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리 (The Words), 글로 쓰여진 인생... 그리고 글에 묶여버린 두 남자의 인생...


글이란 것은 상당히 많은 것을 내포하고 나타내기도 하며, 때론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들을 가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 스토리(The Words)'를 보고 난 후, 위의 포스터가 가장 와닿았다.

글로 그려진 한 남자의 인생과 그것을 통해 또다시 얽히고 반복 되어버린 아픔...

그 아픔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글쟁이의 숙명인 듯 느껴진다.

사실, 글을 적는 지금도 많은 생각들이 얽혀있고, 뭔가 먹먹한 기분이 뒤섞여 있지만, 하나씩 생각나는대로 뽑아내어 정리를 해본다.




스토리, 쉽지 않은 구조. 그렇지만, 쉬운 예상. 


영화의 중심 이야기를 끌어가는 '클레어'는 작가이다.

신간인 'The Words'를 발표하고, 발표회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지금의 시점이 <현재> 라고 기준을 정해두고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이 영화는 '인셉션' 마냥 다중적인 이야기들이 뒤섞이기 때문이다.





<과거1>, 'The Words'의 이야기 속으로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시점이기도 하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채워주는 로리(남)와 도라(여).

작가 지망생인 로리를 믿어주며 현명한 모습으로 그를 감싸주는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고 부러운 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하고, 로리는 신혼 여행으로 떠난 파리에서 골동품점에서 오래된 서류 가방에 끌리고 도라는 선물 해준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들에게는 사랑과 함께 녹녹치 않은 현실이 있었다.

로리의 글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현실의 벽 앞에서 로리는 현실과 타협하고 출판사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일상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현실과의 타협에 안주해가며 글을 쓰는 작업에서 멀어지던 찰나, 로리는 신혼여행에서 선물로 받았던 서류가방에서 알 수 없는 글 '뭉치글'을 발견하게 된다.





로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글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무엇에 홀리듯 그 글들을 옮겨적었다. 

글에 빠져들어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일지도 모르고, 글쟁이의 특유의 습관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언제적 것인지도 모를 글들을 로리는 옮겨내어 현재에 되살려내고 있었다. 


그만큼 그 글은 사람의 마음에 속삭이는 큰 힘이 있었겠지...





글을 마무리하는 단계쯤에서, 로리는 도라의 격려와 희망에 찬 말들에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 

사실은 조금은 분위기에 취해 글쟁이가 겪게될 창작과 모방의 고민을 잠시 잊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혹은 외면했거나...

그렇게 로리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글로 인해 작가로써 큰 성공을 이루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휩쓸리듯 자신의 위치에 적응해가기 바빴고, 글의 출처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새롭게 시작되는 자신의 삶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러다... 올드맨의 등장이 새로운 흐름을 가져온다.

사실, <과거1>의 모습 초기부터 스치던 '올드맨'에서 '뭉치글'의 작가이거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등장으로 영화는 또다른 액자를 만들어내고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 로리가 출판했던 'Window Tears'는 사실, 올드맨이 쓴 글이었고, 그 소설은 그의 삶에서 아름다웠던 시절을 자전적으로 쓴 글이었다.





로리와 올드맨의 만남.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야기를 어떻게 꼬아갈 것인가?

의외로 올드맨은 악의를 가지지 않았고, 'Window Tears'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남의 이야기처럼... 그러다 점점 자신의 이야기로 변해가며 '뭉치글'이 쓰여진 배경과 뭉치글에 얽힌 담겨지지 않은 내용들을 이야기한다.





<과거2>는 그렇게 올드맨의 입에서 새로운 시점으로 이동하며, 아름답지만 먹먹한 삶의 파편을 그려낸다.

글을 몰랐던 젊은이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과 큰 아픔을 겪은 뒤... 

삶의 촛불을 깎아내듯 그렇게 쓴 글이었던 것이다.


가장 소중한 사랑을 얻게 되는 기쁨, 

사랑의 결실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함께하며 가지는 즐거움,

하지만, 그것을 잃으며 느끼게 되는 슬픔, 

현실 속에서 슬픔과 아픔을 피해가지 못하는 분노.


삶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는 올드맨의 글

이제는 로리의 글이 되어버린 그 글은 그 뒤에 올드맨의 인생을 바꿔버린 글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뭉치글' 때문에 되찾아온 어려운 기회를 놓치게 되고, 그 순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 중심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되찾을 수 있었던 사랑, 되찾지 못한 글...


하지만, 올드맨은 오히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을 훔쳤다고 소리를 치기도 했지만, 그대로 가지라고 한다. 그의 글과 함께 희노애락 모두를...

그 한마디, 그냥 다 가지라는 말... 

자신의 인생이 담긴 글(words)이지만, 이제는 로리의 것이라며 그 아픔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속박일까? 저주일까? 

차라리 돈이건 판권이건 넘겨버리면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올드맨은 덩그러니 그 무게를 그대로 로리에게 남겨둔다. 

