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통한다!"
새벽 4시, 과방에 마지막으로 남은 멤버들이 술잔을 채울 때 선배가 해줬던 말입니다.
술 때문인지, 그 선배의 촉촉한 눈시울 때문인지 유독 깊이 남은 말이고.. 전 아직도 이 말을 믿습니다.
(다만... 그 선배는 다음날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만화책 표지와 쌩뚱맞은 20대의 기억으로 출발하지만, 오늘은 제대로 소리 질러봐야겠습니다.
아침부터 참으려 참으려 했고, 일부러 밤 10시 넘어서 게임도 해보며 잊으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군요...
어제 위와 같은 글을 쓰며, 카이스트 하제의 목소리를 빌어 한국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무모하고 불합리한 것인지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긍정적인 해결방안 모색이나 게임산업과 사회적 문제의 절충이나 윈윈은 달나라 토끼 절구질하는 소리처럼 들리나 봅니다.게임, 이래도 규제가 정답입니까?
제 말이 씨라도 된 것처럼 참 기분이... 폭설 직전의 하늘처럼 먹먹하고 머리는 계속 무거워지더군요.
맴도는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 소리라도 질러야 잠이 올 것 같습니다.
자~ 그럼 20년 넘게 오락실과 콘솔, 모바일,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개발사 마케터로 잠깐 몸 담았던 '평범한 30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쿨링오프' 사태에 대해서 울트라 그레이트 빅엿을 날려보겠습니다.
게임과의 전쟁? 이번에는 어떤 꼴 만들어 놓을려고?
게임과의 전쟁, 전가의 보도 청소년 보호 - by 자그니
정부가 학원폭력을 근절한다고 말하면서, 게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내용은 셧다운제 보완을 위한 쿨링오프제(2시간 이후 접속 차단) 도입, 게임물 등급 분류 기준 강화. 게임물에 대한 합동 조사.
...그리고, 청소년 게임중독 치료, 소외계층 등을 돕기 위한 민간자금 출연을 확대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
대체 저기에 소외 계층이 왜 들어가있는지, 그들을 돕기 위해 자금을 출연하는 것을 의무화 하겠다는 것이 무슨 꼼수인지 궁금하지만, 일단 접어두고- 지금 상황은, 1996년~7년에 청소년 보호법이 입법되던 시기와 많이 비슷해서, 꽤 당황스럽다. 사회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눈 돌리기. 그를 위한 희생양 찾기와 언제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지는 '청소년 보호'
(블로깅 이전에 인연이라 형이라 칭하겠습니다!)
제가 첫 이미지와 이번 섹션의 이미지를 만화책 표지로 올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청소년 문제는 항상 존재해 왔고, 이슈화 되면 불같이 일어나 사회를 한번 뒤집어 놓습니다.
아마 가장 크게 이슈화되어 전쟁을 벌였던 것이 위의 글과 같이 만화책과의 전쟁이었을 겁니다.
결국, 국내 만화산업은 뿌리까지 흔들렸고... 유능한 작가들은 일본 출판사와 계약하고 한국에는 역수입하는 경우도 발생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이건 아닌데?'라고 한숨을 쉬는 것은 이미 경험을 했고 전쟁의 흉터만 남아 그것을 수복하는데 긴 세월이 걸렸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시작은 이미 한번 낙인 찍혔던 만화책이 그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2편을 뽑아봤습니다.
만화이기에 가능할 지는 몰라도, 문제아들이 한 사람을 만나고 사회의 시선에 맞서면서 폭력과 유해요소(?)들에서 벗어나 그들의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다는 내용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는 믿음이 있고, 진심이 있습니다!!!
이번, 쿨링오프 사태도 진심으로 청소년들을 위하는 것이라면... 만화책처럼 이루어지겠지요?
게임 때려 잡으면 학원폭력 사라지나요? 명분을 위해 또 큰 거 하나 잡는군요...
<얼마전까지 로딩화면에 이만큼의 비율을 차지 않았던 등급표와 경고문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벌써 이렇게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있다!>
머리가 먹먹해서 좀 쉬어줄 겸, 간만에 게임에 접속했습니다. 며칠 사이... 로딩 디자인이 참으로 맛깔스럽게(?) 변했더군요...
그리고 게임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면서 몇몇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고등학생들이더군요.
셧다운 제도? 이미 청소년, 셧다운이 뭐였는지도 잊고 있더군요. 누가 요즘 자기 번호로 계정 만드냐며 저 30대 old 됐습니다.
"쿨링오프 알아? 2시간 하고 쉬었다 와야된다."
"횽이나 오줌누고 오삼~"
-_-;;
가족, 친지... 클랜 형님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 셧다운 제도는 'shot! down!' 시켰더군요.
쿨링오프? 허공을 향해 필살의 훅 날리는 경우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셧다운 범주 안에서 쿨링오프는 존재하니깐요.
그럼, 더 강화된 규제와 확인절차를 통해 시행하겠다? 더 지능적으로 피해가는 불법의 길을 열어주시는 겁니다.
