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다 현상이 남았던 애플이벤트 - 맥북, 애플워치 요약

혁신보다 현상이 남았던 애플이벤트 - 맥북, 애플워치 요약

3월9일 10시(현지시각) 애플의 새로운 이벤트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처럼 새로운 맥북과 애플워치가 발표되었습니다. 맥북과 애플워치 자체만을 놓고보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키노트일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내용들이 숨어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애플 이벤트 스프링 포워드를 요약해보고 간략하게 의미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트로와 3초만에 보는 키노트

중국의 새로운 애플스토어 오픈 동영상으로 이벤트는 시작되었습니다. 팀쿡의 중국사랑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숫자가 증명하는 부분이니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중국의 애플스토어가 21개가 되었고 453개의 총 애플스토어가 있다고 숫자로 팩트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팀 쿡이 여기서 현상(phenomen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이미 이러한 팩트가 현실이고 현상으로 흐름이 되어간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이후에도 은근히 현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숫자로 만들어진 팩트를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4개의 사진이면 1시간 30분이 요약됩니다. 3초만에 끝났죠? 하나씩 풀어내도 하나의 이슈당 몇 개의 관점으로 정리가 가능하겠지만, 일단 쉽게 정리하고 하나씩 다시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대략(?)적인 요약만 해보겠습니다.

애플TV와 HBO, 인상적인 협공

팀 쿡이 처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애플TV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다른 유사한 서비스와 부딪혀 절치부심하던 사업분야라고 생각되는데요. 생각지도 못했던 파트너를 영입하며 뒷통수를 때려줍니다. 사실 이건 저도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바로 HBO NOW 서비스를 애플TV에서 런칭해버린 것입니다. 팀 쿡이 정성들여 HBO의 인기 드라마들을 소개한 것과 맞물려 꽤나 영향력있는 PP(Program Provider)를 애플TV로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기기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분야에서 HBO의 영입은 의미가 큽니다.

왕좌의 게임 예고 동영상을 고화질로 내보낸 것도 곧 시작될 새로운 시즌의 기대감과 함께 이정도 화질로 편하게 즐겨라 라는 메세지를 품고 있는 것이죠.

거기다 애플TV의 가격을 $99에서 $69달러로 낮췄고 HBO NOW는 매달 $19.44에 이용이 가능하다고 정리했습니다. 절치부심하던 애플의 안방극장 공략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의미가 있고 또다른 PP들의 영입과 넷플릭스등과의 대결이 흥미로워질 듯 합니다.

헬스 리서치, 아이폰 인프라로 공익을 추구하다.

7억대, 판매량 넘버1, 99%의 고객 만족도라는 숫자를 다시 들고 나타났습니다. 역시나 이것도 현상이라는 표현을 하며 슬그머니 애플페이로 이야기를 돌립니다.

이미 런칭부터 미국의 주요 은행과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시작한 애플페이지만 더욱 확장해서 2500여개의 제휴사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과 더욱 많아진 소매점에서도 애플페이의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번 팀 쿡의 자랑은 코카콜라에서 벤딩머신에도 애플페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일 듯 합니다. 스쳐가는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애플페이의 활용이 생활 깊숙히 침입하고 있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것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아이폰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서 조금은 쌩뚱맞게 카플레이와 홈킷, 헬스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IoT가 대세이니 다시한번 엮을려나? 싶었는데 의외로 조명을 하는 것은 헬스.

거기서 이어지는 내용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건강정보에 대한 내용입니다. 7억대의 아이폰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공익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연구되는 질병들에 대해서 아이폰 유저들의 자발적인 참여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리서치킷(Researchkit)은 하나의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로 연구자들이 손쉽게 연구 목적에 맞는 앱을 만들고 기존의 헬스킷을 활용해서 데이터를 모으게 되는 원리입니다.

파킨슨병이나 유방암 등의 유수의 대학들이나 의료센터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연구중인 프로젝트의 데이터로 활용되는 것이죠.

참여자는 손가락을 왕복한다거나 아~를 길게 소리내는 것, 단순히 아이폰을 활성화하고 병원에서 진행하는 걷기 테스트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참여가 가능하고 그렇게 모인 데이터는 해당 연구기관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실제로 연구기관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참여자 모집과 이동시간, 아날로그 데이터의 디지털화 등을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방법이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건강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애플은 어떤 내용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밝혀주고 있습니다.

3월 9일부터 바로 시작되는 이러한 움직임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이폰의 인프라와 기능을 공익으로 연결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사의 이익이 아닐 것 같은 행동이지만 애플은 단순히 기기와 서비스를 파는 회사에서 또다른 이미지로 브랜딩을 진행한 의미를 가집니다.

