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복잡한 복선이 깔린 매스커레이드 호텔 후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그대 눈동자의 건배를 읽으며 히가시노 게이고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작가가 궁금해지면 가능한 모든 책을 읽어보는 편이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이 눈에 보이면 하나씩 구매해두고 읽어보고 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매스커레이드 호텔. 분량이 조금 많은 느낌이기도 했지만 크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정도였다.
호텔을 배경으로 삼은 상징들
매스커레이드 호텔이라는 제목은 사실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정작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호텔은 코르테시아도쿄 라는 이름의 호텔이다. 매스커레이드는 가면무도회 정도의 의미로 사람들의 또다른 이면 가면 쓴 모습들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연쇄 살인이라는 소재로 시작 된다. 공통된 요소를 가진 살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의미가 불분명한 숫자들. 이걸 해석해내는 주인공이 닛타 형사다. 젊은 나이임에도 통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서 풀리지 않을 듯 보이는 실마리들을 풀어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또다른 캐릭터의 등장이라는 표현도 쓰더라.)
네 번째 살인 장소로 예고된 호텔에서 잠입하며 벌어지는 일 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나씩 풀어지는 앞선 살인사건의 비밀들. 잘 짜여진 트릭들을 복선으로 깔면서도 하나씩 풀어내는 과정이 나쁘지 않다. 다만 너무 잘 짜여져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이야기를 조금 복잡하게 만드는 느낌이 남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편하게 읽히지만 분량이 좀 되기도 하고 호텔과 호텔리어의 묘사에 조금 힘이 들어간 느낌도 있다. 캐릭터를 설명하고 형사와 호텔리어라는 포지션에 따른 입장과 관점이 해결이 실마리를 많이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 관점을 흘려주기 위해 나오미라는 캐릭터가 있는데도 닛타 형사가 점점 호텔리어가 되어가는 그리고 이해하는 과정이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초중반 호텔이라는 공간을 설명하고 캐릭터를 설정하고 복선들을 준비하는 것에 비해 후반부에서 풀려나오는 이야기는 반전이라고 보면 긍정적이고 조금은 복선에 끼워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호텔이라는 공간의 상징, 그리고 유니폼과 포지션이 만들어내는 사고의 흐름, 참 다양한 이유로 살인을 쉽게 저지르기도 한다는 생각.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다양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혼재하지만 그래도 반전과 추리의 탱탱한 텐션은 잘 갖추고 유지해준 듯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하게 해주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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