그리고 로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올드맨의 무덤에 조용히 뭉치글을 같이 묻어버린다.





다시 <현재>.

올드맨이 들려준 'Window Tears'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것이 'The Words'의 스토리가 되는 것이고, 클레이는 현재에서 유명한 작가인 것이다. 그리고 책의 발표회장에 찾아온 미모의 다니엘은 클레이를 유혹한다.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클레이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그에게 다가선다. 


서로의 목적을 위한 팽팽한 간보기를 거친 클레이와 다니엘은 서로를 탐닉하는 순간에 이르지만...

클레이는 다니엘을 탐하지 못하고 쫓아보낸다.


'도라'를 떠올린다.

<과거1>이며 'The Words'에 존재해야할 도라를 순간적으로 떠올려 버리고, 

로리가 현실에 적응하기 위헤 알아야만 했던 잔인한 진실을 떠올리게 되고... 

올드맨처럼 클레이는 '과거의 사랑'에 갇혀버린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어떤 명확한 메세지도 엔딩도 없이 그렇게 덩그러니 겹쳐진 액자 속의 뒤엉킨 이야기 속에 보는 사람들을 던져둔다.

마지막, 클레이가 '도라'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쉽게 예상했던 전개를 되돌아볼 뿐... 추측일 뿐이다.




로맨스? 아니 글 속에 갇혀버린 한 남자... 아니 두 남자의 인생 이야기


처음 글로 이루어진 로리의 얼굴 모습을 보며, 이 영화를 가장 잘 압축해준다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국내에 알려진 포스터는 '더 스토리 - 세상에 숨겨진 사랑'으로 프로모션 되었다.

뭐랄까... 굉장히 달달함이 묻어나는 장면에 '사랑'과 관련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원제인 'The Words'의 소제목은 'There's more than one way to take a life.'이다.

인생에 대해 촛점이 맞춰져 있다. 오히려 불륜(?)스러운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결코 달달한 로맨스는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사랑'의 달달함과 함께 무엇인가 숨겨져 있는 흥미를 불러키고,

또다른 하나는 '삶'의 선택에 대한 궁금증을 던져놓는다.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느끼는 것들은 지극히 개인의 것이며, 정답은 없다.

하지만, '더 스토리'로 제목이 붙어버리고 '사랑'의 색만이 덧입혀진 듯한 프로모션에서 '속았다... 낚였다'는 느낌을 남기게 될까, 아쉬움에 글이 길어진다.


클레이의 책 제목과도 같지만, 'The Words'라는 제목으로 작가이자 '인생'을 기록한 남자들의 모습을 경험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남길 영화로는 정말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로맨스'의 기대로 영화를 접하면 기대와 다른 먹먹함에 뒷통수를 맞고 희미한 엔딩의 결말보다 더한 ???들 속에 갇혀버릴지도 모르겠다.


<과거2>에서 시작된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기록.

그리고 <과거1>에서 다른 남자에게로 이어져 만들어지는 또다른 인생의 얽힘.

또다시 <현재>에서 기록으로 되살아나는 과거의 편린들과 풀리지 않는 삶의 무게.  


세 개의 시점을 오가며 많은 메타포들이 숨어 있어서 조금은 흐름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고,

진실된 인생이 녹아있는 '이야기'들에 빠쪄 버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본 '더 스토리 (The Words)'는 두 남자가 '뭉치글'에 의해 묶여지고 경험하게 되는 '삶'을 그리고 있었다.


글로 기록하여 누군가에게 들려줘야 하기에...

숨겨지고 다하지 못한 남겨진 이야기들을 엿보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먹먹함이 쌓이는 것이다.

하지만... 아름답기에... 진실되기에... 그 과정을 지켜보며 '글(words)'과 '인생(life)'에 대한 수많은 생각이 뒤엉킨다.




'글'에 대해 되돌아보며, 고민을 더해주다.


'The Words'는 어설프지만 글로 아주 조금이라도 풀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로리가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에 타협해가는 모습.

그리고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리는 모습.

현재의 진실과의 대면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삶의 변화...

둘 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깊숙히 경험하고 우러나온 글이라는 점.


그냥... 

리뷰를 하며 또 아주 조금 풀어내고는 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먹먹하지?' 라고 또다시 물음을 남겨보지만,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진 질문만큼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되물음을 당하는 것 같아서 이런 먹먹함이 남는가보다.


항상 부족하다 느끼는 글들을 끄적이지만, 작은 고민들을 잊지는 말자.

'The Words'에서 만큼의 무게를 아직 짊어지진 않았지만, 

글로 풀어내기까지의 경험들과 느낌들...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며 스스로에게 더욱 솔직해질 수 있기를...


'The Words'... 종종 다시금 꺼내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삶에 대한 무게가 되돌아올 때, 

빈 공간을 대하며 두려움을 느낄 때, 

글을 마무리하고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낄 때...

리뷰로 시작해서 일기로 끝나버린 글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