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오늘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인터넷게임건전이용제도 고시 제정안' 행정예고를 발표했습니다.

관련있는 사람들은 이미 이 소식을 접하고 저처럼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뉴스화 되지도 않고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런 행정예고와 관련된 내용은 크게 기사화되지 않다가 시행이 된 뒤에 영향을 받는다는게 큰 문제인데, 이번에는 행정예고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일이나 뉴스상에서 나올까요? 

(하지만, 구글과 네이버 기준으로는 '디스이즈 타임즈'의 기사 정도만 검색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행정예고이기 때문에 고시된 날짜까지 이 제정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그 기한도 9월 21일까지 입니다.

18일 고지하고 21일까지... 만약 21일까지 의견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안이 진행이 되는 것이고, 의견을 낸다고해도 그 의견이 얼마나 반영이 될 지 미지수이군요.

거기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온라인에서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PC, 콘솔, 모바일까지 다 총망라 한다는군요... 에효...




파티플레이, 레벨업, 퀘스트 보상, PvP? ... 

어떤 게임이 이 기준에서 자유로운가?


쉽게 이야기해서 15세 등급을 받아서 청소년도 이용이 가능하던 게임들(이미 셧다운제...)도 위의 안이 통과되면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됩니다. MMO나 RPG류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항목에 포함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극도로 단순한 형태의 게임만이 살아남던가 말이지요. (제 기준에서는 솔로플레이하는 한글타이핑 정도만 떠오르는군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저 항목들은 과연 누가 만든 것이며 무슨 생각으로 기준을 잡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3가지 큰 항목으로 나누고 평균점을 내도록 합니다.

그 중 한가지라도 평균 3점 이상을 넘는다면 '청소년인터넷게임건전이용제도'에 위배되는 것이 됩니다.

2가지 이상도 아니고 한 가지 기준이 걸리면 안됩니다. 모든 항목을 클리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주관적'입니다. #@$@^@$#%@#$


항목별로 조금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시니컬할 듯 합니다!)

'강박적 상호 작용'에 대한 항목입니다.

세부 평가기준을 봅니다.

1. 게임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역할을 분담해 협동하는 게임구조

    ▶ 레벨업을 위해 파티 플레이 안됩니다. 레벨업은 솔로플레이로 외롭게 커야합니다.


2. 여러 명이 함께 임무(퀘스트)를 수행해야 때문에 게임 도중에 빠져나올 수 없는 게임구조

    ▶ 문장부터 틀렸습니다. 그리고 파티를 나오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강제는 아닙니다. 

       물론, 플레이중 다른 파티원의 압박이나 책임감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명확한 기준 제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지, 심정적인 부분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는지 기준이 필요합니다.


3. 게임을 하면서 같이 하는 팀원들과 함께 무엇을 해나간다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임구조

    ▶ 무엇인가를 해나간다는 뿌듯함을 느끼면 왜 안되나요?? 

       그러면 만족감의 피드백보다 물질적인 보상을 더 바라며 파티플레이를 하라는 뜻인가요?

       협동해서 무엇인가를 이루어가는 피드백을 받으면 유해한 게임이 되게 평가표를 설계하셨습니다!


'온라인'이 아니라 '농구', '동아리', '그룹스터디'... 등 다른 단어를 대치해봅니다.

협동해서 하는 모든 활동은 평균점이 3점 이상이 나올 듯 합니다.

제가 청소년일 때는 그룹과 사회적 활동을 통해 '협동'하는 방법을 익히라고 배워왔는데, 이제는 아이들에게 협동하지말고 솔플에 능해지고 협동에 대해서 성취감이나 뿌듯함도 느끼지 말라고 길들이려나 봅니다.


두번째 항목은 '과도한 보상 구조'입니다.

4. 게임을 오래하면 게임머니/사이버머니 등을 많이 벌 수 있는 게임구조


5. 게임을 오래해야만 좋은 게임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구조

    ▶ 아무리 단순한 게임이라도 게임 시간이 길어지면 요령이 생기든 보상이 쌓이든 쌓이게 됩니다.

       이건 게임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경험이 쌓이면 능률이 올라야 되는거 아닌가요?? 

       능률에 따른 차등이 없다면... 노력해서 익숙해지고 효율을 높이는 것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도 보입니다.


    ▶ 다르게 해석해서 '게임을 오래 = 레벨업' 이라고 칩시다. 그럼 레벨1과 레벨60이 동등한 비율의 보상을 받는다?

       그렇지 않고 동등한 확률로 머니나 아이템을 얻게 만든다? 

       노력에 의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학습'은 저멀리 날아가고, 

      '재수'만 있으면 좋은 아이템을 구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군요. 인생 뭐 있습니까? 로또 한방이지 -ㅅ-;;;

       단계별 학습이 아니라, 우연에 의한 큰 성과는 오히려 그 상황이 '각인'되어 중독성을 가지게 됩니다. 

       게임을 디자인하며 우연히라도 대박 아이템이 드랍되게 하는게 그런 요인이기도 하지만 위의 제정안은 대놓고 

       그것만을 하라고 하는군요. 당신들이 말하는 논리가 '도박성'이라는 것은 아시나요???

       

6. 게임에서 주는 도전과제에 성공했을 때 레벨업, 스킬 향상등이 제공되는 게임구조

    ▶ 이것도 항목이 애매한게, '도전과제'는 무엇일까요? 

       예전 리니지 등에서 사용된 제한된 레벨 퀘스트 형태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렇다손 치더라도 왜 도전과제를 성공했을 때, 레벨업이나 스킬 향상이 이루어지면 안되는 것이죠?

