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오랜만이고,
리뷰처럼 글을 1개 이상 써보기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어제 쓴 글에서는 역시나 부족한 지식 덕분에 친구의 조언도 듣게 되었네요! 빵X야 고마워~ ^^*)
그래도 블로그가 좋은게 제 생각을 정리해 둘 수 있는 것이고,
또 이렇게 소통하면서 제가 모르거나 틀린 것들도 배워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인셉션을 보면서 놀란에게 놀란 몇가지 요소와 영화를 보는 도중 스쳐갔던 생각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 제목을 아시는 분들은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미 눈치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
요즘 '1Q84'로 다시 전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 중,
가장 기억에 남으 개인적으로 하루키 상상력의 백미를 맛본 작품이기도 합니다.
'계산사', '기호사'... 그들이 하는 일들이 인셉션의 등장인물들이 하는 일과 아주 유사하지 않을까요?
차이점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의식을 인식하고 헤쳐하는 것을 뒤엉켜있는 수많은 이미지가 존재하고,
그것들을 어떤 연관성에 의해 해석하고 재조합 된다고 말합니다.
공통점은 그 이미지들의 조합들은 세계의 끝처럼 어떤 상징적인 형태로 형상화되어 설명된다는 점이죠.
또한, 이 책에서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평행적인 시간의 흐름을 가지지 않는데, 그것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습니다만, 저는 인셉션의 시간관념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아래에서 다시 풀어보겠습니다. ^^;;
만약,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면? 또 한가지 설명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3단계 꿈이 그려내는 '설원의 요새'입니다.
등장인물들도 뜬금없이.. 왜 하필 설원이냐? 라고 질문을 하지만, 그 설정은 '세계의 끝'이 그려내는 무의식의 세계와 설정이 유사합니다. 다만, 세계의 끝은 높은 울타리가 있는 눈 많이 내리는 고요한 마을이라는 점이 다르죠.
오마주라고 하기에는 약한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저는 인셉션을 보는동안 10년전에 읽었던 이 책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면서 미소가 남겨지더군요.
무의식에 대한 형상화라는 점과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그 세계가 그려내는 모습, 놀란 감독 만큼의 교차편집은 아니더라도 세계의 끝 /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가 한 챕터씩 진행되는 점도 참으로 유사하다 느껴지더군요!!
요즘은 조금 흔해진 주제일 수 있겠지만, 이 글을 쓴 시점을 생각한다면 하루키의 발상에 대해서 감탄을 내뿜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인셉션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보실때 'Love Letter -이와이 순지- OST도 같이 들어보세요! 특히 세계의 끝 챕터에서요~' ^^*)
비현실 세계에 대한 오마주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영화의 처음부터 등장하는 '아서'의 이미지가 누군가와 상당히 닮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셨나요?
저는 키아누 리브스가 떠오르더군요.
디지털 세상과 꿈, 둘 다 현실을 벗어난 공간입니다. (공각기동대부터 시작해야할까요?;;; 쿨럭;;;)
바로 키아누 리브스의 매트릭스에 대한 오마주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인물의 이미지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딱! 이 장면이야! 라는 건 아니지만, 아서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꿈에서 겪게되는 상황이 왠지 매트릭스가 떠올랐습니다. ^^;;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싸움과 무중력의 싸움... (물론 매트릭스가 무중력은 나오지 않지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촬영기법등의 느낌이 유사하게 느껴져서 그런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
그럴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한번 보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 왜 아서가 활동하는 꿈만 무중력이 되느냐?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서가 활동하는 꿈을 설계한 사람이 자동차에서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는 스포일러라;;;)
나머지와 다른 꿈은? 이라는 질문이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중력 상태의 세계에서 잠에 빠진 다른 사람이 설계한 꿈이기 때문입니다.
육체에 직접적인 충격이나 자극이 전달된다면 꿈의 세계에도 영향이 가겠지만,
꿈을 꾸는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면 꿈은 문제없이 잘 꾸겠죠~? ㅎㅎㅎ
꿈이 가지는 상대적 시간성에 대해
예전에 군대에서도 '꿈의 분석'이라는 글을 써봤던 적이 있습니다.
A4 20장 정도의 분량인데, 그때는 심리학도 전혀 몰랐고 그냥 영혼의 존재와 결합하여 가설과 합당한 추측들을 나열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ㅅ-;;)
인셉션이 그리는 세상이 '꿈'이라는 부분에서 시간의 상대성은 의외로 쉽게 설명이 됩니다.
