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3은 가전박람회입니다.
최근 트렌드가 모바일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전을 다루는 업체들에서는 서로의 기술을 확인하고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상징적인 자리가 분명합니다. CES와 IFA에서 항상 이슈가 되고 상징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대표적인 가전인 TV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이번 IFA 2013에서도 TV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었는데, 외부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뒷이야기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세계최대'를 위한 LG의 007작전! 77인치 곡면 ULRTA HD OLED TV
IFA2013에서 LG의 대표 얼굴은 77인치 곡면 UHD OLED TV(77" 4K ULTRA HD CURVED OLED TV)이었을 것입니다. 곡면 OLED(올레드) TV도 현재는 LG와 삼성만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 있는 입장에서 '더 크고 더 얇게'가 기술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고 LG가 77인치로 'The World Largest'의 타이틀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게 보이는 타이틀 싸움일 지 모르지만, 마케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고 경쟁상대가 더 큰 제품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곡면 OLED TV 시장에 양대산맥인 삼성의 경우도 프레스 데이때마저도 은박으로 둘러싸고 제품을 숨겨왔던 녀석이 65인치 곡면 UHD TV였습니다. IFA2013이 곡면 OLED 시장에서 가장 선두에 설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가 된 상징적인 순간이었죠. 삼성도 꽁꽁 숨기며 카드를 준비했고, 'World's First Curved UHD TV 65"'라는 타이틀을 준비했었습니다. IFA2013의 첫날 모두 공개된 상태에서 삼성은 준비한대로 '세계최초 곡면 UHD 65"'의 타이틀은 가져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65" 곡면 OLED 제품은 분명히 처음인 것은 맞으니 말이죠.
하지만, 타이틀만 놓고 봤을 때 좀 더 의미가 있고 기술의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The World Largest'는 LG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LG가 준비해둔 여러 장의 카드와 수 싸움이 벌어졌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뒷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카드는 다양하게 준비하고, 수 싸움에 응하라!
제가 LG의 77인치 '세계 최대' 타이틀을 응원하는 또다른 이유는 LG에서는 더 많은 카드들을 준비해놨었고, 현지 사정과 정보싸움 이후에 유리한 수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곡면 OLED TV는 LG와 삼성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두 회사의 수싸움이 관건일 뿐이었습니다. LG도 이미 'The World First' 타이틀을 걸 수 있는 곡면 OLED TV를 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곡면 OLED TV에 4.3mm라는 두께도 놀라운 기술이었고, 세계최초라는 타이틀과 각종 디자인 어워즈에서 수상한 내역까지 함께 공개해두어서 프레스 데이때 미리 부스를 둘러본 저도 4.3mm로는 삼성의 사이즈로 밀어부친 제품에 '이슈로는 밀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물론, 이 4.3mm 곡면 OLED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인 기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숨겨둔 히든 카드를 위해 버리는(?) 카드로 활용했습니다. 저마저도 깜빡 속았으니 말이죠...
IFA 개막식 날, 소식을 전해듣고 LG 부스를 다시 찾아간 저도 깔끔하게 변경되어 있는 77" 곡면 UHD OLED TV의 부스를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죠. 삼성의 다른 수는 명확히 모르겠습니다. 아마 또다른 제품이 준비되어 있었을 지도 모르는게 행사에서의 발표니깐요. 하지만, IFA 2013에서는 LG가 확실히 더 많은 카드를 준비했었고 수싸움에서 앞선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The World First 4.3mm slim' 타이틀과 'The World's Lagest 77"' 타이틀을 준비해두고 경쟁사인 삼성의 사이즈 도전에 맞불로 응수한 준비가 돋보였기 때문이죠. 실물로 거기다 곡면의 중앙에서 바로본 77"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레이싱 게임부터 떠올랐다면?)
치열한 공개전이 펼쳐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곡면 OLED와 OLED 기술이 한걸음 앞선 기술이라면, 최근에 트렌드가 되고 실질적인 관심은 단연 4K UHD TV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부스들에서 UDH TV제품들이 가장 많이 보였고, 아직도 사이즈의 경쟁이나 화질의 경쟁을 펼치는 분위기였으니 말이죠.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중국쪽 기업 TCL이 펼쳐놓은 부스를 보고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치 채셨나요? 이미 기술이 보편화된 UHD TV에 있어서는 카피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TCL의 이 제품을 보자마자 지난 CES와 WIS 등에서 노출되었던 삼성의 프레임이 떠올랐던 것은 그냥 저의 지나친 기우라고 먼저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다른 부스에서 중국말을 사용하는 관람객이 팜플렛으로 제품의 사이즈를 재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니 치열한 수 싸움을 다른 의미에서도 접근해보게 되더군요.
타이틀도 좋지만, 공개한 이상 더 독보적인 포지션을 만들어야 한다!
<전시대라도 곡면으로 만들어서 착시효과라도 노리고 싶었을까요?>
곡면 OLED 기술은 아직 보편적인 기술이 아닙니다.
이번 IFA 2013에서도 LG와 삼성만이 곡면 OLED TV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다른 기업들이 곡면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타이틀을 위해 최신 정보를 쉽게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원천기술만 익히면 또다시 무섭게 뛰쫓아올테니 말이죠. LG는 이번 IFA2013에서 4.3mm의 두께와 77인치라는 두가지 패를 공개한 상태입니다. 추격해오는 사람들에게 1차적인 목표를 제공한 셈인 것이죠. 이번 행사에서는 LG의 상징적인 타이틀과 이슈가 좋았지만, 다음 행사에서는 또 더 뛰어난 기술을 준비해야하는 부담감을 함께 얻은 것입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기대를 해보게 되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노력과 부담으로 다가설 듯 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타이틀과 그를 둘러싼 눈치싸움이 벌어질까요?
다음에는 곡면이 아닌 4K UHD OLED TV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USP를 보이며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갤러리 TV' 녀석을 집중 조명해볼까 합니다. 거실에 큼직하게 자리만 잡던 TV를 또다른 활용으로 접근했고, 다른 경쟁사들보다 한걸음 앞선 시도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관심있게 살펴봤으니 말이죠!
<이 포스팅은 LG전자로부터 IFA취재 기회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