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Xs, Xs MAX, 새로운 기능보다 빨라진 경험을?
9월 13일 새벽 2시부터(한국시간)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를 시청했습니다. 새로운 3종의 아이폰과 예상대로 애플워치 시리즈 4가 발표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조금 지루한 발표였고 부족한 개선점을 감추기 위해 과장된 표현들이 반복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4와 아이폰 XR이 예상보다 잘 나왔다는 생각에 비해 아이폰 Xs와 Xs MAX는 ‘이래도 니들은 살거지?’라는 느낌을 남긴 발표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폰 3종을 중심으로 다루고 애플워치 시리즈 4는 짚어봐야할 부분들이 조금 더 있기 때문에 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7나노 A12 바이오닉 칩으로 더 빨라진 아이폰 Xs, Xs MAX
애플워치 시리즈4에 이어 발표된 새로운 아이폰들입니다. 이미 유출된 자료도 많기 때문에 스펙에서는 확인하는 의미가 컸습니다. 그래도 발표를 지켜보는 이유는 단순한 스펙이 아닌 새로운 기능과 그것들을 통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s모델은 넘버링 모델에서 개선한 모델이 맞습니다. 그래도 개선된 스펙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게 지금까지의 애플이었다면 이번 아이폰 Xs에서는 새로운 기능보다는 성능의 개선이 눈에 띕니다. 빨라진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겠지만 좀 더 눈에 보이거나 와닿는 변화는 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필 쉴러가 등장해 아이폰 Xs와 아이폰 Xs MAX를 설명해줍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일단 요약해보면 한 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서는 스테인레스 스틸을 유지하고 골드 피니쉬 컬러가 추가 되었습니다. 엣지투엣지 디스플레이는 여전하고 최고의 강도를 구현했다고 하는군요. 디스플레이에는 슈퍼 레티나라는 새로운 명칭이 붙었습니다.
IP68, HDR 무비, 돌비, HDR10, 와이더 스테레오 사운드 등의 새로워진 포인트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애플이 가성비로 배짱 부리는 사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모두 도입한 기술입니다. 애플스럽게 얼마나 더 잘 녹여냈을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할 듯 합니다.
와이더 스테레오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필 쉴러가 스테레오 사운드가 좋아졌으니 이어폰 만큼 좋은 소리를 스피커로 들어라 라고 하더군요.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이어폰을 써야합니다. 이번에는 젠더가 빠지나? 싶은 생각이 스치기도 하더군요. 3.5mm 오디오 잭을 뺀 것을 정당화하려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냥 스피커 좋아졌다 정도로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페이스아이디는 개선 되었다고는 하지만 A12칩에 의존하는 느낌이고 조금 빨라진 정도로만 설명을 하더군요. 자신 있으면 더 자세하게 풀어줬을 듯 한데 시원스레 납득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이폰 Xs, Xs MAX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A12 바이오닉 칩입니다. A11에서 바이오닉을 붙이더니 이번에도 연결해서 붙어나왔습니다. 7나노 공정을 거친 칩으로 성능 향상과 배터리효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거기다 보조적인 장치로 8core의 뉴럴 엔진이 장착 되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부분에 활용되며 A12 칩을 보조하게 됩니다.
아이폰 Xs, Xs MAX의 핵심적인 변화이자 거의 모든 변화는 7나노 공정 A12 바이오닉 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뉴럴 엔진이 보조하며 빨라지기 때문에 단순 7나노 공정이라고 해도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세계 최초의 7나노 칩이라고 자랑할만해 보입니다. 그러나 단순 7나노 공정은 화웨이를 시작으로 곧 따라 잡힐 부분입니다. 뉴럴 엔지의 차별성이 얼마나 나타날 지 경험해봐야 알 듯 합니다. 그래서 발표의 거의 모든 이야기를 A12 바이오닉 칩과 뉴럴 엔진 강조에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30% 빠른 앱 실행, 머신러닝, 사진과 이모지 등에 활용되어 부각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그렇지만 청중들이 와우를 보낸 포인트는 앱실행이 30% 빨라진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아이폰 Xs와 Xs MAX에서도 카메라는 빼놓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예전 모델들에서는 플러스 모델에만 듀얼 렌즈를 장착하던 차이에서 아이폰 X가 듀얼을 가지게 되면서 X의 후속작들은 모두 듀얼 렌즈를 동일하게 장착하고 있습니다.
12MP 화소를 둘 다 가지고 있고 OIS를 지원합니다. 전면은 7MP 화소, IR 렌즈, 도트 프로젝터 등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스펙에서는 조금 개선된 느낌입니다.
카메라를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기능보다는 A12 칩에 의해 개선된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습니다.
