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어떤 녀석이고? 어떤 의미가 있나?
9월 9일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에서 아이패드 프로, 아이폰6s, 애플워치, 애플TV가 등장했습니다. <애플 키노트 정리 - 모든 제품들이 지갑을 정조준 하다>에서 전체적인 키노트 정리를 해봤지만 못다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키노트를 보며 생각했던 것들을 한 제품씩 나눠서 천천히 풀어내볼까 합니다. 오늘은 스마트키보드와 애플펜슬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어떤 녀석인가?
아이패드 프로는 꽤나 재미있는 포지셔닝을 가지고 등장했습니다. 12인치(12.9인치)의 제품군으로 경량화되는 노트북보다 큰 사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스마트키보드와 애플펜슬이라는 무서운(?) 악세사리를 가지고 등장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일단 악세사리를 제외하고 태블릿 자체만으로 살펴본다면 좀 더 크고 좀 더 빨라진 아이패드가 맞습니다.
이미 유사한 느낌으로 MS의 서피스 시리즈가 있고 태블릿과 노트북의 하이브리드 느낌으로 활용이 가능한 모델입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서피스와는 조금 다른 포지셔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좀 더 크고 좀 더 빨라진 아이패드이기 때문입니다. 사이즈가 커져 활용성이 높아졌고 키보드와 펜이 늘어나도 모바일에 최적화된 iOS9를 OS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커진 화면과 키보드, 애플펜슬 때문에 비약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나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이른 감이 있습니다. 키보드는 태블릿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쪽이고 애플펜슬은 독특한 영역의 사용성을 제안할 뿐이니 말이죠.
아이패드 프로, 이름처럼 아이패드를 사용하면 누구나 프로가 된다는 것보다는 프로처럼 자신의 사용영역을 명확히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접근이 우선인 태블릿이라는 생각입니다.
생산성? 단어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자
스마트키보드가 등장하고 애플펜슬로 입력방식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생산성이 함께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키노트에서도 필 쉴러는 물론 생산성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하기도 했지만 너무 생산성에만 치우쳐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높은 해상도와 화면 사이즈로 뷰어로써의 능력도 커지고 또한 12.9인치이기 때문에 노트북에 버금가는 풀사이즈 터치 키보드나 악세사리로 스마트키보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생산성을 위한 입력방식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화면 분할하는 멀티태스킹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군요.
특히 이번에는 MS 오피스가 키노트의 한 쪽을 차지하며 애플펜슬 친화적인 사용법까지 시연을 했을 정도이니 분명 생산성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역시나 OS의 특징 때문에 노트북과 같은 원활한 작업은 어려울 것이고 클라우드등의 힘을 빌어야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태블릿과 노트북의 경계에서 좀 더 노트북의 영역을 침범하며 사용성을 확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용범위에 따라 충분히 노트북을 대체할 사용자들도 분명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좀 더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태블릿의 활용이라는 생각과 생산성의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이 남습니다.
애플펜슬, 특정 분야와 활용에 날개를 달아주지만...
애플펜슬. 아이패드 프로의 생산성을 이야기하며 크게 영향을 미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분명히 굉장히 멋진 제품이자 기능입니다. 필압은 물론 펜의 측면까지 인식하는 틸트 기능은 기가 막힙니다. 또한 큰 화면에 PDF를 보면서 첨삭하거나 메모하기는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웹 사이트나 다른 문서에서도 가능한 일이죠. 펜으로 해야만 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애플펜슬은 엄청난 물건임이 분명합니다. 디자인이나 그래픽을 다루는 사람들, 캘리그라퍼, 실제 서명이나 메모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애플펜슬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누구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비슷한 예로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S펜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펜으로 쓰는 작업보다 타이핑이 빠르거나 손가락으로도 충분한 작업들이 많습니다. 휴대와 사용을 위한 준비등을 생각한다면 번거로움을 이겨내야 하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애플펜슬. 키노트를 보고 있으면 당연히 신기하고 가지고 싶어지는 물건이지만 한 호흡을 고르고 자신의 사용성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가지고 경험하거나 놀이로써의 활용도 좋지만 생산성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좀 더 특화된 분야와 자신만의 활용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사용자들이 자신의 사용성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죠.
물론 사용자들 또한 애플펜슬을 접하면서 사용성을 개발해갈 수 있고 점점 인프라와 영역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애플펜슬과 프로라는 뉘앙스에는 좀 더 전문적인 영역이 우선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나 펜이 꼭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면 생산성이라는 단어보다 오히려 재미라는 요소로 접근을 시도하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잉여로워도 충분히 애플펜슬을 이용하는 것은 재미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스스로의 생산성을 찾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죠.
아이패드 프로, 의외의 활용성이 더 기대
키노트에서 아이패드 프로의 모습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전문적이고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프로들이 좀 더 앞서서 사용하고 프로를 위한, 프로가 되기 위한, 프로가 될 수 있는 장비처럼 포지셔닝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득 아이패드 프로가 의외의 장소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교육입니다. 애플펜슬의 모양이나 잡히는 느낌은 말그대로 연필과 같고 자유로운 드로잉은 아이들에게도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공서적을 펼쳐두고 그 위에 노트를 한다거나 멀티태스킹으로 노트를 한다면? 아이들에게 철자를 따라 쓰게 만드는 연습장으로 제공한다면? 한정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아이패드 프로의 iOS도 부족함이 없어집니다. 오히려 더 가볍고 특화된 앱들로 손쉽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의미로 대량 공급으로 가격만 맞출 수 있다면 크롬북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교보재가 되는 것이죠. 일반적인 사용성에서는 프로와 같은 특화되어 강력한 이미지와 기능을 보여주고 학교나 교육현장에서는 친근한 사용성을 강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서피스의 영역과 크롬북의 영역을 교묘하게 둘 다 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교육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보급력이 크기 때문에 애플에서도 분명히 감안하고 있을 듯 합니다. 또한 교육시장의 침투는 초기부터 사용자경험을 쌓아 아이폰과 함께 애플 제품 사용유도라는 큰 힘을 발휘할테니 애플에서도 분명히 플랜을 펼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애플펜슬로 인해 프로들의 활용보다 교육쪽에서의 포지셔닝이 더 강력하게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태블릿의 사용성이 한정된 상황에서 프로의 영역 확대보다 교육시장에서의 활용이 확실히 더 크고 맛있는 시장이기도 하니 말이죠. 디자인과 메모등의 생산성과 함께 의외의 활용성이 어떻게 흘러갈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이제 11월이 되고 실제로 경험해보기를 기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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