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만든 또하나의 이야기.
최근에 극장용으로 본 애니중 그렇게 기억에 남는게 없다는 것 때문에 어떻게 미루다보니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보는 동안에는 동화같은 그림과 잔잔하지만 눈을 땔 수 없는 연출들에 집중했고, 끝이 나서는 왠지 복잡한 심경이 들면서도 훈훈한 느낌이 가슴 깊이 남겨진다.
유독 웃음이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의 초반부터 자신을 유독 잘 웃는다며 소개한 엄마인 '하나'.
그녀가 우는 모습도 종종 나오기는 하지만, '하나'를 떠올리면 웃는 얼굴이 먼저 생각난다.
그만큼 순수하게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힘이 들어도 웃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의 밑에서 자라게 되는 '유키'와 '아메'의 웃는 표정도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언제나 밝은 유키의 상쾌한 웃음소리도 그렇고, 수줍게 웃는 아메의 모습도 보는 동안 그냥 따라 미소짓게 된다.
특히나 눈이 가득 온 날, 셋이서 마음껏 달리며 웃는 모습은 회색빛 빌딩숲에 살면서 현재에 순응하기에도 바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친구들과 직접 만든 눈썰매로도 하루가 즐거웠던 그 때도 생각해보게 되는구나.
유독 웃음이 기억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받아내는 하나의 캐릭터 때문일지도 모른다.
늑대아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겪게되는 선택을 받아들이며, 아메를 보낼 때도 웃음을 띄운다.
엄마이기에 강할 수 있고, 그렇기에 그런 웃음도 띄울 수 있는가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기른다는 것, 보낸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반대로 아이들이 자라고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던져준다.
나는 아직 그 과정을 겪지 못하고 있지만, 과연 미소지을 수 있을까?
다르다는 것에 대한 고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늑대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늑대와 인간의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하고 본능을 조절하며 순응해야한다.
그리고 평생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
다르다는게 틀렸다는 것이고 위협이 되는 일일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하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겠는가?
누구나 머리로는 쉽게 답을 낼 수 있지만, 남들과 다르다는게 틀렸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하나는 현명했고, 그것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르다는 것 때문에 받게 될 상처들 때문에 보호하려고 노력했고,
일상적인 수준에서 유키와 아메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단순히 '하지마'가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받아줄 수 없는 통념적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로 보호하며 그런 환경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다르다는 것.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문제일 뿐.
하나가 '그'로 표현되는 늑대인간을 받아들이고, 그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함께 생활할 수 있었던 것과 유키의 친구인 '소헤이'가 유키의 비밀을 간직하며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임을 보여준다.
'늑대아이'를 보면서 상당히 신선했던 것은 BGM이 극단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해서 집중을 하거나 임펙트를 남기려는게 보통인데, '늑대아이'는 극단적으로 그러한 요소들을 줄이고 이야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충분히 빨려들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 감성이 요동치게 된다.
그리고 강조하지 않지만, 은근히 들어나는 자연에 대한 동경을 자극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들과 흔히 볼 수 없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조금은 다른 관점과 시대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충사'의 그림들이 떠오르게 되더라.
어릴 적 모습과 다르게 반대의 결정을 하게되는 유키와 아메.
그들을 통해서 극단적으로 사회 속에 순응하는 모습과 본능에 충실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담담히 지켜보며 엄마로써의 위치를 지켜가는 하나의 모습은 먹먹함과 함께 더 많은 생각을 던져주기도 한다.
사실, 작품 중 중간중간 보이는 메타포에서도 둘의 선택은 엿볼 수 있다.
학교에 등교하는 장면에서 학교와 산으로 갈라지는 대문(?)에서 유키는 학교가 있는 왼쪽으로, 아메는 산이 있는 오른쪽으로 항상 향한다.
동물들과의 공존을 이야기하며 3가지 표현법을 먼저 사용해서일까?
메세지도 다르고, 작화나 연출도 차이가 많이 나지만 왠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계속해서 머리 속에 떠오른다.
잔잔하지만, 그래서 더 강하게 하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하나는 웃는다.
그래서 따라 웃게 된다.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큰 감정의 기복없이 섬세하게 표현했고, 보는 사람들에게 납득시켜버렸다.
어느 것이 정답인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선택이 있고,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하나의 방식을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그렇기에 더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할 수 있으리라...
'늑대아이'
기억력 나쁜 머리 속에도 깊게 자리하며 오래도록 기억될 또하나의 수작임에 틀림없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절실한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한번쯤 감성에 젖어 나름의 작은 고민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빠가 된다면 꼭 다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리스트에도 올려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