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때가 되어 만나는 글 귀
어느 날 친구가 SNS에 책 소개를 하나 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요약해서 잘 들려주는 친구이기에 그의 굵고 짧은 요약과 서평을 좋아한다. 그런 친구가 읽어보기를 권한 책이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주로 책을 구매하는 이북 사이트에서도 자주 보던 책이었지만 그냥 내용을 상상했고 이럴 것이다 예측했다. 그래도 친구가 추천했으니 뭔가가 있겠지 싶어서 읽기로 했다.
나쁜 습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이 책은 표지의 사진 한 장이 말해주듯 미니멀리스즘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 물건을 줄이고 찾아오는 변화들에 대해서 기록했고 공감되는 부분들을 많이 찾으려 노력했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둘러본 서평에서도 의견이 반반이라는 느낌이었다. 공감하고 좋았다, 뻔한 이야기를 길게 했다.
이 책을 시작하게 된 타이밍의 내 방은 정글이었다. 직업상 물건들을 많이 다루고 쌓아두기도 해야한다. 일이 몰리면 한껏 불어나고 정신없이 어지럽혀져 있다가 끝나면 정리를 한다. 그래도 물건은 쌓이고 정신 사나울 정도로 물건들이 쌓이기도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물건을 잘 버리지 못했다. 그런 성격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겠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말하면 편해지니 말이다. 어차피 회피성으로 탓을 해야한다면 성격 탓보다는 게으른 탓을 해보는건 어떨까?
사사키 후미오는 30대 중반이라고 밝혔고 이미 허세를 쫓아 물건을 아주 많이 소유해본 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들에 감화되어 생활로 이어간다. 조금은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미니멀리스트이기 때문에 공감이 덜 되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에 조금은 반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사키 후미오도 책에서 단계적인 실천을 강조한다. 미니멀리즘을 권하는 것이지 강요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이제 이런 글 귀들에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점이다. 20대의 나를 생각해보면 표지와 마케팅으로 요약해 둔 자극적인 문구들만 보고 미니멀리즘. 그래 끝.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측해서 안다는 착각하는 것, 안다고 생각하는 것, 남이 해놓은 말을 쉽게 나도 알았다고 합리화 하는 것의 위험성을 조금은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어보면 실제로 큰 내용은 없을지도 모른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 좋은 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방법,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생긴 변화드들의 기록들이다. 나는 여기서 실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역시나 조금은 극단적이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천하고 느끼는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으니 말이다.
매일 이사하는 마음으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머리에 떠오른 말은 "매일 이사하는 마음으로"였다. 생각해보면 이사를 하게 되면 참 많은 물건을 버리게 된다. 그렇게 버려내는 것도 몇 번의 이사를 경험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50리터 쓰레기 봉투를 챙겼다. 이사를 할 때 항상 구입하는 100리터짜리 보다는 적다. 그래도 생각난 것들 지금까지 은연중에 생각만 하던 것들을 치워버렸다. 마음만 먹고 게으름에 하지 못했던 일들, 망설이기만 했던 것들은 과감히 담아서 버려버렸다. 처음에는 책장의 공간이 2칸 늘어났다.
그리고 평소에 쌓아두기만 하고 잘 사용하지 않던 IT기기들을 정리했다. 악세사리까지해서 상당히 많이 쌓여있더라. 물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질 뿐인데 언젠가는 쓰겠지? 라는 마음으로 너무 오래 쥐고 있었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1차로 나눠줬다. 그리고 남은 것들은 미뤄뒀던 중고처리를 할 것이다. 그랬더니 책장의 빈칸이 3칸 더 늘어났다.
책만 읽었다면 머리에 생각만 늘었을 것이지만 실천해보니 빈 공간이 생겨났다. 그리고 만족스럽다. 일단은 책장부터 시작했지만 집의 곳곳에 산재되어 있던 정리도 조금씩 나누어 계속 진행중이다. 당장 쓰레기봉투에 모두 담아 내버려야만 미니멀리즘이 아니다. 고민할 생각을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오늘도 이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공간을 둘러볼 것이고 언제든 준비되어 있는 쓰레기봉투를 이용할 것이다. 무멋보다 머리 속을 비워낸다는 것, 좀 더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좋아지고 있다.
나도 해보니 좋으니 꼭 해봐라 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배가 고파야 먹는 것이고 아무리 좋은 말도 들을 준비가 되어야 하니깐 말이다. 다행히 나는 필요한 타이밍에 책을 만났고 좋은 겨로가로 이어졌을 뿐이다. 그렇지만 주위에는 한번쯤 읽어보라고 슬쩍 권하기는 한다. 내 주위는 이미 나와 비슷한 연식들이라 나름 준비가 되어 있을 듯 하다. 혹시 아는가? 타이밍이 맞는 사람이 또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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