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의 런닝맨, 120분 동안 쉼없이 달리고 쉼없이 웃겨준다!


독특한 영화다.

120분 동안 쉼없이 달리고 부딪히고 깨지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과 잘 짜여진 스토리는 명분없이 그냥 달리기만 하는 영화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쉼없이 웃겨준다. 상황으로 웃기기도 하고, 살이있는 캐릭터들이 허전할 수 있는 공백들을 절묘하게 끼워맞춰 채워준다.

손에 땀을 쥐며 꽉짜여진 긴장감은 아니지만, 120분 동안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웃음코드들로 이완도 능숙하게 펼쳐낸다. 그런 긴장과 이완의 굴곡을 지내다보면 어느새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고 주인공 차종우(신하균)의 지지리도 재수없는 사건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런닝맨


런닝맨을 보고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은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주인공 차종우의 신하균부터 맛깔진 조연들의 깨알같은 연기력 덕분에 별 것 아닐 수 있는 상황도 상당히 유쾌해지고 자연스럽게 웃음을 터트릴 수 있게 된다.


영화의 처음부터 스크린을 압도하는 것은 아무래도 신하균의 표정!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고로 일찍 나은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미 전과 4범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차종우. 그의 삶에 찌들고 허세 가득한 모습, 가끔씩 느끼할 수도 있는 표정을 짓는 캐릭터를 신하균은 훌륭히 소화해냈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의미없이 스쳐갈 수 있는 프레임 속에서도 그의 씨익~ 웃는 웃음 한번은 스크린에 눈을 고정시키는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또하나의 큰 역할은 어느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캐릭터이지만 명품 조연으로 이미 익숙한 김상호가 열연한 안상기 반장.

사실, 그가 나온다면 이미 어느정도의 캐릭터도 상상할 수 있고, 스토리상에서 적당한 비중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타이밍에는 그의 허당스러운 행동들이 의외의 결과나 비중있는 장면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런닝맨에서도 역시나 그의 캐릭터는 빛을 발하고, 익숙해질법한 연기에도 웃음을 빵빵 터트리게 만들어준다.



그 외 각각 캐릭터만의 색깔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에 런닝맨은 쉼없이 달리는 런닝타임 120분 동안 긴장감을 잃지 않고 관객들을 쥐었다놨다하며 함께 쉼없이 달리게 만든다.




미국식 상업영화 + 한국식 정서


런닝맨을 보고 있으면 액션 스타일이나 눈요기의 포인트가 헐리우드식의 시원시원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줄거리의 탄탄함보다는 눈요기를 중심으로 오락성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 라인이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런닝맨은 거기다 한국적 정서를 더해서 묘한 감성의 자극을 완성한다. 바로 차종우와 차기혁 부자의 팽팽하지만 끈끈한 부자 관계가 누명을 풀기 위해 무작정 내달리는 화면 속에 로맨스만큼의 강한 호기심을 심어놓는다.




완전히 달라 보이는 성격이지만 부자간의 닮은 모습을 조금씩 내비치며 둘의 접점과 회복되어가는 가족관계에 대한 모습도 보여주고, 액션으로 인한 긴장감의 연속을 보완하며 채워주는 것이다. 또한, 미국식 상업성과 한국식 정서가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고 있기 때문에 어색함 없이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그룹과 같은 느낌이랄까? 좋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여러개 준비해두고 좋아하는 포인트에 맞춰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액션을 좋아하면 액션을 좀 더 비중있게 보면 되고, 코메디가 좋으면 맘껏 웃으면 되고, 감성적인 충만을 원한다면 부자가 만들어내는 심리적인 변화에 포인트를 맞추면 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많은 포인트를 준비했을 때, 조심해야하는 밸런스와 큰 덩어리의 느낌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런닝맨의 최대 장점인 듯 하다.




묘하게 잘 어울리지만, 타이밍이 아쉬운 PPL


개눈엔 똥만 보인다고;;; 요즘 드라마나 영화는 PPL이 기본이고, 영화 런닝맨에서도 많은 PPL이 등장했다. 하지만, 가장 눈에 걸렸던 것은 차종우가 사용했던 스마트폰!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모델일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최초로 소개되었던 러기드폰(rugged) 폰인 모토로라의 '디파이(defy)'이다. 방진방수가 가능하고 튼튼한 게 자랑이기 때문에 극중에서 미친듯이 달리고 부딪히는 차종우의 스마트폰으로는 제격인 녀석! 



<사진은 'bruce, 와이프 몰래 오븐을 지르다'의 bruce님 사진을 가져다 씀! +_+>


참 제대로 걸맞는 제품이 PPL로 등장했고, 영화의 포인트마다 눈에 쏙쏙 들어오게 잘 잡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이미 디파이(defy)는 지금의 트렌드에는 아쉬운 성능이 되어버렸고, 격한 운동이나 레저를 즐기는 일부 유저에게 서브폰 정도로 사용될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모토로라가 철수하면서 제대로 마케팅으로 활용될 여지는 부족하다.


마케팅을 위한 모토로라의 PPL이라기 보다는 영화쪽에서의 요청으로 제품을 제공해준 케이스라고 생각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영화내에서 보여지는 디파이와 다른 배우들의 모토로라 모델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특히 디파이는 제대로 임자 만난 격으로 보였다.




킬링 타임용, 하지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


런닝맨은 킬링 타임용 영화이다. 

120분 동안 눈요기와 스토리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쉼없이 웃으며 집중할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자잘하게 남는 내용들과 크게 남는 느낌들이 다른 법인데, 런닝맨은 '시원하게 잘 웃고 즐겼다!'는 느낌을 크게 남겨준다. 머리 복잡하면서 즐거울 일 없는 주말이라면 '런닝맨'과 함께 런닝타임 내도록 신나게 웃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 데이트용이나 새로 시작하는 연인들이 함께 보기에도 부담없기 때문에 기분좋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