기존에 적용했던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ISP)에 뉴럴 엔진을 이용해서 3단계 프로세스를 더해주게 됩니다. 얼굴을 인식하고 윤곽등을 구분하고 마스크 레이어를 좀 더 섬세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된 느낌입니다. 심도 있는 사진을 찍을 때 경계를 좀 더 잘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더군요. 뒤에서 이야기할 Xr이 최대 수혜자가 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아이폰 Xs, Xs MAX의 카메라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은 들은 이야기는 더 선명한 색, 더 디테일한 묘사가 될 듯 합니다. HDR의 강화로 역광 등에서도 적당한 노출을 잡아내고 선명한 색을 찾아낼 수 있다거나 더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며 강조했습니다. 머리결 한 올 한 올 바람에 날리는 샘플 사진은 놀랍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디테일이 강해지는 사진이 과연 좋은 사진일까? 라는 생각을 던지게 해주더군요. 셀카를 찍는데 거친 피부가 더 디테일하게 나온다면? … 내셔널지오그래피나 매그넘 등에 실릴 사진은 보기에는 좋지만 과연 내가 모델이 되거나 내 주변 사람이 모델이 될 때도 좋아할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입장에서는 환영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도 기본 앱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할 원동력이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폰 Xs, Xs MAX의 사진 설명에서 조금은 짚어봐야할 부분은 보케(Bokeh)입니다. 필 쉴러가 설명한 보케 기능을 요약해보면 촬영한 사진에서 조리개 값을 변경해 심도를 변경하는 기능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배경이 선명해지거나 흐려지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부분입니다.
응? 보케는 사진에서 빛망울을 의미합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피사계심도(depth)에 의해 뭉개지는 영역의 형태를 의미합니다. 일반 카메라에서 조리개 날의 모양이나 쪼여지는 형태에 의해 독특한 보케를 가지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보케라는 단어의 의미대로 기능이 들어갔다면 지금처럼 블러(blur)로 뭉개지는 모습이 아니라 좀 더 다른 형태를 지원하는 기능이 되었어야 할 듯 합니다.
아이폰 Xs, Xs MAX의 보케 기능은 심도(depth) 조절이 좀 더 명확할 듯 합니다. 차이는 있겠지만 삼성의 라이브 포커스나 화웨이 등에서도 이미 지원하고 있는 기능입니다. 이미 같은 기능을 새로운 명명법으로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기술을 시전한 것이죠. 레티나에서 재미보더니 조금 왜곡하면서 과하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참고로 몇몇 안드로이드 기종에서 지원하는 프로모드 등에서 조리개를 조절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 촬영후 결과물에서 값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차이는 AR(증강현실)입니다. ARkit과 함께 애플이 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뉴럴 엔진과 빨라진 A12 바이오닉 칩을 강조합니다.
조금은 예외적으로 블레이드, 홈코트, AR 갤러그 등 3개의 앱을 소개했습니다. 발표에 나온 셋 다 이런 건 아이폰에서만 된다라고 반복해서 조금 거슬렸지만 현재로는 팩트이니 인정하기로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홈코트 앱이 관심이 갔습니다. 농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홈코트에서 사용된 기술이 눈에 띄더군요. 잘 이용하면 좀 더 많은 영역으로 응용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별도의 센서 없이 아이폰만으로 현실의 모습을 측정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 활용하는 모션캡쳐를 간략하게 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명 유사한 앱이 등장할 듯 기대합니다.
게임이나 개인의 활용이 중요하겠지만 측정(measure)이나 AR Quick 등을 이용해 이케아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보는 용도가 가장 실용적이고 나머지는 아직 게임이 될 듯 합니다.
배터리는 아이폰 X 대비 Xs는 30분, Xs MAX는 1시간 반이 늘었습니다.
Gigabit LTE, eSIM을 기반으로 듀얼심과 듀얼 스탠바이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색상은 실버, 그레이스페이스, 골드가 출시 됩니다.
기대보다 잘 나온 아이폰 Xr
아이폰 Xc로도 불렸다가 결국은 Xr로 발표 되었습니다. 6.1인치 LCD 모델입니다. Xc로 불릴 적에는 아무래도 아이폰 5c의 영향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 스펙을 조금 하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발표를 보니 오히려 더 매력있는 모델로 자리하게 되는군요.
6.1인치 LCD, IP67, 알루미늄 바디, 싱글렌즈 정도의 차이를 빼면 아이폰 Xs, Xs MAX와 거의 동일한 스펙입니다. 특히 A12 바이오닉 칩을 사용했다는 부분을 잘 짚어봐야할 듯 합니다. OLED보다 LCD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더 적합하며 높아진 가격에 비해 실속파들에게 유리한 옵션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LCD를 이용하면서 리퀴드 레티나로 명명했습니다. 역시나 현재 최고의 LCD 디스플레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슈퍼 레티나, 리퀴드 레티나 뭔가 점점 복잡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아이폰 Xr은 예상보다 잘 나오긴 했지만 싱글렌즈를 사용한다는 아쉬움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폰 Xs와 MAX에 적용된 센서를 그대로 이용하고는 있습니다.
