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한번, 블랙베리 키원(KEY one)
MWC 2017 기간 중 개인적인 욕심으로 꼭 챙겨보고 싶은 제품이 있었다. 블랙베리 키원(BlackBerry KEY one)이다. 나중에 잘풀려 프리브처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일단은 여기서 봐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미워도 다시한번, 그렇게 뒤돌아보게 만드는 이름이 블랙베리 아닌가?
탄탄한 만듦새, 살아있는 키보드
블랙베리 키원의 실물을 보면서 첫 느낌은 그냥 반가웠다. 쫀득한 물리 키보드와 은근히 탄탄함을 엿보이는 디자인이 괜찮았다.
전면 상단의 카메라, 스피커, 센서들이 조금은 언밸런스하다. 그리고 아래로 이어지는 안드로이드 화면은 조금 더 어색하기도 했다. 4.5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진 블랙베리 키원은 소프트키까지 고정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고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블랙베리의 상징이자 물리 쿼티(QWERTY) 키보드는 나름 잘 구현되어 있었다. 반듯한 레이아웃이었고 여전히 다른 언어에 대한 자비는 없어보인다. 역시나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사이의 소프트 키가 눈에 걸린다.
오른쪽에 몰려있는 잠금 버튼과 볼륨버튼, 그리고 키보드의 마감이 눈에 들어온다. 나름 신경쓰고 꼼꼼하게 마감을 해 둔 느낌이다. 절연띠도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마감했다.
아래는 대칭을 이루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가지고 있고, 위는 심플하게 3.5mm 오디오잭과 센서로 마무리 지었다.
뒷면의 재질은 고무재질이지만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처리했고 중간에 깔끔하게 BB 로고가 새겨져 있다. 손에 쥐면 조금 묵직하고 듬직한 느낌이 손안을 채운다. 하지만 뒷면의 밀착감이 좋아 그립은 상당히 좋았다.
카메라와 플래시의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이번에는 소니의 IMX378 센서를 넣었다고 한다.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입었음에도 BBM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슬쩍 눌러봤지만 그냥 추억으로 이제는 추억으로 간직해야할 듯 느껴졌다.
잠시 키보드를 만져보며 직접 입력도 해봤다. 쫀득한 키감이 묘하게 다시 마음을 움직이지만 망설여진다. 이미 터치에 길들여졌고 화면 비율이나 다른 활용성과 등가교환해서 키보드를 선택해야 할까? 망설여졌다. 터치패드처럼 이용할 수도 있고 단축키도 된다는 키보드임에도 화면을 직접 터치하면 되는 상황에서는 빛이 조금 퇴색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아직까지 블랙베리라는 이름을 유지해주는게 고맙고 고집스레 물리키보드를 챙겨주는 것도 고맙다. 다만 고마울 뿐이고 너무 늦어버린 대응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람들이 터치에 익숙해지고 플랫폼이 규격화 되고 익숙해져 버린 지금에서는 블랙베리가 가진 무기들이 장점을 발휘하기 힘들어졌다.
당장 답답한 화면과 아쉬운 스펙을 보면서 블랙베리 키원만의 소구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물리 쿼티 키보드에 대한 향수와 의리에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스냅드래곤 625를 탑재해 중급으로 포지셔닝 되었다. 아쉽다.
그런데, 참 묘하게 미워도 다시한번 한국에는 등장해주길 내심 기대하고 응원하게 된다. 블랙베리 키원, 아니 블랙베리는 아직 그런 존재감을 가져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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