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창을 두드리던 매세운 바람 소리에 잠을 깼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쿵쾅... 무엇인가가 날아가고 부딪히는 소리...
전기도 인터넷도 왔다갔다... 무엇인가가 불안해지는 느낌...
오후가 되자... 갑자기 하늘이 그리웠다.
창가로 쏟아지는 맑은 햇살 속에 무엇인가 들뜨게 만드는 내음이 섞여있다.
휴가 중인 친구 녀석을 불러... 무조건 한강으로 달렸다...
구름과 빠르게 색을 달리하는 빛을 바라보며 조급한 마음이 커진다.
먹색이 자연스럽게 섞인 그라데이션이 풍부하게 뒤섞인 구름들...
오랜만에 세수를 하고 깨끗해진 하늘 또한 무엇인가를 보여줄 듯한 기대감에 조마조마 한다.
누군가가 일부러 레이어를 만들어 뿌려놓은 듯...
마치 장난감 같은 다리와 건물들 위로 구름이 낮게 깔려있다.
태풍과 바람이 만들어 놓은 불규칙하지만 자연스러운 그런 느낌...
무엇인가 가슴 벅찬 느낌은 아니지만, 간만에 느껴보는 하늘의 맑은 그라데이션과 다양한 구름들...
불어난 물에도 아랑곳 없이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
그리고 하늘을 더 많이 바라보는 나...
그 세 사람이 만들던 삼각구도 속에 고요함과 평안함은 공존했다.
포인트를 정확하게 잡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태양은 바빠른 걸음을 재촉하고... 무엇이 아쉬운 양... 먹색 가득한 구름은 태양을 가린다.
조금만 더 있으면... 타는 듯한 그라데이션과 보기 힘든 자줏빛 하늘이 펼쳐질 기대감과 불안함이 몰려온다.
기대했던 몇 분간의 순간이 찾아왔지만...
오늘은 부끄러운 듯... 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모양이다.
저 구름 너머에서 보여질 타는 듯한 구름과 그 사이를 태욱고 있을 먹색의 그라데이션을 상상해본다.
가려진 구름 사이로 살짝 빛을 받아 발그레해진 반대편의 구름들...
차분한 듯... 조금은 어두워진 하늘 속에서 자신들만 빛을 받은게 부끄러운가 보다...
저 구름들이 빛을 충분히 받았을 모습을 상상해볼 뿐이다...
너무 많은 기대와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친구와 두런두런 걷던 그 길 위의 소소함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지 못하고...
아쉽다는 느낌을 안고 돌아선 어제의 하늘이다.
하지만, 사진을 정리하는 동안...
가슴 벅찬 순간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길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충분히 그리워 했었다는 생각을 되찾아본다.
나는 마음에 쏙 드는 가슴 벅찬 한장을 찍지는 못했지만...
오늘 하늘도 충분히 맑고 들뜨게 하는군나... 그리고 조금씩 가을 내음이 섞여 가는구나...
오늘도 하늘을 그리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