'일장춘몽(一場春夢)'도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위해 '부엉이의 서재'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합니다.
우선 꿈은 4단계로 나누어지고, 그 단계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REM(Rapid Eye Movement)가 일어납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REM인 것이죠.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것은 REM 단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REM이 발생할 때의 증상을 발췌해보면
- 꿈은 REM수면 시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이 거의 분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세틸콜린이 dominant하게 나와서 아세틸콜린의 강력한 연상작용에 의해 시각연합영역에 기억된 오래된 정보들이 다중으로 인출되는데 배외측전전두엽의 억제가 없기에 인출된 snap 사진들이 시공간상에 의미있게끔 조합되지 않아 기괴하면서 반성적 사고가 결핍, 꿈의 이미지는 80%가 시각적 이미지로 언어가 거의 없다.(진화적으로 시각은 역사가 5억년 되었지만 언어는 100만년도 되지 않는다.) 해마, 편도가 REM 수면시 시각연합영역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과잉 연상, 기저핵의 작용으로 과잉 운동되어 정신분열증의 상태와 유사.
- REM수면 상태에서 깬 사람은 기민하고 주의력 있어 보인다. REM수면 중인 피험자를 깨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꿈을 꾸었다고 답한다. REM수면과 비-REM 수면은 주기적으로 교대로 나타난다. 한 주기는 약 90분이며, 주기마다 20-30분이 REM수면이다. REM 수면 동안은 척수신경 및 운동 뉴런이 강하게 억제되기 때문에 몸의 대부분이 거의 마비상태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뇌는 매우 활동적이 되어 대뇌혈류 및 산소 소모량이 증가한다.
꿈의 세계에서 상대적 시간을 가지는 이유를 '뇌는 매우 활동적이 되어 대뇌혈류 및 산소 소모량이 증가한다'라는 부분과
'오래된 정보들이 다중으로 인출데... 인출된 snap 사진들이 시공간상에 의미있게끔 조합되지 않아 기괴하면서 반성적 사고가 결핍'이라는 부분에서 찾아봅니다.
(이 부분은 '세계의 끝과 ... 원더랜드'에서도 그들의 작업과정을 유사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우선, 일상적으로 뇌가 처리할 수 있는 분량을 넘어서서 뇌가 활성화되어 더 많은 정보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또한, 그 정보들이 꿈의 세계에서는 일정한 시퀀스(시간의 흐름)를 가지도록 처리되지만, 실제로 뇌에서는 중첩된 이미지등의 정보라고 한다면? (컴퓨터의 압축파일을 주고 받는다고 상상해보세요~ ㅎㅎㅎ;;;)
통상의 짧은 시간에도 중첩된 정보들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의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입니다.
꿈은 결국 뇌에서 만들어진 정보들을 처리하여 뇌에 남게되는 것입니다.
이 중첩된 이미지들을 의미있도록 구성하고 조작하는게 인셉션의 '설계사'가 아닐까요?
꿈이 다중화 되면 왜 위험한가?
영화에서 꿈을 3단계까지 끌어들인다는 얘기에 모두들 놀라며, 가능성부터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히 '킥'의 순서상의 문제만일까요?
이것은 코브가 말했던 꿈과 기억과의 관계와 함께 위에서 본 REM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정보처리량이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입니다.
REM 단계에서는 뇌는 매우 활동적이 된다고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흐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렇다면 그 꿈 속에서 다시한번 꿈을 꾸게 된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뇌는 더 활동적이 되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사람과 뇌가 잠재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상태만큼 뇌를 활성화 시켜야만 하는 것이죠.
3단계까지 들어간다면 영화에서 설명하는 곱이 아니라 자승의 개념으로 늘어나는 시간만큼 정보의 처리량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고, 뇌에 부담을 주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두번째는 킥의 순서입니다.
영화에서도 킥의 순서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것은 코브가 말하던 '꿈과 기억이 혼재되기 시작하면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는 부분에서 시작해봅니다.
(사실, 꿈과 기억이 왜 혼재하면 안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만 상당히 길어질 것 같습니다... ㅠ_ㅠ 20장... 쿨럭;;)
꿈과 기억을 혼재하지 말라는 것.
