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편하게 위안을 얻기 좋은 이야기들.

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편하게 위안을 얻기 좋은 이야기들.

11월의 두 번째 책은 '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이본 탤리)였다.

깊어지는 단풍들과 차가워지는 바람들 속에서 이별이라는 단어가 더 눈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한량 기질 무럭무럭 자라는 타이밍에 바쁘지 않아도 살아진다는 것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했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철이 더 없어져서 그런지...

어느 순간, 사회적 관념이랄까?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무너져버린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되지 않는다. 그렇게 조금씩 나에게 집중하다보니 일상이 심플해지며 겉보기를 위한? 혹은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한 누군가를 위한 바쁨은 사라졌다. 이런 성향에 대해 스스로 호불호가 나뉘어지겠지만 나는 이게 좋다.

 

누군가의 시선을 생각해야하고 매스컴에서 떠드는 혹은 주변에서 떠드는 기준에 맞춰 재물을 모으고 맞추느라 너무 바쁘고 너무 지쳐가는게 사실이다. 차라리 서로가 몇 평의 집에 혹은 어떤 차를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행복하느냐? 무엇을 하면 더 재미있게 살겠느냐? 라는 질문과 비교를 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은 물질적인 기준이 된다.

 

이런 시점에서 '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좋은 쉼표가 되어준다.

 

부담없이 읽어라. 꼭 그대로 실행하지 않아도 된다.

책에서 무엇을 얻을 지, 무엇을 남길 지는 스스로가 정하면 된다.

나는 이미 제목에서 위로를 받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바쁨과 헤어져도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 이본 탤리라는 작가가 말하는 바쁨과 헤어지는 방법, 그리고 이유 등을 다시한번 엿보기에 좋은 과정이었다.

 

'모든 것이 되는 것'에서 '자신이 되는 것'으로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이 함정에서 탈출하려면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실 인용구 밑에 나온 SNS에 대한 이야기도 와닿는다. SNS는 내가 지배하는 내 공간이어야 하지 나를 집어 삼켜서는 안된다. 심심풀이 이상의 것이 되었다고 느껴진다면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기도 해야한다. 11월의 첫번 째 책이었던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에서도 SNS는 멀리하는게 좋다는 말을 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돌리기도 했고 아무래도 책을 쓰고 글을 다루는 사람들이기에 SNS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SNS는 그다지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스스로가 바빠 보이는 이유에서는 더 그렇다. 친구와 약속으로 만나서도 SNS를 확인하느라 친구의 눈을 보는 시간이 적다. 밥을 먹으면서도 밥을 먹기 위함인지 사진을 찍기 위함인지 우선 순위를 헷갈리기도 한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 자신을 위한 즐거움인지? 누군가의 시선을 받기 위한 행동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불필요한 행동들이 바쁨의 원인,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는 흐름에 빠뜨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말이 정답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세대들에게 바쁘지 않은 순간은 뭔가 도태되고 낙오되는 기분을 던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바쁘지 않아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더 와닿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군대가면 학교가, 사회가, 우리 집이 돌아가지 않을거야! 라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떠올려보지만 실상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휴가를 나와보면 내가 지워져버린 것 같은 시간 속에 던져진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군대 이야기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바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이 말을 깨닫기까지는 사실 많은 시행 착오와 준비가 필요하다.

조금씩 불필요한 바쁨을 지워내고 덜어내는 준비를 해야한다. 하나씩 정리해보며 중요한 것을 우선하고 나머지는 지워도 된다는 그래도 내가 행복해지는 것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내야 한다. 실제로 그렇다. 바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그러니 심심해져서 내가 뭔가를 더 자율적으로 저지르게 된다. 여유롭고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찾아가게 되기도 하더라.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바쁨에 대한 이해를 지나 관리하는 방법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쁨을 알고 이해하는 부분까지가 좋았다. 시간 관리 방법 등에서는 조금은 정형화된 방법이랄까? 책으로 정리를 해야하니 조금은 갇혀버린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연습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바쁨과 헤어지기 위해 꼭 무엇인가를 하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스스로가 왜 바빠야 하는 지, 왜 바쁘다고 느끼고 있고, 왜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는지... 편하게 읽으며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방법은 그 뒤로 스스로가 찾으면 된다. 괜히 그 방법대로 하려고 스스로에게 더 바쁨을 선물하지는 말자. 바쁨과 헤어지고 싶어서 집어든 책 때문에 더 바빠지는 우를 범하지 말자.

 

즐기자.

바쁨과 이별을 하고 생긴 시간에 책 한 권 맘 편히 읽으면 좋을 것이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기에 참 좋은 11월이다.

스쳐 지나가는 가을에 책 한 권의 추억을 같이 묻혀 보내보자.

 

[11월 책]

-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잘 정리된 화법을 엿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