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olumn

고객보다 이통사 챙기기 바쁜 미래부, 명분없이 실리만 노리나?

붕어IQ 2013. 10.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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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참 재미있는(?) 뉴스를 2건 만났습니다.

하나는 내용부터 톤까지 '이게 기사야?' 싶은 갤럭시 기어와 관련된 기사였고, 또하나는 덮어두었다가 잊혀질만하니 슬그머니 이통사 이익 챙겨줄려는 미래부와 관련된 기사였습니다. 그 중에서 미래부의 이통사 편들기식 정책 변경에 대한 내용이 머리에서 맴돌아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의도가 궁금한 미래부의 '새 기준안'

미래부, 이통사에 요금제별 트래픽 관리 허용할 듯 - 경향신문

미래창조과학부가 3일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안'을 공개했다. 이번 기준안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하려다 보류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세부 기준안'을 보완한 것이다. 당시 방통위의 세부 기준안에서는 '모바일인터넷전화 차단도 이통사의 데이터양 관리에 해당한다'고 규정해 시민단체들로부터 "이통사만 편든다"는 비판을 받아 시행이 보류됐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시행하려다 보류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세부 기준안'을 보완(?)하여 이통사들이 인터넷전화(mVoIP)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과 유선인터넷 사용자들의 전송속도 제한한다는 내용입니다. 기사를 보면서 화들짝 놀란 이유중 하나는 지난해 보류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세부 기준안'과 내용의 핵심은 변동이 없으면서 말만 바꾸어 다시금 시행을 꾀한다는 점입니다.



1. 인터넷전화와 용량 제한? - 이용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이통사 손을 들어주다.

정부는 새 기준안에서도 이통사의 모바일인터넷전화 차단 권한을 사실상 허용했다. 논란이 됐던 모바일인터넷전화 차단 관련 조항은 삭제됐다. 대신 '(이통사는) 서비스의 품질·용량 등에 비례해 요금 수준을 다르게 하거나 요금 수준에 따른 제공 서비스의 용량을 초과하는 데이터양을 관리하는 경우 이용자의 실질적 선택권 보장 등 이용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신설된 조항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으면 표현이 어렵고, 상황에 따라 해석하기 좋게 말을 만들어 놓은 듯 합니다. 사실, 저는 위의 조항이 제대로 해석조차 되지 않습니다. 요금 수준을 다르게 하거나 용량이 초과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경우, 이용자들(!)의 선택권 보장과 공정한 경쟁을 헤쳐서는 안된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이용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이용자들이 왜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인가요? 언뜻, 표면적으로는 이용자들의 경쟁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고객을 위한 조치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조항을 읽어보면 '서비스의 품질, 용량 등에 비례해 요금 수준을 다르게 하거나 요금 수준에 따른 제공 서비스의 용량을 초과하는 데이터양을 관리하는 경우'라고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요금 수준에 따라 서비스의 품질과 용량을 구별하는 것을 당연한 듯 명시해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상세한 구분이 없기 때문에 mVoIP와 같은 서비스는 당연스레 제한을 해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이죠. 요금제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해도 되고 이것은 "이용자의 실질적 선택권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해석되어 더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면 되도록 선택권을 보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의 용량을 초과하는 데이터양을 관리하는 경우'라는 표현이 애매한데, 이통사 입장에서의 서비스의 용량인 지(망 혼잡), 이용자 입장에서의 서비스 용량(데이터양)인 지 애매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접근하면 어차피 데이터량이 높으면 추가요금이 발생하니 굳이 제한하거나 관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니 이통사가 관리하는 인터넷망 용량으로 해석하는게 옳을 듯 합니다. 이는 돌려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해비 유저에 대한 제재를 포함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나는 얼렁뚱땅 인정해놓아서 구렁이 담넘어 가듯 기정 사실화 해두었고, 또 하나는 다른 이용자들을 명분삼아 이통사들이 마음대로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해둔 것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깐깐하게 이 조항을 해석하는지 위에서 처럼 이야기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예를 들어보면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의 강남 등에서 동영상 하나 다운 받아 볼려고해도 전송속도 제한이 걸려서 제대로 스트리밍 받지 못해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할말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기준안에서는 "인터넷망에 데이터양이 과도해 망 품질 저하 등이 우려될 경우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에 한해 일시적으로 전송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정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에 일시적인 망 혼잡이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이 명백할 경우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이통사의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용량을 초과하는 데이터양을 관리하는 경우'에 포함되어 전송속도 제한을 해도 되기 때문이죠. 거기다 그렇게 마음대로 이통사들이 제한을 할 수 있는 명분으로 이통사에 돈을 지불하는 다른 이용자들을 들먹이니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광고등에서는 겁나게 빠른 서비스로 사람들을 유혹해서 가입시키고, 실제 사용에서는 명분을 이용해서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수를 만들어두는 것이죠.


작년 '망 중립 가이드'가 나올 당시에는 mVoIP 서비스를 준비중이었고, 이렇게 저렇게해서 이통사들이 이미 mVoIP 서비스를 은근슬쩍 서비스하고 있으니 말을 적당히 바꾸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리고 기준도 애매한 서비스 용량과 초과 분량에 대한 제한도 말을 어렵게 만들어서 가능하게 해주려는 것일까요?


여기서 미래부가 내놓은 회심의 한 수는 '이용자의 실질적 선택권 보장 등 이용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해쳐서는 안된다'라는 말인데, 이용자들을 명분 삼으려는 표현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용자들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해치지 않는 다른 방안도 있을 것인데, 왜 이통사들의 '제한'에만 무게 중심을 실어주는 것일까요?