기억은 일어났던 일에 대한 정보를 남기는 것이고, 꿈은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꿈이 기억과 혼재되기 시작하면 꿈이 기억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인셉션이라는 작업 자체가 가능한 것이 꿈은 기억에 남겨지지 않고 무의식에 남겨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식이 있을 때는 꿈의 내용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꿈이 기억으로 남겨지기 시작한다면, 의식이 인지해야할 정보들에 오류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죠.
킥도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영화처럼 중첩된 꿈을 꾸게 되는 경우는 정보 처리 과정도 복잡해지고 양도 많아집니다.
이것들이 뒤섞이게 된다면? 과격하게 활성화된 뇌가 어떻게 이 정보들을 처리하게 될까요?
한순간 과도하게 뒤섞여 버리게 되는 정보들은 아마 뇌에 물리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의식의 기억에 영향을 미칠거나 인식 체계에 문제를 발생 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 아리아드네가 여자인가?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 를 던지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왜냐면 꿈이 이미지를 위주로 형성된다는 가정을 한다면(위의 REM 참고;;) 남자가 그 능력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성차별성 발언이 아니라;;; 여자가 주로 언어적인 측면이 잘 발달되고, 남자가 공간지각 능력이 잘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들을 재배열/재조합하는 작업이 꿈을 설계하는 것이라면, 남자가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두 남성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재능이 있는 친구를 소개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스토리텔링상 필요한 코브의 감성에 대한 접근이 더욱 용이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스토리텔링상 코브의 심리적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로의 상정에 한표를 던져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그 나이에 여자가 가질 수 있는 호기심과 용기있는 모습들이 등장하니깐요~ +_+
엘리베이터, 그리고 B가 가지는 의미
정말이지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놀라기는 했지만, 이 부분에서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0-/
코브의 기억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엘리베이터입니다.
전의 글에서 의시과 무의식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빙산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이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접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의식상태에서 입수한 정보들을 담아두는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의 거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는 '의미의 거리'가 아닐까요?
임펙트 있고, 중요할수록 더 잘 기억되고 오래가듯이 말입니다.
또한, 중요한 기억일수록 혼자만 담아두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수많은 기억들 중에서도 더 깊은 곳에 숨겨두고 혼자만 접근할 수 있는 장치를 하기도 합니다.
인셉션에서는 인식의 체계와 기억이 가지는 구조를 엘리베이터로 표현한 것이죠. ㅠ_ㅠb
꿈의 단계가 깊어지는 것을 엘리베이터나 다른 매개체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기억의 세계는 엘리베이터로 표현한 이유일 듯 합니다. ^^
아래로 갈수록 더 중요하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혹은 임펙트 강하고 중요한 정보인 것이죠.
그래서 아리아드네가 코브의 기억에 들어갔을 때, 바로 B(최저층)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코브는 B를 막아내고 가장 높은 층을 누르죠.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이거나 개인적인 중요도가 낮은 수준의 기억인 것이죠.
코브의 무의식마저 지배하는 스트레스(맬)가 발생하게 되는 단서가 기억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가장 기억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접근이 어려운 곳에 단서가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표현되지요.
이 엘리베이터 이론을 조금 확대해보면,
범죄나 사고현장등의 스트레스(자극)가 강한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의식상의 기억에는 남아있지만, 기억해내면 인식이나 신체에 스트레스가 강해질 경우에는 우리 몸이 그것을 회피하게 됩니다.
쉽게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고 하지요? ^^;;
임펙트 있고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곳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이 고장나거나 지워버린 것이죠.
하지만, 어떤 계기가 발생해서 그 버튼이 작동한다면 그 기억을 회상하게 되는 것 입니다.
이런 작용을 이해하기 쉽고, 표현하기 쉬운 엘리베이터로 풀어낸 놀란 감독이란... 그래.. 너 천재다!!! ㅠ_ㅠb
몇가지 더 생각났던 것들이 있었지만,
약물의 작용(인위적 REM 유도와 유지), 꿈의 공유가 가지는 의미... 영화적 요소들의 분석...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것들...
지금까지도 생각보다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아서 여기서 줄일까 합니다. ^^;;
많은 다른 영화나 책들도 있겠지만, 인셉션에 감동먹고 충격먹은 사람이라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정말 강추하며 글을 줄입니다. ^^
(다만, 책의 진행이 다소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반부에서 맞춰지는 퍼즐들과 하나로 겹쳐지기 시작하는 두 세계관을 만나면...
3초에 인생을 본다는 경험을 이해하게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