맥북의 진화? 변화? 새로운 맥북

'Reinvent the notebook'이란 슬로건을 내밀며 드디어 기다리던 맥북이 등장했습니다. 홍보 동영상을 보여주고 팀 쿡이 직접 펼쳐진 맥북을 들고 등장해서는 탁 접는 퍼포먼스도 했습니다. 그만큼 가볍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번 맥북은 12인치 모델이지만 2파운드(907g)의 무게입니다.

우선 필이 마무리로 정리했던 내용을 먼저 살펴보면 12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1.1GHz 듀얼코어 인텔 코어M CPU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당연히 팬리스(쿨러가 없는)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형은 256GB SSD에 $1299이고 고급형은 1.2GHz와 512GB SSD를 장착하고 $1599로 책정되었습니다.

4월 10일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맥북에어 라인도 아니고 맥북프로 라인도 아니고 그냥 새로운 맥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디자인부터 달라졌고 완전히 새로운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우선 보여지는 특징은 전체가 전부 메탈 소재인 점입니다. 기존에는 힌지 등에서 플라스틱이나 다른 소재를 섞어서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전체를 메탈로 정리했습니다.

다음은 키보드인데 스위치 방식을 버터플라이 메카니즘으로 변경하고 키캡은 물론 레이아웃도 키웠습니다. 실제로 경험을 해봐야겠지만 현재도 만족스러운 키감인데 한층 더 업그레이드가 되었다니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맥북 제품에서 빠질 수 없는 디스플레이. 이번에는 12인치를 들고 나왔지만 해상도는 2304x1440으로 12인치에서도 넉넉한 작업환경을 제공합니다. 물론, 손쉬운 변경으로 자신의 사이즈를 맞출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인 듯 합니다.

새로운 맥북에서 키보드와 함께 가장 궁금한 부분이 포스터치 트랙패드입니다. 4개의 포스센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클릭의 느낌이 아니라 감압이 가능해진다는 뜻이죠. 필체에서 필압을 표현할 수도 있고 누르는 압력에 따라 동일한 액션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iFixit에서 해야할 분해를 필이 직접하면서 설명한 엄청난 배터리와 coreM의 저전력과 만나 하루를 버티는 노트북이 등장했습니다. 웹브라우징은 9시간, 동영상은 10시간을 버텨낸다는군요. 배터리 효율은 개인차가 있다고봐도 상당히 놀라운 수준입니다.

새로운 맥북에서 호불호가 아주 강하게 갈릴 부분이 등장했습니다. 필은 최근에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로 많은 부분들을 대체하고 있고 노트북의 독립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맥북에는 다른 포트없이 USB-C타입 하나만 넣었습니다. 충전은 물론 다른 기기들도 모두 하나로 번갈아 사용하거나 어댑터를 써야하는 것이죠. 맥북을 따로 이야기할 때 생각해보겠지만, 조금은 급진적인 경험의 변화이고 진입장벽이 되겠지만 애플이 제안하는 맥북의 새로운 활용성에 대한 의미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맥북은 아이폰의 3가지 색상을 그대로 유지해 샴페인골드, 실버, 스페이스그레이 3가지 색상으로 준비되었습니다.

맥북에어와 맥북프로도 리프레쉬 버전을 통해 5세대 브로드웰과 포스터치 트랙패드등을 업그레이드 시켜줘서 경험에서의 완충과 연계성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코어M으로 퍼포먼스를 조금 빼더라도 팬리스와 저전력의 장점은 노트북에 더욱 어울릴 듯 합니다. 어차피 더 상위급의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맥북프로 레티나 라인이 아직 건재하니 보편적인 사용성을 감안한 새로운 맥북은 휴대성과 독립성에 좀 더 치중한 느낌으로 남습니다. 물론, 진입장벽이 될 듯한 C타입이 관건이지만 말이죠.

애플워치, 시계가 할 일을 찾아간다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애플워치가 등장했습니다. 남자가 찬 모습은 한번도 안 보여주고 모두 여자 모델이 착용한 사진들로 소개를 이어갑니다. 미묘하지만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이겠죠?

알루미늄을 썼습니다. 애플워치 스포츠는 $349, $399에 판매됩니다.

이번에는 스틸(이라고 쓰고 스뎅이라고 읽는다)을 사용한 기본 애플워치입니다. $549~$1049, $599~$1090로 스트랩에 따라 가격차가 발생합니다.