"(이통사는) 서비스의 품질, 용량 등에 비례해 요금 수준을 다르게 할 때, 이용자들의 실질적 선택권 보장 등 이용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용자가 차별받는 느낌을 받지 않는 범위에서 요금 수준을 결정하게 해야한다."


"(이통사는) 요금 수준에 따른 적합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의 용량이 초과되지 않도록 망 확충등에 힘써야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확실히 이용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표현이고, 이통사의 원래 책임을 제대로 명시하는 문구가 아닐까요? 똑같은 문제를 두고 누구를 중심에 두고 풀어내느냐가 참 많이 달라지는 듯 합니다. 작년에 보류되었던 '망 중립 가이드'를 보완해서 나왔다면, 이용자들 중심으로 보완이 되었어야 하는데, 여전히 이통사들 중심으로 보완되고 있고 보완되는 내용과 표현도 역시나 이통사를 위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유선인터넷 속도 제한? - 망 확충은 뒷전이고 '제한'만 들먹이나?

참 끊임없이 시도하는 항목입니다. 유선 인터넷에 대한 제한을 들먹이는 부분인데 '망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평등한 인터넷 사용을 빙자하고 있을 뿐입니다. 누누히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돈을 낸 만큼 서비스를 받아야할 이용자가 왜 제한을 받아야 하는 것인 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선 인터넷의 경우는 서비스에서 약속한 속도가 있고 종량제가 아니기 때문에 24시간 그 속도를 이용해도 된다는 전제로 계약을 하고 이용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해비유저라는 이유로 제한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미 돈을 낸 범위내에서 속도가 제한되고 있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굳이 비싼 요금을 내고 높은 속도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어차피 속도 제한을 받을테니 말이죠.


기준안에서는 "인터넷망에 데이터양이 과도해 망 품질 저하 등이 우려될 경우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에 한해 일시적으로 전송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정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에 일시적인 망 혼잡이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이 명백할 경우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는 누구를 구분하는 것인가요?

예를 들어 10MB의 서비스에 가입해서 이용을 한다면 10MB를 다 이용해도 초다량 이용자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10MB를 넘어섰을 때 문제가 발생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은 이미 10MB에 속도제한을 걸어둡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초다량 이용자라로 구분이 되는 것일까요? P2P등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 오래도록 꾸준히 높은 트래픽을 만드는 사람? 기준이 모호하고, 상대적인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역시나 통신사나 ISP들에게 '제한'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항목일 뿐입니다.


망중립 가이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붕어IQ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검색을 해보니 기준안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링크를 걸고 잠깐 짚어보려고 합니다.


IV. 트래픽 관리의 기본원칙

 

5.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트래픽 증가에 대응함에 있어서 지속적인 망 고도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으나, 해당 트래픽 관리의 목적에 부합하고, 트래픽 관리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며, 유사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 등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트래픽 관리에 있어 유무선 등 망의 유형이나 구조, 서비스 제공방식, 주파수 자원의 제약 등 기술적 특성을 고려할 수 있다.

해석하기 나름인 조항이라면 저는 위의 항목에서 '지속적인 망 고도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부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망 과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한'만이 능사일까요? 과연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들의 트래픽 증가에 따른 대응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으면서 '제한'에만 손을 들어주는 것일까요?

오히려 사용자들의 트래픽이 늘어난다면 망 고도화나 확충을 먼저 시행하고 거기에 비례해서도 과부하가 발생한다면 '제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을 보고 있으면 망 고도화에 대한 기준이나 책임은 명시되지 않고, 제한 방법만 명시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니 사용자들이 늘어나거나 이용량이 늘어나 과부하가 걸려도 망 고도화는 신경쓰지 않고, '제한'에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적당한 망을 설치해두고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과부하가 걸리면 제한을 걸어서 넘어가도 되는데, 굳이 망확충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제한에만 자꾸 힘을 실어주니 계속해서 망 확충보다 제한할 방법만 궁리하게 되는 겁니다.


"인터넷망에 데이터양이 과도해 망 품질 저하 등이 우려될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서비스 이용자 대비 적정한 품질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적정한 망 개선 이후에도 과부하가 발생할 경우, 품질 평가를 다시 시행하고 일시적 과부하에 대해서 해당 이용자에게 문자나 메일등으로 공지된 내용으로 속도제한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만 써본다면 위와 같이 변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용자들의 책임만 묻는게 아니라 당연해야할 이통사들의 책임을 포함시키면 되는 것이죠. 돈을 내고 이용하는 사람은 '제한'받고, 돈을 받고 제공하는 사람은 책임이 없으면 안되잖아요?




순차적인 잠식이 걱정된다.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난해한 문장으로 관심을 멀리하게 만들고, 언제든지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행동들이 걱정입니다. 작년에 하려다 실패하니 말 바꿔서 똑같이 시행하려하고, 그 과정에서 말만 바꾸고 은근슬쩍 기정사실화 해버리는 행동들이 말이죠. 지금 당장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이통사에 부여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이렇게 조금씩 바뀌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전부를 내주고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진행되지는 않을까요?


'기준을 만들 때, '이용자', '국민'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하는게 그렇게 힘들까?'

라는 생각과 아쉬움이 남을 뿐입니다. 미래부, 과연 누구를 위한 부서이고 누구를 위한 기준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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