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s, 혁신을 논해야 한다면?
지난 9월 9일 샌프란시코에서 애플 이벤트가 있었고 많은 제품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의 조합에 대한 말들과 기대도 많지만 아무래도 실제 사용자층을 생각해보면 아이폰6s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더욱 크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또다시 '혁신'이라는 말을 덧씌워 판단하려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혁신이란 무엇이길래 이렇게나 꼬리를 물고 따라다닐까요? 그렇다면 과연 아이폰6s에는 과연 혁신이 없을까요?
혁신?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이폰6s의 혁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혁신'이라는 단어의 뜻을 먼저 생각해볼까 합니다.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완전히 시각적인 변화와 함께 완전히 달라 편의와 차이를 눈앞에 그려주지 않으면 '혁신은 없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듯 합니다.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는 새로운과 트렌트를 넘어서 일상이 되었고 높아진 자극의 역치값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빠르고 다양한 변화들이 있고 선택이 가능하며 자신들의 기호를 만족시켜주는 제품들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니즈를 갈구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혁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묵은 것들은 완전히 새롭게 바꾼다? 풀터치 방식이 도입되면서 한번 느꼈던 충격이나 전혀 새로운 사용성을 제안하는 태블릿과 스마트워치 플랫폼의 등장 같은 혁신은 이제 쉽게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정말 숨가쁘게 바뀌어오고 혁신이라는 그림자를 쫓아왔으니 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혁신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거나 완전히 판을 바꾸는 변화의 폭은 아니지만 묵은 사용법을 뒤엎고 새로운 사용법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쉽게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OS를 잠시 놓고 이전 버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사용경험을 받게 될까요? 아이폰으로 친다면 잠금해제를 하는 UI부터 어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변화들이 있어왔지만 지속적인 경험의 점층을 가졌을 뿐입니다. 그것을 감지하거나 혹은 일부러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변화들을 만들어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혁신은 도박과 같은 것이니 말이죠. 혁신에 가까운 변화는 새로운 자극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기존의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위험부담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혁신을 위한 변화의 폭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물적 양적 투자를 해야합니다. 이런 입장에서 바라보면 굳이 혁신을 해야할까요? 충준히 형셩된 시장과 사용자겸험을 바탕으로 변화의 폭을 쪼개고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보여주어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혁신만 안 보일 뿐이죠.
애플은 그래서 그런지 최근 키노트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이폰6s 혁신적인가? 아닌가?
애플은 직접적으로 혁신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지만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변화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외형적이거나 스펙에서의 변화가 아닙니다. 사용자경험을 지배하는 점진적인 혁신이라는 점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17일부터 시작된 iOS9도 이러한 사용자경험의 변화를 준비하는 한걸음이고 실제로는 아이폰6s에서의 사용자경험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똑같아도 화면의 터치 압력을 감지해 그에 따른 이벤트를 실행하는 3D 터치는 꽤나 혁신스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풀터치 방식이었지만 시간과 방향만 존재하던 입력 방식에 힘이라는 또다른 요소가 겹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3D 터치에 의한 아이폰 사용방식은 기존 방식과 꽤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 진입 시점에서는 재미요소나 차이점 정도로 느껴질 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용자경험이 형성된 뒤에는 되돌릴 수 없는 UI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죠. 3D 터치가 없는 아이폰을 만났을 때 두세대 전의 iOS 버전을 만나는 어색함을 당분간 맛봐야하는 것이죠. 풀터치 방식으로 한번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의 혁신을 만들었던 아이폰에서 새로운 터치 요소를 가미해서 전혀 다른 사용방식을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3D 터치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3D터치가 있는 아이폰과 없는 아이폰은 전혀 다른 폰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애플에서 굳이 이것을 혁신이라고 표현할까요? 경험을 지배하고 소비자를 애플의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어야 할 입장에서 굳이 혁신이라고 선을 그어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싼 돈주고 구입한 제품이 1년만에 혁신에 밀려 구시대 제품이 된다면 상대적 손실감을 느끼게 되고 브랜드에 대한 불신만 쌓일테니 말이죠. 반년만에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제안하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아이폰6s는 오히려 쌓여진 기존 사용자경험의 연장선에서 조금씩 새로운 경험을 덧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iOS9, 분명 아이폰6s를 위한 버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기존 사용자들도 누릴 수 있는 몇 가지 기능을 넣어 경험의 격차를 오히려 줄여주고 있습니다. 라이브 포토나 이전 앱 사용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외적으로는 혁신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집합을 가지고 이전 아이폰 사용자들의 경험은 iOS9에 맞춰가면서 3D 터치의 장점을 더해놓고 있습니다. 천천히 잠식하고 변화시켜가고 익숙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정리해보면 저는 아이폰6s를 혁신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혁신', '드러내고 싶지 않은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듯 합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스펙이나 외형의 변화, 혁신으로 주목받으려는 노력이 아니라 시나브로 경험을 잠식해가는 좀 더 무서운 방향의 혁신인 것이죠. 사람들은 혁신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경험을 쌓고 습관에 빠져들게 될터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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