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혼잡하지 않은 마이애미 어느 해변도로,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수상쩍은 모습의 몇몇이 눈을 맞추고는 일사분란하게 군무를 펼친다.
튜닝된 자동차들까지 동원된 퍼포먼스는 몇 장의 유리를 레이어드한 그래피티로 마무리된다.
모바일 시대, 경쟁도 SNS로!
영화의 도입부부터 정신을 쏙 빼놓는 음악과 화면, 무슨 결승전 무대같은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런 불법의 퍼포먼스는 mob팀의 플래쉬몹으로 유투브의 댄스배틀 클릭 1등을 위해 펼쳐진 것이었다.
화끈하지만 사람들에게 흥미와 이슈를 만들어내는 플래쉬몹, 그것을 활용하여 좀 더 자극적이고 사람들을 놀래키는 전문적인 플래쉬몹을 기획하고 경쟁하는 것이다.
그것의 배경에는 유투브의 클릭배틀이 있었고, 이제는 댄스배틀도 SNS의 시대를 타게 되는 것이다.
스텝업 시리즈는 대체로 '배틀'이라는 경쟁을 중심에 두고 춤과 로맨스를 엮어왔고,
다양한 팀들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물론, 진정한 의미의 배틀이라기보다는 퍼포먼스로 경쟁을 하는 배틀의 의미였고,
잘 짜여진 루틴을 넘어 하나의 퍼포먼스로 꾸며진 무대를 카메라 앵글로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다양성한 스타일이 배제되는 상황이 되기도 하지만,하지만, 이번 스텝업 4 (레볼루션)에서는 '배틀'이 유투브로 옮겨가게 되면서, mob라는 한 팀에 집중하게 된다.
감독은 '플래쉬몹'이라는 소재를 접목하여 춤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시도들을 영화에서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스텝업 4에서 경쟁이 SNS이라는 온라인으로 넘어간 대신,
무대에 갇혀있던 표현을 도시 속에 풀어놓는 작업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춤과 음악, 그래피티 등의 스트리트 문화가 완성된 형태로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아쉬운 스토리 라인...
스텝업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로맨스인데, 역시나 이번 스텝업4에서도 션과 에밀리의 로맨스 라인이 그려진다.
자유롭게 플래쉬몹을 기획하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션과 엘리트 코스로 현대무영을 하는 에밀리.
또한, 에밀리는 마이애미 재개발을 추진하는 호텔사장의 딸이고, 션은 그 호텔의 직원이다.
조금은 상투적인 설정이고 이것이 만들어낼 반목은 눈에 쉽게 보인다.
역시나 그 해결도 쉽게 예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킬링타임용 영화를 보면서... 특히 스텝업 시리즈와 같이 춤과 음악에 정신을 홀리기도 바쁜 영화에서 굳이 플롯의 복잡성과 개연성을 따지면서 머리 아플 필요가 있을까?
로맨스가 약해진 것은 개인적으로 괜찮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의 개연성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시리즈들은 반목들이 있어도 배틀이라는 최종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배틀에서 낙오해서 최종적인 목표를 잃었음에도 mob은 금방 더 큰 대의를 찾아버린다.
영화의 흐름상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춤으로 '메세지'를 보여줄려는 의도가 개연성을 놓치게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춤, 퍼포먼스, 영화... 영화이기에 가능한 무대들
스텝업 3D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LED를 활용했던 마지막 결승 무대를 꼽겠다.
이번 스텝업 4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고르라면???
나는 이번에는 현대 박물관을 배경으로 펼쳤던 플래쉬 몹 장면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준비하는 모습에서부터 과연 어떤 퍼포먼스가 펼쳐질까?? 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고 실제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단순히 배틀에서는 보기힘든 연출로 잘 준비된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 했다.
춤, 특히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던 스타일의 춤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지만, 어떻게 포장될 수 있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이나 마리오네트 등의 무대로 훌륭한 문화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아직고 힙합? 거리나 아이돌이 추는 춤?? 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텝업4의 현대미술관 퍼포먼스는 정말이지 감독의 연출력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장면들이었고, 플래쉬몹만으로 그치기에는 아쉬울 정도의 퍼포먼스라는 생각을 남겨주었다.
춤을 중심으로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지를 잘 아는 감독이 이번에는 어떻게 무대를 담고 연출을 해낼 수 있는지에 도전한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회의실 씬에서의 스톱모션 퍼포먼스도 연출력이 뛰어났지만, 현대미술관 씬이 더 크게 기억에 남는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메세지... 그리고 끼워넣기가 되어버린 무스...
영화의 종반으로 갈수록 연출력에 비해 아쉬운 스토리와 메세지가 오히려 튀어보이게 된다.
마이애미의 재개발을 막기 위해 mob팀이 나선다는 설정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희화되어버리는 주지사와 에밀리 아버지의 모습은 아동용 헐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한장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였으니 말이다.
물론, 춤으로 사람을 감동시키고 메세지를 담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보는내도록 영화의 무게감을 확 떨어뜨리는 아쉬운 플롯 구성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뉴욕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는데...
그래 짐작하고 있었다. '무스!'
내심 기대했던 무스의 등장!!!
스텝업2와 3에서 감초는 물론 스토리텔러의 역할까지 하면서 뛰어난 춤 실력을 보여주는 재간둥이 무스!!!
그리고 대사 한마디없이 속칭 '로보트 춤'으로 화면을 압도했던 매드채트 또한, 존재감 없이 어색하기 짝이없게 소환(?)되기도 했
다. ㅠ_ㅠ 스텝업 4에서는 왠지... 생색내기 위해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구나.
생색내기식이긴 했어도 무스와 친구들이 스쳐가는 장면들에서는 왠지모를 반가움이 느껴져서 좋긴했다.
스텝업 4 레볼루션.
아쉬운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지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쉬운 것이 아닐까?
뜨거운 열정이 있는 마이애미 해변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춤꾼들의 화끈한 퍼포먼스!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작정을 했던만큼 쏠쏠한 볼거리들로 넘쳐났다.
예전에 스텝업 3D를 봤을 때는 뭔가 더 흥분했었고, 무스와 매드채드에 좀 더 빠져들었는데 말이지...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