       다음 과정을 위한 준비와 나름의 진입장벽을 설치하는게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으로 작용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회사에서 주는 승진과제에 성공했을 때 승진, 연봉상승,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회사구조'...

       3점 이상 안 매겨지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나요? 여성가족부는 승진을 어떻게 하나요??? -ㅅ-;;;

       뭐.. 청소년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과의 비유는 지나친가요? 

       청소년들은 게임을 할수록 도전과제에 대한 보상에 대한 개념이 흐려질 수도 있습니다. 


7.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게임머니/사이버머니 등을 인터넷이나 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구조

    ▶ 셧다운제 제대로 지키면 이거 제대로 벌 수 있는 청소년도 극히 드물 것입니다.

       저도 이렇게 환산하는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위의 4, 5번 항목에서 1,2점을 받은 시스템이라면 잭팟으로 환산할 수도 있겠군요!!! -ㅅ-;;;


게임에서 보상제도는 목적의식과 재미는 물론, '노력 = 보상'이라는 학습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항목들을 만족하려면 오히려 '도박'에 가까운 게임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건 아닐까요? 7번 항목이 그냥보면 맞는 말 같지만, 위의 항목들에 자승자박되는 꼴이 됩니다. 그럼 보상도 없는 게임을 왜 해야하는건가요? '학습용' 게임도 흥미를 위해 보상이 있습니다. 게임에 기대하는 흥미요소에 대해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생각해보고 만든 항목들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세번째 '우월감 경쟁심 유발' 항목입니다.

8. 마우스나 키보드를 통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구조

    ▶ 흠... 이건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럼, 키넥트나 보이스 시스템으로 게임을 해야할까요??? -ㅅ-;;

       

    ▶ '게임을 지배한다?' 참으로 애매한 말인데, 캐릭터를 원하는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표현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게임에서 1인자가 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대로 '지배'한다의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시니컬하게... 축구나 야구 같은 게임은 그 게임을 자신이 지배해야 게임이 즐거운거 아닌가요? 

        그맛에 게임하는거고;;

        MMORPG등으로만 치우쳐서 기준을 잡은건 아닐까요?


9. 게임 속에서 내가 힘센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구조

    ▶ 이 부분은 저도 조금은 인정합니다. 

      게임에서의 포지션으로 현실을 외면하는 경향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어긋난 영향력은 외면 받거나 자정되더군요. 

       당장 저만해도 그런 사람은 힘이 쌔건 뭐건 무시하니깐요. 

       게임의 필드에 서보지 않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 생각할 법한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0. 현실에서보다 게임에서 내가 좀 더 힘있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임구조

    ▶ 자~ 이제 퍼즐이나 보드게임 정도만 하면 되겠습니다. (__)

       최근 게임들은 캐릭터나 아바타등을 통해 자신을 대변해주며 그 캐릭터를 통해 일상에서 풀지 못한 판타지를 

      즐기고 '대리만족'을 하는게 추세입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아닌가요? 

       딱, 현실만큼 학원과 등수... 성적에 치이는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sims 같은 게임이 통과할 지도 모르겠군요. 

       그것도 현실의 기준을 정해놓고 말이지요...


11. 게임을 통해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게임구조

    ▶ '내 능력'은 무슨 능력을 말하는건가요? 무턱대고 한계에 도전하는건 문제가 있겠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자신의 능력을 알아가는게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게임을 통해서 '내가 장사에 소질이 있구나', '사람들과 대화에 익숙해서 상황을 잘 정리하는구나'...

       그런 능력을 개발하면 안되는 것이군요.

    ▶ 만약, 이 항목의 '내 능력'이 잠을 안자고 몇시간 연속 플레이는 가능하구나. 

       몇시간 만에 얼마만큼의 레벨업은 가능하구나...

       등의 테스트로 쓰이는 걸 막는다면 저도 찬성이지만, 그 기준과 목적이 참으로 애매할 수 밖에 없습니다.


12. 다른 사람들과 경쟁심을 유발하는 게임구조

    ▶ 과도한 경쟁심 유발은 물론 나쁜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심은 상승욕구를 자극하는 재미요소입니다.

       경쟁없이 평등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애니팡에서 등수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ㅅ-;;;


이 항목들이 과도해졌을 때는 분명히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표현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항목들 또한 과도하게 배제된다면 게임의 흥미요소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제가 보기에는 애매한 항목들로 두리뭉실 언제든 칼날을 빼어들 수 있는... 

세가지 항목 중 한가지를 언제든지 충족시킬 수 있을 듯한 항목들로 보입니다.





법안으로만 청소년들을 걱정하지말고, 발로 뛰어 게임하나 만들어보시죠?


오늘 이 제정안의 항목들을 보면서 저는 과연 어떤 게임이 이 기준들을 통과할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 남습니다.

(제가 놓친 적합한 게임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과연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면 어떤 게임이 나올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단순히,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규제하고 구속할려고만 하지말고, 

여성가족부의 목소리와 의지를 담은 게임하나 만들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것을 청소년들에게 평가하게 하고 결과를 롤모델 삼는다면 게임업계에서도 청소년 게임에 대한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요?

여성가족부에서 그렇게 관심을 두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혜택을 주고, 평가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대신, 그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말이지요!



P.S : 예전에 썼었던 '셧다운제'에 대한 글 들입니다. 

        이번 제정안과 조합해서 생각해보시면 어른들의 '명분'에 구속되어가는 청소년과 

        엄하게 '철퇴'맞는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에 작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