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행복에 대한 짧은 동화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고 난 다음에 바로 구입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같은 작가의 글들을 읽는 습관 때문이기도 했고 스미노 요루의 특기처럼 느껴지는 제목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쉽게 읽혀서 부담없이 읽게 되지만 행복에 대해서 다시한번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준 듯 하다.
초등학생 소녀가 행복을 알아가는 과정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도 그랬지만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도 주인공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된다. 초등학교 5학년인 고야나기 나노카의 조금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나노카는 또래에 비해 똑똑하지만 사교성은 조금 부족한 아이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보다는 책을 보거나 자신만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하는 소녀이다. 똑똑하지만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이지메를 당하기도 한다.
나노카는 그녀라는 고양이를 만나면서 독특한 인연을 만나게 경험하게 된다. 크림색 건물에 사는 아바즈레씨, 언덕 위의 목조건물에 사는 할머니, 폐건물에서 만나는 미나미 언니. 조금은 사회에서 부적응하거나 인생의 아쉬움을 남긴 흔적들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노카는 셋을 번갈아 가거나 동시에 만나며 서로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나누며 교감한다. 초등학생의 친밀함과 검은 색 고양이인 그녀가 있어서 쉽게 인연이 맞닿는 부분도 있다.
학교에서 숙제로 행복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며 나노카는 행복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다. 참관 수업 이벤트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고 친분이 생긴 셋의 행복을 들으며 자신의 행복도 고민하게 된다. 초등학생이 행복을 깨달아 가는 과정, 그리고 초등학생이 깨달은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나노카의 당돌하기도 솔직하기도 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보게 된다.
쉽고 편하게 몰입할 수 있는 호흡과 재미요소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를 시작하면서부터 나노카라는 캐릭터에 빠져들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인생이란 XX와 같아 같은 말을 쓰는 당돌한 매력도 있고 초등학생의 시선이기에 가능한 사물과 환경에 대한 해석이 귀엽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만 결국은 나노카의 해석을 따르게 되고 나도 모르게 나노카의 다음 행동이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된다.
인생이란, 행복은, 같은 표현들이 반복되며 은근히 중독성 있게 기다려지게 되기도 한다.
명확하게 풀어내지는 않았지만 미래의 모습을 타인의 시선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손목을 자해하는 미나미, 계절을 파는 일을 하는 아바즈레씨, 친구지만 연인의 미련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의 순서로 나노카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노카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자신과의 연결점이 많이 등장한다.
조금은 우연적인 만남과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 가진 무기라면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상황들이기에 거부감 없이 나노카의 특이한 일상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을 찾아가는 숙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한 명씩 사라지고 만남의 장소들도 사라진다.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나노카의 행복은 가까워진다. 마치 백투더퓨처나 시퀀스 같이 과거와 미래의 연관성을 다루는 영화나 소설 같은 구조를 가진다. 행복을 깨달아가며 미래가 바뀌는 설정이랄까?
마지막은 성인이 된 현재의 나노카 시점에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꿈이라는 것으로 끝이 난다. 크림색 건물에서 꼬리가 짤리지 않은 검은 고양이를 키우며 쿠키를 잘 굽기 위해 노력한다. 그림을 그리던 키류와 연인이 되고 프로포즈를 받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 다시한번 이야기를 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주인공들의 시점을 나누어 목소리를 나누어 앞에서 전개한 이야기의 퍼즐을 풀어주었다면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현재의 주인공이 꿈이라는 요소로 퍼즐을 맞춰주고 여운을 남긴다.
인생이란…
최근에 스스로에게도 많이 해보는 질문이다. 행복하니? 나노카는 다행히 어린 시절 진지하게 숙제를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행복을 정의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말로는 행복해지자고 하지만 실제로 행복하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초등학교 5학년 소녀가 던지는 질문은 발랄하지만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온다.
“행복은 제 발로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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