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은 한편의 영화로 참 많은 말들을 하게 만들어 주네요.
이미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2개나 썼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해보게 되는군요.
디자인을 하는 친구와 잠시 이야기중에 새로운 관점을 알려주더군요.
역시, 사람은 아는만큼 보이나 봅니다. ㅠ_ㅠ
미장아빔(mise en abyme)은 무엇인가?
우선, '미장아빔'은 '심연으로 밀어넣기'라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중첩되는 심상을 이용해 인식의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죠.
쉽게 생각해서 소설안에 또다른 소설이 존재하거나
이미지 안에 또다른 이미지가 존재하고 그것들이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Las Meninas, by Diego Velázquez>
일단 위의 그림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그냥 보면 평범한 그림 같지만,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림 속에서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게 왜 미장아빔이 되는 것일까요?
만약 저 그림 속에서 화가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겠습니까?
제가 학생일 때, 만났던 작품이기도 하고 가장 직관적으로 미장아빔을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
이렇듯 미장아빔은 반복되는 심상들이 점점 중첩되어 인식을 마비시키고 심연으로 밀어넣어 버리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경험해볼 수 있는 미장아빔은 2장의 거울을 마주하는 것이죠~
거울 2장... 여기서 무엇인가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시죠?
인셉션, 영화를 꿰뚫는 미장아빔
바로, 미장 아빔(mise en abyme)이 '인셉션'의 전체를 꿰뚫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죠.
꿈이 중첩되고 그것들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게 되는 '인셉션' 자체가 미장아빔으로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현실 -> 꿈 -> 꿈 -> 꿈 -> 림보'등으로 그려지는 모습도 그 반복되는 인식들 속에서 미장아빔으로 작용하여
'인셉션'을 우리 인식을 심연으로 몰고가게 되는 것이죠. ^^
놀란 감독은 이러한 메세지를 영화 속에 한번 숨겨놓기도 했었죠?
바로 아드리아네가 처음으로 꿈을 설계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코브가 아드리아네에게 꿈을 설계할 때는 기억을 사용하지 말라며 화를 내는 장면에서 말입니다.
그 장면에서 솔직히 저는 조금 갸웃? 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왜 거울 2장과 그것을 깨드리며 코브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을까요?
코브가 아드리아네에게 기억을 사용하면 무의식이 경계를 하고 위험해진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의시(현실)과 무의식(꿈)을 혼동해서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때 아드리아네가 사용한 것이 거울을 2장 겹치고 그것을 깨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을 미장아빔과 연결해서 해석해보면, '중첩되는 의식들을 임의로 만든 다음 그것을 깨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이 속해있는 미장아빔 속에서 벗어나 자신이 속해있는 곳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자신의 의식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코브는 현실같은 꿈들의 중첩 구조를 미장아빔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깨어버림으로써,
자신의 의식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아드리아네의 모습을 보며 놀란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작용은 '토템'이 상징해주기도 합니다.
현실과 꿈의 구분이 되는 상징으로 사용되는 '토템'도 이러한 미장아빔의 구조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인 것이죠.
놀란 감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미장아빔에 포함시켜 버림으로써, 인셉션 영화전체를 미장아빔으로 만들어버린 것 입니다.
생각을 할수록 더욱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인셉션은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생각의 단초들을 주고, 생각해볼수로 여러가지 맛과 새로운 즐거움을 전달해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일지 아닐지는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죠.. ^^;;
저도 심리학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2가지 접근과 분석을 해봤었습니다.
하나는 영화전체가 가지는 의미였고, 또다른 하나는 영화내의 요소들에 대한 분석이었죠.
인셉션, 알고보면 더 재밌는 몇가지!이 글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았었던, 책(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나 영화들로의 접근,
그리고 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심리학을 중심으로 정리를 했었는데, 많은 분들의 리플로
신화(아드리아네)나 장자, 라캉등으로 더 많은 접근들도 알려주었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도 가능하더군요. ^^
인셉션, 놀란 감독이 시도하는 세계를 향한 '인셉션'제가 처음으로 썼던 글에서 놀란 감독이 세계를 향해 inception을 걸고 있다는 내용으로 심리학적으로 접근을 해봤으는데,
이번에 '미장아빔'기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접근해보니 더욱 쉽게 정리가 되는군요. ^^
물론, 가까운 지인들과 이야기만 나누어봐도 수많은 가설과 가능성들이 존재하더군요~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도 엿보며, 그 가능성과 논리적 사유를 공유하는 것도 좋더군요!
더운 여름에 뇌수까지 뜨겁게하면 지칠법도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더 고요하니 즐거워지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