카메라 기능에서 주목할 부분은 싱글렌즈로 포트레이트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이폰8까지는 싱글렌즈에서 이런 기능 안 넣어줬습니다. A12 바이오닉 칩으로 ISP에 몇 단계를 더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갔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보여진 샘플 사진들을 보면서 조금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구글에서는 픽셀 시리즈에서 싱글렌즈를 통해 아웃포커싱을 구현하고 있으며 전용 이미지 프로세서를 이용하지 않아도 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가 넥서스 5X로 구글 카메라를 이용해도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죠. 다만 싱글렌즈를 이용할 경우 거리에 따른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계가 모호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아이폰 Xr의 포트레이트 모드의 샘플 사진을 조금 유심히 살펴보면 메인이 되는 오브젝트와 배경의 거리가 멀고 경계선이 잘 보이지 않는 사진들이었습니다. A12 바이오닉 칩의 버프를 받더라도 싱글렌즈의 한계는 드러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명이 있는 샘플 사진에서 그 사이에 한 사람이 살짝 뒤에 서 있다면 그 사람은 심도가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예상이고 이 부분은 실제로 촬영하며 직접 샘플링하고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배터리는 아이폰8보다 1시간 반 사용이 늘었습니다. 같은 LCD 기준으로 비교를 한 것이 눈에 띄더군요. 다른 넘버원이나 고객만족도, 세계 최고 등등을 이야기할 때는 비교 기준이 없었는데 말이죠. 괜히 이런 부분은 디테일하게 잘 보이는군요.
아이폰 Xr은 개인적으로 생각보다 잘 나온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의 장점도 있고 A11이 아닌 A12가 들어간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습니다. 싱글렌즈에서도 일단 포트레이트를 지원하기 때문에 궁색을 갖추며 노력하는 모습도 엿보였습니다. 하위 모델은 맞기 때문에 실속을 택한다면 조금의 아쉬움을 안고 충분히 의미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6가지 색상을 준비했고 프로덕트 레드까지 포함한 모델이기 때문에 캐주얼한 영피플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듯 합니다.
가격과 출시일은?
간략하게 가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아이폰 Xr은 64GB/128GB/256GB 모델로 출시되며 $749부터 시작합니다. 실제 출시는 아이폰 Xs, XS MAX보다 느리게 10월 26일에 1차 출시국을 대상으로 합니다. 한국은 1차 출시국 리스트에 없습니다.
아이폰 Xs와 Xs 맥스는 64GB/256GB/512GB 모델로 출시 됩니다. 가장 만만한 128GB는 쏙 빠졌습니다. 아이폰 Xs는 $999부터, Xs MAX는 $1099부터 시작됩니다. 1차는 9월 24일, 2차는 28일로 출시국을 구별해서 출시합니다. 일단 1, 2차 리스트에 한국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대략적인 가격도 알려드리고 싶지만 환율에만 따르는 문제도 아니고 예년 기준으로도 변동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예상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환율을 계산해보고... 그냥 작년 모델 기준으로 비슷하거나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시는게 편할 듯 합니다.
아이폰 Xs, Xs MAX, Xr의 발표를 보면서 계속해서 머리에 남는 생각은 A12 칩에 모든걸 걸었나? 였습니다. X 넘버링에 이은 개선된 점을 보여주기 위해 성능에 집중했고 그에 따른 전체적인 퍼포먼스와 디테일의 개선을 목표한 듯 보입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유독 지금까지중 최고의 성능이다, 최고의 아이폰이다 라며 세뇌하듯 더 자주 이야기를 한 듯 합니다.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니 당연히 현존 최고가 맞습니다. 내년에는 또 최고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굳이 반복해서 더 강조하며 선빵 날리는 것은 자신감이나 준비가 부족해서 허세 부릴 때 주로 사용합니다. 내년에 갱신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현재까지 가장 없어보이는 애플의 모습이었습니다.
새로운 기능으로 경험을 만들어가기 보다 개선된 속도에 치중에 나머지를 포장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과연 적응의 동물인 사용자들이 빨라진 속도에 놀라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WWDC에서 발표했던 애니모지의 변화라도 이번에 발표했다면? 좀 더 와닿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을 듯 합니다.
‘니들은 이래도 살거잖아?’를 완곡하게 포장해서 말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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