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뉴 아이패드 9.7인치에 숨겨진 애플의 큰 그림
애플이 새로운 아이패드를 발표했습니다. 9.7인치에 A10칩을 사용하며 애플펜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가격은 $329부터 시작됩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가격에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이번 뉴 아이패드의 특징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꽤 재미있는 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애플이 서서히 접근하고 있는 새로운 포지셔닝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다 돈 때문입니다.
컴퓨터의 자리를 서서히 잠식하고 싶은 애플
2016년 8월 애플은 뜬금없이 광고 하나를 선보였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광고로 'What's a Computer?’라는 제목의 30초 짜리 광고였습니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아이패드 프로가 할 수 있고 터치와 펜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메세지였습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터치와 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부분에서는 생산성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컴퓨터’로 인식 되기에는 OS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에서 부족하고 특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컴퓨터’를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 등장했던 ’What's a Computer?’는 서피스 프로4의 비교 광고까지 등장하며 혹평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참고 - 컴퓨터가 되고 싶은 아이패드 프로, 그러나?)
이후 애플은 2017년에 전략을 바꾸어 동일한 제목의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제목에서 물음표가 사라진 차이 정도가 있습니다.
짧은 화면 속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주인공이 아이패드 프로로 자신의 하루를 채우는 모습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른들이 컴퓨터로 주로 작성하는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사용법들을 제안하는 듯 보입니다.
이 광고에서 가장 무섭게 들린 말은 ‘컴퓨터로 뭐하니?’라고 묻는 어른과 ‘무슨 컴퓨터요?’라고 되묻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른들의 눈으로는 컴퓨터로 보일 수 있다는 점과 대비해서 아이들은 아이패드 프로를 컴퓨터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한 해 전만해도 당당하게 컴퓨터로 불리며 컴퓨터의 자리를 넘보던 아이패드 프로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옮겨가면서 컴퓨터가 아니면서 컴퓨터가 하는 일들을 다르게 해내는 모습을 강조합니다.
어린 친구들에게 다이얼이나 버튼으로 작동하는 구형 전화기를 보여주면 이건 전화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화면이 없고 카메라로 얼굴을 못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스마트폰이 그냥 전화기인 것이죠. 똑같은 의미로 어른들의 시선으로 아이패드 프로는 컴퓨터가 아닌 태블릿으로 규정 되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컴퓨터가 아닌 아이패드 프로로 그냥 인식될 뿐입니다.
애플은 컴퓨터의 자리를 대체하려는 시도에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새롭게 사물들을 인식하고 습득하기 시작하는 세대들에게 아이패드 프로를 익숙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포지셔닝을 해가는 것이죠. 컴퓨터로 불리길 원했다가 이제는 컴퓨터가 아니라 아이패드 프로라는 인식을 심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사물에 대한 정의가 정리되고 고착된 어른들의 딱딱한 뇌가 아니라 유연하고 이제 인식들이 자리 잡아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말이죠. 거기다 더 좋다는 점까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용으로 불리며 경험을 지배하다
뉴 아이패드의 발표와 함께 등장한 숙제(Homework) 광고를 보면 뉴 아이패드를 이용해 아이들이 숙제를 하는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광고의 전체적인 톤은 숙제는 지루하고 싫다는 배경음악과 나레이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뉴 아이패드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을 접근하고 기록할 수 있는 아이들은 숙제를 신나게 즐기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구성으로 누구나 싫어하는 숙제지만 숙제라도 뉴 아이패드 프로를 이용하면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메세지를 잘 담아냈습니다.
뉴 아이패드를 통해 조금은 달라진 숙제와 학교 생활을 머리 속에 그려보게 만들어주는 잘 만든 광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광고만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뉴 아이패드가 학생용으로 등장했으며 가격도 부담을 줄였다는 점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유사한 방법으로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뉴 아이패드의 기능들에서는 프로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애플펜슬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이지만 가격 부담을 낮추고 교육용이라는 명분을 강화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과연 왜 이런 전략을 펼쳤을까요? 역시 돈 때문입니다.
교육용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애플의 목표는 아이들의 경험을 지배하고 싶은 욕심일 것입니다. 학교에 보급되고 항상 아이패드로 숙제를 하다보면 아이패드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경험이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은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 자연스레 애플 제품들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윈도우나 맥 같은 PC가 더 어색한 세대들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죠. 네이버나 구글보다 유투브를 더 검색하는 세대들처럼 말이죠.
애플은 이미 대학생과 학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싸게 사용하면서 일찍부터 애플 제품들에 습관들이려는 목적을 품고 있습니다. 뉴 아이패드에서는 좀 더 연령대를 낮추어 초등학생 혹은 그 이전의 아이들의 경험을 지배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점유율을 높여가고는 있지만 윈도우에게 당해내지 못할 컴퓨터 시장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기도 하니 말이죠.
물론 1차적으로 교육이라는 시장도 큽니다. 하지만 교육 시장을 잠식하며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경험의 지배는 더 큰 이득을 낳을 황금알이 될 수 있습니다. 경험을 지배하기 위한 투자로 뉴 아이패드의 가격을 낮춘 것은 장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게 더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교육용으로 포지셔닝하며 등장한 뉴 아이패드는 단순히 교육 시장만이 아니라 경험과 인식을 차지하기 위한 교두보로 보입니다. 애플이 원했던 장기적인 아이패드의 컴퓨터화를 촉진하는 도구가 될 것이며 가격과 아이패드가 가진 장점들을 생각해보면 조금씩 이루어질 듯 보이기도 합니다.
역시 돈 때문이긴 하지만 단순히 제품만이 아니라 인식과 경험을 파고드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특히 그 대상이 어른들이 아니라 유연한 아이들로 잡은 모습에서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컴퓨터를 사주긴 애매한 나이지만 아이패드는 괜찮은 연령들이니 말이죠.
일단 애플은 아이패드 즉 태블릿 시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꽤 진지하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컴퓨터의 시장을 넘보다가 실패하고 타겟을 바꿔 전략을 통째로 바꾼 모습도 이제는 칭찬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돈 때문입니다.
경험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뉴 아이패드의 스펙을 보면서 한가지 딱 짚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애플 심(Apple SIM)입니다. 이미 아이패드 프로 라인에서 교체형 유심(USIM)을 사용하지 않고 내장된 이심(E-SI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는 유심을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이심은 아직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해외로 다니며 현지 유심을 활용하거나 듀얼 유심등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기도 하니 말이죠. 거기다 통신사들도 조금은 불편한 속내를 보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뉴 아이패드가 이심인 애플 심을 활용한다는 점을 떠올려보겠습니다. 교육용으로 학교에 보급되고 아이들은 이심을 사용하는 아이패드로 LTE와 같은 통신을 접하게 됩니다. 부모들이 유심을 사용하는 폰을 별도로 사주지 않는 이상 이심의 경험만 가지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이심을 경험하고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유심을 활용해라? 이심을 먼저 익히고 편리를 익힌 소비자들이 불편을 토로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자연스레 옮겨가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뉴 아이패드를 사용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만약 애플의 욕심대로 학교 보급이 늘어날수록 애플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도 움직일 수 밖에 없어집니다.
애플은 교육이라는 명분을 덧씌워 경험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흐름을 만들어가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가능성만을 생각할 뿐이지만, 명분에 사로 잡히면 실리는 애플이 모두 가져가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뉴 아이패드가 애플펜슬을 무기로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으로 등장했습니다. 교육용의 의미보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노리는 제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가격 뒤에 숨어있는 애플의 욕심도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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