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5구의 여인'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읽었던 '빅픽처'의 영향이었고,
더글라스 케네디가 만들어내는 호흡이 마음에 들어서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찾게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나서 기억에 남는 말은 쿠타르 형사가 주인공인 해리에게 해주는 대사로 요약될 것 같다.
"선생은 귀신에 씌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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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흥미는 살아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빅픽처도 그랬지만,
'파리 5구의 여인'도 독특한 호흡과 흐름으로 읽는 동안 책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보면 큰 흐름과 상관도 없는 디테일이 방해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읽혀지는 힘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인 하루키의 묘사적인 디테일과는 또 조금 다르지만, 호흡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재와 소재들이 만들어내는 플롯이 흥미를 더한다.
소설과 픽션이라는게 독특한 상황이 되어야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겠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상황과 소재는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들이다.
'파리 5구의 여인'도 사실은 귀신이라는 소재지만, 반전을 두고 로맨스와 스릴러를 섞어 흥미를 점층시키고,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플롯을 가져간다.
낭만의 파리가 아니라 이면의 파리를 그리고 있다.
파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낭만'이다.
문화가 살아있고 낭만이 넘치는 도시로 이미지가 잡혀있기 쉽다.
하지만, '파리 5구의 여인'은 그런 낭만적인 파리가 배경이 아니다.
물론, 상류층의 삶을 살롱을 통해 살짝 내비추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외지인들이 군집한 구역이나 어두운 이면을 그리고 있다.
영화 '13구역'의 배경이 슬며시 떠오르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그리고 더글라스의 소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프랑스의 모습을 배경으로 흥미로는 소재를 엮어나가고 그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미국인 해리로, 이방인이다.
소설중에도 나오지만, 미국인에게 가진 파리 사람들의 '관광객'의 선입견과 주인공 해리도 낭만이 아니라 바닥의 삶으로 파리를 그리고 있다.
실제로 파리에 대한 모습을 알지 못하지만, '파리 5구의 여인'을 통해 파리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할 것 같다.
'파리 5구의 여인'은 결코 파리의 낭만을 그려내는 소설도 아니고 연인 사이의 로맨스를 풀어내는 이야기도 아닌 것이다.
뒷심이 아주 조금 아쉬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호흡도 좋고, 소재도 좋다.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에서 아쉬운 점이 반복 되었다.
이야기들의 개연성이 조금 떨어져서 필연이라기 보다는 우연이라는 느낌의 진행이 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컷 긴장하고 집중하는 타이밍에 핵심이 되는 사건이 일찍 풀어진다.
어찌보면 더글라스의 쉽게 집중되는 호흡의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결론이 보여버린 중후반부터는 퍼즐을 맞추는 재미보다는 단순한 엔딩의 해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전에 읽었던 '빅픽처' 역시 우연과 핵심 사건의 전개가 조금 이른 감이 있어서 느껴지는 감동이 조금 줄어들어 버렸는데,
'파리 5구의 여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빠른 호흡으로 부담없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문득, 최근에 본 '미드나잇 인 파리'가 스쳐지나간다.
비슷한 '귀신(?)'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다르게 파리를 그려낼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