마지막은 14k 금칠한 애플워치 에디션입니다. 금칠했으니 가격은 싯가가 아니라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금칠버전은 만불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4월 24일 미국과 일본, 홍콩, 중국을 포함한 9개국에서 먼저 출시됩니다. 애플스토어에서 직원들이 직접 착용도 시켜준다고 합니다. 한국은 일단 기대를 접고 한동안은 직구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애플워치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디자인은 이미 발표된 그대로 등장했고 팀 쿡은 3가지 관점에서 애플워치를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시계와 기본 기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페이스(스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이야기합니다. 관객들이 조금 시큰둥해지는군요. 애플워치스러운 차별점이 크게 보이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다음은 화면을 위로 스와이프해서 사용하는 기본 기능입니다. 시계의 확장 기능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 합니다. 달력과 음악, 심박측정. 역시나 지금껏 보던 스마트워치와 차별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꺼내든 것은 연결성입니다. 메세지나 전화를 아이폰과 연동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메일이 왔을 때 용두로 스크롤하는 부분은 편리해보였고 사실 문자와 전화까지 별도의 유심없이 바로 연결이 가능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건 애플워치를 따로 다룰 때 좀 더 깊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애플워치의 연결성으로 그림을 순서대로 보낸다거나 터치로 장난치거나 하트를 보내는 소소한 재미요소를 자랑합니다. 활용하는 사용자의 몫이겠지만 일단 완전한 장점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이 외에도 애플의 기본 앱들도 있다는 것을 슬쩍 이야기를 꺼내고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피트니스. 애플에서 기본 제공하는 피트니스 앱의 직관성과 데이터 관리, 그리고 계획을 설정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워크아웃 앱에서는 다양한 피트니스 활동에 대한 좀 더 편리한 관리까지 제안하는군요.

이게 뭐? 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의미가 적어지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단순히 설명하는 기능에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공익을 위해 달리는 크리스티의 이야기와 직접 무대로 불러와 사용자 경험을 들려줍니다. 조금 약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칭찬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알림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팀 쿡의 애플워치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진짜 조금은 차별성이 없는 아쉬움이 생기는데 뒤이어 시연을 통해 실제 생활에서의 활용을 이어갑니다.

사무실에서는 자신이 관심있어하는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받아보거나(아이폰 위젯으로도 가능하죠) 일정을 메모하고 위챗으로 간단한 채팅도 합니다. 단순하지만 시계라는 플랫폼에서 이모티콘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더군요.

다음으로 슈퍼에서 애플페이를 활용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간단히 가져다대는 행동으로 결제가 일어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대되는 기능중 하나이죠.

집에서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전화를 이용하고 우버를 부르고 비행시간을 확인합니다. 공항에서는 호텔의 예약과 문을 애플워치로 확인하고 바로 콘트롤 하는군요. 개인적으로 호텔 도어락과 같은 기능에 기대를 더 가지게 됩니다.

샤잠으로 듣고 있는 음악의 가사를 애플워치로 보고 메세지에 대한 응답을 시리로 전달합니다. 어찌보면 안드로이드의 스마트워치와 비슷해보이지만, 아주 빠르게 간략 메세지를 입력하거나 시리로 이야기된 음성과 변경된 텍스트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시계라는 UI에 어울리는 사용법이니 말이죠.

조금은 억지스러운 시연이겠지만 앱을 통해 집의 차고 문을 여는 것도 나쁘지 않은 활용법으로 소개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 활용법을 이미지화시켜주는 방법들을 보여준 점은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팀 쿡이 등장해 애플워치를 위한 앱스토어를 설명하고 18시간의 배터리를 이야기합니다. 충전방식은 애플이 사랑해 마지않는 자석이 또한번 등장했습니다.

4월 10일부터 예약과 경험이 가능하다는 말로 애플워치에 대한 설명을 마칩니다.

키노트에서 보여지는 기능들만을 이야기한다면 애플워치의 의미는 크지 않을 듯 합니다. 이미 다른 스마트워치에서도 구현되는 기능들이니 말이죠. 하지만 그 기능들을 구현하는 방법과 UI, 그리고 전화를 이용하는 방식, 앱 접근성등을 고려해보면 은근히 애플워치만의 장점과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구석들이 보입니다.

혁신보다는 현상, 앞선 경험을 제시하다

그렇게 팀 쿡은 1시간 30분여의 키노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도 키노트를 본 직후에는 뭔가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지만 찍어놓은 스크린샷을 보면서 다시한번 곱씹어 보니 생각보다 큰 의미들이 숨어었습니다. 혁신보다는 현상을 이야기하며 애플의 포지션을 당연시 만드는 느낌도 있었고, 노트북의 새로운 사용법과 경험을 제안하는 메세지도 있었습니다. 물론, 호불호와 진입장벽이 있겠지만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의미들이 부각되리라 생각됩니다.

애플워치는 스마트워치의 큰 테두리를 벗어난 혁신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보다 생활에 밀착되고 시계가 보여줄 수 있는 활용법과 UI를 제시하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작은 사용법의 차이가 큰 경험의 차이를 만들어내니 말이죠. 각각의 제품들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하나씩 다루며 좀 더 깊게 생각을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