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털...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뭔가 불안한 마음에 못 다한(아니 풀리지 않는... ㅠ_ㅠ) 일을 펼쳐놓고 있다가
담배가 떨어졌다.
-0-;;;

새벽이 열리는 시간임에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편의점을 향한다.
스페어 생수와 우유 하나를 챙겨드는데...

문득!!!

그 통짜 냉장고의 거울도 아닌 유리에 비친 나의 모습에서...

슝슝한 콧털을 발견했다! -ㅁ-;;;;

이 뭥미...

집에와서 거울에 나의 얼굴을 비쳐본다.

찌들은 피부에 콧털은 여전히 슝슝하다... -ㅠ-

.......

갑자기 뭔가 뜨거운 것이 치솟는다... 콧물도 눈물도 아니다...

머리가 순간 블랙아웃이 되고, 가슴은 서먹하다.

이제 내 나이의 절대적 수치도 한단계 올라가는 시점에서...

안그래도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인생을 살고있는 얼굴이 약간은 서글펐다.

그리고 거울은 면도를 위한 철저한 목적성 도구가 되어버린 것 같아
거울에게 심심한 사과를 날린다.

정성들여 세수를 하고 콧털 가위를 꺼내들어 전혀 조심스럽지 않게 서걱서걱 가위질을 한다.

그래도 큰 변화는 없는 모습이지만,

찌들어가면서도 느끼지 못한 나의 안일함도 조금은 가위질이 되었길 바래본다.

이제... 얼릉 하던 일 마저하고 오늘은 조금이라도 더 자보자...



과도한 휴식을 가졌던 시간들에 대한 페이펙으로

나에게 이런 몰아침이 있는 것이리라...

녹슨 머리와 가슴에 기름칠하고 다시 날카롭게 갈아세워 여유를 조금씩 만들어가보자.



작지만 심하게 삐져나왔던 콧털에서 지금의 내 인생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