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해서 더 기억에 남는 '카타나가타리(칼이야기)'


이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무 생각없이 독특한 그림체에 이끌렸고, 

 점점 캐릭터들에 빠져들다, 

 이야기에 매료되어 여운을 남기게 된다."


모노가타리(이야기 시리즈)의 니시오 이신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 했는데,

일반적인 방영 흐름이 아니라 1개월에 한 편씩 방영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해서 사람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늦은 템포의 방영이 있었기에 1~12편을 몰아보면서도 퀄리티의 저하가 없이 오히려 더 좋아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엔딩은 매번 다른 곡들로 제작이 되었고 비슷해보이지만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다.

최근의 트렌드에 맞지 않는 작화와 연출을 구사하지만, 1편을 보기 시작한다면 어느새 12편까지 내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12개의 칼에 얽힌 에피소드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칼' 장인인 '시키자키 키키'가 만든 12자루의 완성체 변체도(최강의 검)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절도 칸나, 참도 나마쿠라, 천도 츠루기, 박도 하리, 적도 요로이, 쌍도 카나즈치, 

악도 비타, 미도 칸자시, 왕도 노코기리, 성도 하카리, 독도 멕키, 염도 쥬우.

12개의 에피소드 제목도 칼 이름과 같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이 12개의 칼을 모으기 위해 '기책사'인 토카메가 '허도류'인 야스리 시치카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시작부터 심상치않게 시치카의 아버지가 토카메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설정을 보여준다.


카타나가타리는 원수지간인 토카메와 시치카가 그렇게 12자루의 칼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인 것이다.




캐릭터가 살아있다.

카타나가타리는 크게 4가지 진영으로 나누어지고, 그들은 모두 빼어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주인공들이다.

칼을 쓰지 않지만, 칼을 제압하는 검술인 허도류를 사용하는 '시치카'는 아버지의 유배를 따라 섬에서 누나와 자라게 된다.

섬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물정에 어둡고 순수하지만 때론 본질을 찔러 들어가는 성격을 지녔다.

'토카메'는 시치카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을 본 뒤, 마음을 닫고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하게 된다. 

둘 다 무엇인가 비어있는 캐릭터들인 것이다. 

무심한 듯 하지만 중심을 잃지않고 뚝심있는 시치카와 기책에서는 깨알같이 똑똑한 듯 보이지만 왠지 허술해 보이는 토카메.

묘하게 비어있는 부분이 맞닿아 있는 듯 하다.





두번째는 12자루의 칼을 소유하고 있는 검사들이다.

각자의 이유로 최강의 칼을 가지게 되고 거기에 얽힌 그들만의 이야기들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전설에 가까운 캐릭터를 두르고 있기도 하며, 각자의 길에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자들이기에 주인공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세번째는 마니와 닌자들이다.

토카메가 칼 수집을 위해 의뢰를 했던 닌자집단이지만, 칼의 가치를 알고서는 돈 때문에 배신을 한다.

12두령이 주로 등장하는 이들은 닌자 인술과 함께 각자가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흥미를 불러일으켜 준다.




네번째는 정체가 미묘한 히테이 히메.

에몽자에몽이라는 심복을 부리며 칼 수집의 밸런스를 조절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복잡하게 몰아넣어가며 결말에서는 의외의 사실을 폭로하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4개 진영의 톡톡튀는 캐릭터들이 서로의 명분과 목적을 위해 얽히게 되니 그 사이에서의 갈등과 흐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긴장과 이완이 훌륭한 연출


카타나가타리의 무서운 점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며 몰입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는 확실히 집중 시켜주고, 이완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위와 같이 게임과 같은 구성도 보여주며 '피식~'할 수 있는 순간을 보여준다.

칼과 관련된 이야기이면서도 전투씬은 의외로 적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한지에 필묵으로 쓴 글씨들을 종종 보여주며 원작(글)이 가진 맛도 잃지 않으며 감감적으로 표현해주는 점이 좋다.


또한, 자극적인 화면 연출이나 빠른 진행등과도 거리가 있으며, 차분하면서도 알콩달콩하는 주인공들의 여행을 따라가는 느낌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원작의 충실한 구성도 좋겠지만 애니메이션화 하면서의 연출력도 가히 칭찬할만 하다.




'칼'이 사람이 되어가고, 기책과 목적만 가득한 마음에 사랑이 들어차다.


주인공인 시치카와 토카메는 분명히 결손된 부분을 가진 사람들이다. 

12자루의 칼을 모으기 위한 '여행'을 통해 그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게 되는 것이다.

때론 서로에게 배우기도 하고, 마니와 닌자와 칼의 소유주에게... 때론 상황과 칼에서도 조금씩 채워가는 것이다.


어쩌면 '카타나가타리'가 흥미로운 것은 이 주인공들이 '원수'라는 관계에서 시작해서 미묘한 감정들을 넘어서 서로를 채워가는 과정이 예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칼'을 소재로 했지만, 결국은 주인공 둘의 여행과 서로를 채워가는 이야기가 중심인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뒤엉키지도 않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잔잔히 파고들어와 큰 여운을 남기다.


가끔 주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추천하곤 하는데, '충사'와 더불어 손꼽으며 추천할 수 있는 애니가 하나 늘었다.

독특한 일러스트 느낌의 작화도 기억에 남겠지만, '자극'이나 흥미보다는 '이야기'에 힘을 실어 빠져들 수 있고, 마지막이 흐르고 난 뒤 각자의 머리와 가슴에 나름의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특한 작화, 

살아있는 캐릭터, 

집중하며 빠져들게 만드는 연출, 

짜임새있게 힘있는 흐름을 가지는 스토리...


'카타나가타리'는 독특한 여운으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P.S : 작화를 보면서 '오오가미'가 떠오르고, 칼들의 이름을 보면서 'M.H.(몬스터헌터)'가 떠오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