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있는 광고 전쟁 엿보기, 과연 제품이 남을 것인가?

위트 있는 광고 전쟁 엿보기, 과연 제품이 남을 것인가?

한 해를 정리하면서 다양한 제품 이야기, IT 트렌드의 변화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를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고관여 제품들을 광고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신선한 접근이 좋았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디스라고 하기엔 너무 잘알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하고 싶은 광고는 삼성 갤럭시의 ‘Growing Up’이다. 아이폰X 출시일에 맞춰 등장한 광고이고 당연히 갤럭시를 광고하고 있다. 그런데 방식이 상당히 와닿는다. 경쟁사 제품을 디스하고 갤럭시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

2007년 아이폰 3G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애플을 이용하던 주인공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불편을 겪게 된다. 물론 아이폰만 있는 상황이라면 느끼지 않을 불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적인 불편이기 때문이고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느낄 수 있을 법한 상황을 잘 짚어냈다.


실제로 아이폰3Gs부터 사용해서 지금까지 아이폰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절묘하게 짚어냈다. 2016년의 방수 모습과 이어폰 젠더를 꺼내는 표정은 사실 스스로도 지어본 표정이기 때문에 싶게 공감할 수 있었다. 살짝 과장된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팩트를 기반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장단점의 비교를 상황으로 잘 풀어냈다. 두 제품의 우위를 가리는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장점이 생길 수 있는 시절이었고 그 상황을 잘 묘사했다.

이번 광고는 주인공이 과감히 갤럭시로 갈아타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10년의 아이폰 팬보이도 아이폰이 가지지 못한 장점들, 상대적으로 늦게 갖추어지는 편의, 갤럭시만의 S펜 등의 이유로 아이폰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제목처럼 성장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자연스럽고 당당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지기 때문에 아이폰X를 디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폰을 디스하며 갤럭시를 내세우는 광고이지만 묘하게 공감이 가면서 납득이 되어 버린다. 상당히 말끔하게 잘 만든 광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삼성의 광고들에서 보여지는 아쉬움 점을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주인공의 변화만 그려내면 더없이 깔끔한 광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Growing Up’에서 상대 진영의 제품 디스만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디스도 내포하고 있다. 주인공이 갤럭시로 갈아 탔다고 새로운 아이폰(아이폰X)를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남긴 것이다. 삼성은 예전에도 아이폰 대기 모습을 비아냥하듯 낮추어 묘사하고 옆에서 갤럭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쿨하다는 느낌의 디스 광고를 만들었었다.


사용자 경험을 통한 공감으로 아이폰X를 디스하는 것까지는 괜찮아도 사용자를 대상으로 디스 하는 것은 위험하다. 괜히 유저들간의 분란만을 조장할 뿐 아니라 공감을 제대로 얻지 못한다면 공분을 얻게 되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게 된다. 사용하는 제품으로 사람을 구분 짓는 위험한 아젠다를 심어놓고 있다. 살짝 도발적인 내용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되기도 하겠지만 위트와 디스의 경계선을 오가는 뉘앙스가 된다. 이럴 경우 위험한 것이 자신도 똑같은 디스의 대상이 되어도 할 말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Growing Up’은 디스를 당했다. 애플이 아니라 모토로라였다.



차려놓은 밥상, 숟가락 제대로 얹은 모토로라


삼성 갤럭시의 ‘Growing Up’이 등장하고 2주 정도 후에 모토로라가 삼성 갤럭시 광고를 다시한번 디스했다. ‘Growing Up’의 주인공이 그대로 등장하고 갤럭시의 장점을 어필하려는 순간 모토Z의 모드를 이용한 빔프로젝터를 등장 시킨다.

사실 기기 자체의 스펙이나 기능들은 차이가 많이난다. 하지만 광고에서 비친 활용은 성능을 넘어 상대적으로 장점인 부분을 상당히 잘 부각시키고 있다. 광고만 본다면 더 활용성 좋아 보인다. 삼성이 아이폰의 인지도를 이용했듯 모토로라는 이전 ‘Growing Up’ 광고가 만들어놓은 인지도와 삼성 갤럭시의 장점을 이용해서 그대로 패러디하며 디스해버린다.

광고만을 놓고 보자면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모토Z의 빔 프로젝터 모드를 충분히 알리기 좋았다. 그리고 상당히 효율적이다. 단순히 비교를 하자면 삼성 갤럭시는 1분의 시간을 들여 납득시킬 스토리를 짜야하고 공감시켜야 했던 광고를 모토로라는 30초에 끝냈다. 그러면서도 패러디의 패러디라는 이슈로 충분히 노이즈 마케팅도 펼칠 수 있다. 매체비를 상정하면 1분과 30초는 크다. 그리고 광고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떠올려도 30초가 유리하다. 삼성 갤럭시가 많은 준비와 광고비를 들여 만들어놓은 큰 밥상에 제대로 숟가락을 얹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한 디스만이 아니라 디스를 디스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더욱 통쾌한 위트 코드로 느껴지기도 한다. 비교 광고를 하며 디스하기는 쉽지만 이렇게 경쟁이 붙어버리면 결국 더 유쾌하게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겨진 사람이 이긴 게임이 된다. 광고만을 놓고 본다면 모토Z가 삼성 갤럭시보다 더 기억에 남을 법하다. 그리고 다음 수를 기다리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도발에 실제 당사자가 끼어들거나 또다른 브랜드가 참전하는 것을 기대해보기도 했다. 디스를 디스한 모토로라도 상당히 깔끔하게 광고를 했기 때문에 다음 광고로 또한번 이어져도 위트있는 전개가 가능하다. 애플이 다시 뒤집기 광고를 내주면 가장 재미있는 연결과 재미있는 구성이 될 듯 하다. 하지만 초창기 MS와 비교, 디스하며 광고한 이후로 비교 기법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업계에서 최고라 생각하는 브랜드는 비교광고와 디스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고 굳이 비교를 해서 최고를 어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갤럭시의 ‘Growing Up’은 사실 “최고의 애플 팬보이는 삼성이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보여준 사례가 된다. 단순히 팩트 비교로 보이지만 애플 사용자의 공감 포인트를 이렇게까지 끌어낸다는 것은 아이폰을 그만큼이나 사용하거나 이해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둘의 광고를 보며 2017년 IT관련 광고에서 꽤 재미있는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2018년은 불쾌하지 않으면서 아이디어에 박수를 칠 비교, 디스 광고들을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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