다 중요하다고 말하니 기억에 남는 것도 없습니다. 수많은 정보들이 있고, 그걸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뮤지컬 스타일로 배우들도 애를 많이 쓰고 있지만, 오히려 번잡하다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이 타이밍에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언팩 행사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탭댄스만 기억에 남는군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과연 갤럭시 S4의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기들과 차별화해서 집중할 수 있는 메세지가 있어야하는 법인데, 정리되거나 집중되는 메세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대학교 "새내기" 모둠 발표나 회사의 정기 보고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비교하면 앱등이냐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키노트나 행사자체만을 놓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애플의 키노트, 특히 스티브 잡스가 있을 때의 키노트는 유출이 되었건말건 키노트에 대한 집중력이 높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분명했습니다. 심플하게 정리된 팩트들과 이번 제품에서 강조하고 싶은 메세지 하나를 상당히 기억에 남게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에어가 얇다', '시리가 들어갔다'.... 과연 말하고 싶은게 그것들 뿐이었을까요? 같이 나오는 다양한 기능들이나 좋은 장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키노트의 무게중심을 적절히 배분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확실하게 하나만 기억시켜 놓는 마케팅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강조점 하나를 그 뒤의 광고들이나 마케팅의 활동에서 중심이 되는 포인트로 가지고 갑니다.
물론, 때로는 그것이 전혀 새로운 혁신이나 기술이 아니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 이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각인되고 활용될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장점들을 강조해서 심어놓기 때문에 가지고 싶어집니다. 이것은 어찌보면 키노트나 행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고,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원하는 것, 듣고싶은 것, 보고싶은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PT나 발표를 준비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늘여놓는 것보다 줄이고 압축하고 메세지를 선별해서 무게중심을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말이죠.
이번 갤럭시 S4의 언팩 행사는 속빈 강정처럼 늘여놓기는 했지만, 알맹이는 기억에 남지 않는 그런 행사인 것 같았습니다. 무대를 꾸미고 시나리오를 잘짠 것까지는 좋지만, 과연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무엇을 듣고 싶어하는지 고민한 흔적을 찾기 힘듭니다. 그냥 '우리는 이번에 이런 대단한(Big things!)을 준비했으니 놀랍지? 알아서 챙겨 먹어!' 라는 느낌입니다. 포장을 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포장만 요란한 경우는 실망감이 2배가 되지는 않을까요?
이번 갤럭시 S4의 언팩 행사는 여러모로 "소문난 잔치 먹을거 없더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해주는군요.
<최근에 잠시 이슈가 다시 되었던, 4천잔의 라떼 동영상이 무척이나 그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