제가 고등학생이라 해도 솔직히 와닿지 않을 규제 내용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라면 형들과 1차 네고를 진행, 결렬될 시 부모님과 네고를 통해 허락을 득하였겠지만요 -ㅅ-;;)
물론, 위의 이야기가 단편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성급한 일반화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걸 하지말라고 하면 더욱 음지로 숨어들 뿐이라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하게! 당당하게! 15세 분류된 게임을 왜 시간 제약을 받으며 즐겨야 하는 건가요?
사실 전 그것부터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옳다구나!!! 너 잘 걸렸다!!! 라는 심산으로 게임을 때려 잡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명분'이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명분만 챙기시지... 왜 실리까지 슬쩍 넣으셨나요?
사전심의가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며칠 사이 달라진 것 같은 로딩화면도 바뀐 기준에 따라 재심의를 받았겠지요...
쿨링오프가 과연 그냥 이루어질까요?
클라이언트와 서버에 쿨링오프를 위한 기능을 쑤셔넣고 테스트를 겁나게 하고 그것들을 소스와 스크린샷,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심의서를 작성해야겠지요. 그리고 심의료를 냅니다.
등급 기준이 달라졌네요? 거기에 맞춰 클라이언트와 서버와 디자인도 다시 바꾸고 다시 심의료를 냅니다. -ㅅ-;;;
제 기억에 재심의에서는 심의료가 제외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마 이정도 바뀌는 것이고 등급 분류 강화되면 거의 새 빌드 만들어서 작업해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 그들은 가만히 앉아서 심의료를 받겠지요.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고 심의를 받아야할 게임이 과연 몇개나 될까요?
한번 크게 들었다 놨으니 좀 되겠지요?
다음으로 책임을 가지고 합동 조사를 하는 부서들이 있습니다.
명분을 내세웠고, 합동 조사와 규제를 해야 합니다. 예~! 예산편성 들어갑니다.
나라가 주목하는 사업이니 예산 규모도 크게 잡히겠지요?
그 예산으로 뭘하든... 아마 눈에 보이는 실적(!)들은 남겠지요.
이제는 손 내밀수도 없을만큼 안으로 숨어버릴 아이들은 상관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수치들과 실적이 있으면 명분은 다시 일어서고 더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명분 놀이의 루틴에서 그들에게는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나꼼수에서라도 한번 뒤집어 준다면, 올 연말에 볼만할지도 모르겠군요~
그 다음으로 청소년 게임중독 치료와 소외계층 등을 돕기 위한 민간자금이 난데없이 나타납니다.
게임에 의한 병폐가 있다면 사회적 책임을 물어 게임중독 치료에 일정한 기부를 받는다는 것에는 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소외계층이 튀어나오고 그걸 민간(게임업계)에 돈을 내게 하겠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의무화'! -0- 도대체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돈 좀 있어보이는 녀석을 골목길 구석으로 몰아놓고 분위기 싸~하게 만들어서 삥뜯는 횽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면?
저의 의식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규제강화에 숨통 꽉 죄어놓고... 좋은 일 할건데 자금 좀 출자하지?
굳이 의무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지만, 라임도 맞아 떨어지는군요! 돈! 돈! 돈!
명분에 실리도 있으니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고스란히 남을 피해들...
시작부터 연관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납득과정도 없이 질러놨으니...
명분과 실리를 가져가는 만큼 피드백으로 피해들이 고스란히 남게 되겠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2배, 3배의 굳이 필요없는 작업과 시간을 쏟아내야 합니다.
(국내에는 선보이지 않는 게임들이 외국에서 출시되는 경우들이 늘겠군요!)
PC방 및 게임 유통망. 아작날겁니다. 만화책의 교훈은 그냥 생긴게 아닙니다.
그리고, 국내 게임의 큰 컨텐츠 덩어리를 하나 도려내야 할지도 모를 것입니다.
국내 프로리그 선수들의 대부분이 젊은 혹은 어린 친구들인 게임리그... 전세계에서도 이렇게 특화되어 성장한 문화가 없음에도...
아작날 겁니다. 하루 4시간씩 연습? 10시에 셧다운? -0-;;
WCG에서 국위선양하는 모습이 줄어들지도 모르겠군요.
만약, 그들에게 예외라는 면책권을 준다면... 면책권을 바라며 청소년들은 더 게임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않고, 무엇을 위한 게임산업 죽이기 인지... 학교폭력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시작부터 다시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명분과 납득할만한 연관성, 그리고 채찍에 이은 달콤한 당근은 과연 무엇인지 심각히 고민해서 다시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 투성이인 규제만을 내놓고,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한다!는 명분만은 강제력을 발동할만한 동력이 되지 못합니다.
끝으로, 정치적인 발언이나 정치와 관련된 활동은 좋아하지 않지만, 문득 어른들의 말씀이 뇌리를 스쳐갑니다.
"도로에 경찰들이 많네? 선거철이냐?"
감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조심하라 했습니다.
(*오늘은 좀 흥분해서 표현들이 격할지도 모르고, 혼자만의 비약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걱정되는군요. 솔직히 너무 질러서 겁도;;)
"진심은 통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