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수요일, 평일 약속은 잘 잡지 않는다는 나의 생활패턴을 깬 것은 친구의 '예매권'이었고,
지난 주말 친구와의 약속을 깬 것이 있었기에 퇴근 후 바쁜 걸음으로 대학로를 찾았다.
(사실 '예매권'의 내용이 이미 영화로 접했던 '김종욱 찾기'의 뮤지컬 버전이라서 약속을 잡긴했다;;)
대학로 중에서도 조금 멀리 떨어진 '예술마당'을 찾은 것은 공연 시작 시간이 아슬아슬한 시간...
시간에 뒤채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영화나 공연을 보기전에 서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조금은 급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자리를 잡았다.
빈 공간을 바라보며 공연을 상상하며 기다리는 설레임은 적었지만,
공연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오길 잘했다! 영화보다 훨씬 깨알지구나!'로 정리될 것 같다.
배우들의 호흡이 살려내는 맛깔!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라는 황당한 회사를 차린 남자 주인공과 7년전 인도에서 우연히 스쳐간 첫사랑을 찾게되는 여자 주인공이 '김종욱'이라는 사람을 찾아나서면서 엮어나가는 이야기이다.
7년전 첫사랑, 인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어야 하고 첫사랑을 찾아가는 복잡한 환경과 다양한 등장인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뮤지컬에는 단지 3명만이 등장하고 하나의 무대에서 이 모든 것을 소화해낸다.
쉴틈없이 몰아치는 스토리와 변화하는 장면들... 하지만, 단지 3명 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오밀조밀 연습되고 맞춰진 배우들의 호흡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리라!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맛!
이미 영화를 통해서 '김종욱 찾기'의 스토리는 알고 있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괜찮았지만, 그보다는 캐릭터들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알콩달콩함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캐릭터들 사이에 양념이랄까? 주인공들이 서로 치고박는 긴장감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캐릭터 사이를 엮어주고 채워주는 무엇인가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나름의 영화적 구성과 해석으로 영화로써의 즐거움은 충분히 주었지만, 원작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공연이나 마찬가지지만, 뮤지컬 '김종욱 찾기'도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등장인물이 순간순간 무대를 알콩달콩 채워나가는 맛이 있었고, 오히려 등장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점이 오히려 캐릭터가 살아있는 원작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끊임없이 바뀌는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역할... 하지만, 어색함을 느낄 틈도 없었다면?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웃음으로 채워놓았다면? 그만큼 잘 짜여진 극본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칭찬해야 할 것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나에게 딱 그런 공연으로 기억될 것 같다.
장르는 로맨틱코메디이다. 사랑에 대한 웃음으로 접근한다는 소리다.
이런 장르를 보면서 다큐처럼 진지하게 집중하는 사람이 있을까?
평일 공연이었지만, 객석을 채운 사람들의 연령층과 구성은 참으로 다양했다. 커플도 있었고,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도 있었고(남자끼리는 없었다;;;), 동창회나 모임인 듯 어머니 부대도 있었다.
맛깔나는 연기에 실컷 웃고, 신나는 노래에 박수도 마음대로 치면 된다. 가끔씩 벌어지는 애드립에 호응하기도 하고 관객에게 시도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응하며 즐기면 된다.
편하게 호흡하며 서로가 에너지를 나누면 되는 것이다.
"사랑은 누구나 하는 법이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추억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또한, 사랑에 대한 의미는 살아가며 항상 바뀌는 것이기에 되새기며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부담없이 웃으며 즐기는 사이,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지친 일상에서 리프레쉬와 충전을 원하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추천해줄 뮤지컬 하나가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