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크리스마스라고 거리에는 캐롤도 흐르고,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에서는 솔로대첩도 있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도 크리스마스의 행사(?)로 영화를 선택했고, 친구와 무엇을 볼까? 고민을 시작했었죠.
'호빗'과 '레미제라블'이 떠올랐고, 어느 것을 보았어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친구와 저의 취향이 조금 더 판타지했던지라 '호빗'을 보게 되었고, 러닝타임 170분 내도록 어린아이마냥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쳐다보게 되었네요! ^^
반지의 제왕을 기다리며 설레였던 2년 동안의 연말이 떠올랐고, 여러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들여 아이맥스로 본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호빗, 반지의 제왕을 위한 서막
호빗은 사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쓰기 전에 쓴 소설로 자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동화처럼 쓴 것이라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인 것이죠.
반지의 제왕 1편을 보던 중, 프로도와의 대화에서 빌보가 절대반지와 얽히게 되는 사연과 그 때문에 여행을 떠나게 되는 모습, 그리고 그의 여행을 프로도 몰래 기록하던 장면에서 외전의 가능성을 보기는 했었긴 합니다.
프로도가 그의 삼촌의 기록에 관심을 가지듯 저도 관심을 가졌었으니깐요.
호빗은 본격적으로 빌보 배긴즈의 모험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와의 만남에서 13인의 드워프와의 만남, 그리고 여행...
그 과정에서 자신도 알지 못하던 자신의 재능을 깨닫기도 하고 샤이어에서의 평안한 삶만이 아니라 또다른 삶에 대해 느껴가게 되는 것이죠.
반지의 제왕에서도 스치듯 보여지는 '골룸'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자세한 에피소드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글이 쓰여진 순서상으로는 '호빗'이 먼저이고, '반지의 제왕'이 17년 뒤에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통해 반지의 제왕을 만나고 매료된 사람들에게는 비어있는 기억의 틈새를 채워주는 소중한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호빗' 자체의 감동뿐만 아니라 그 기억의 퍼즐을 채우고 맞춰가는 즐거움이 상당했습니다. ^^
판타지? 아니 실제로 그 세계에 들어선 느낌!
사실, 온라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수많은 판타지를 접할 수 있고 익숙해져있는 우리에게 '호빗'의 세계관은 별다를 것이 없거나 오히려 invisible(투명화) 능력 정도밖에 없는 절대반지의 효력은 감흥이 적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톨킨의 힘은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판타지의 세계관을 정립했기 때문이겠지요.
호빗, 드워프, 엘프, 오크, 고블린, 트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게 아니라 너무나 익숙한 이름들 아닌가요?
이들의 세계를 창조하고 디테일한 모습과 생활, 역사와 언어까지... 중간계를 창조한 그의 마술은 판타지의 상상 속에서 직접 살아가도 될 정도로 흥미로우면서 빈틈없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으로 그는 이미 톨킨의 소설을 이미화하는 것에 성공했고,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호빗'에서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른 시도들과 함께 한층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를 선물해줍니다.
HFR(하이프레임)을 이용하여 24프레임이 아니라 2배인 48프레임을 사용하여 퀄리티를 높였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술적인 면에서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좀 더 촘촘히 표현된 세계의 모습 때문에 '호빗'에 더욱 반했지만 기술의 발전이 좀 더 사실적인 묘사를 가능하게 해줬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영화시작 10분만에 보여주는 '에레보르'산의 모습과 스마우그의 등장 등에서 이미 '호빗'의 세계에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고,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들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크린이 아닌 '호빗'의 세계로 초대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누군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게 말이지요.
반지의 제왕에서는 전체적으로 조금 어두운 느낌이었던 곳들도 아직은 평화로운 60년전의 모습으로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샤이어, 리벤델... 하지만, 그보다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소품들이었습니다. 물론, 반지의 제왕에서도 분명히 눈에 띄였던 부분이지만, '호빗'에서는 더욱 눈에 띄더군요.
또하나, '호빗'에서 집중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반지의 제왕을 통해서 알고 있는 간달프를 제외하더라도, 빌보와 13명의 드워프들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난쟁이'로 불리던가요? 소린부터 킬리, 필리, 글로인... 13명은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캐릭터를 살린 무기와 싸움법이 다릅니다. 이들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쫓으며 또다시 등장하는 여러 종족과 캐릭터의 새로운 일면들을 알아가다보면 그들 사이에서 얽히게 되는 큰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이지요.
최근에 가끔씩 디아블로3를 즐기고 있어서 그런지, 저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이 하나하나 눈에 더욱 걸렸는데, 영화 속에서도 독특한 재미요소로 등장합니다. 곤봉으로 휠윈드(빙빙 돌리기)를 한다거나 새총으로 딱밤을 날리는 모습까지;;;
<오크왕 아조그와의 일전에서 소린의 팔목에는 참나무방패(?)가 있었죠!>
영화의 부제는 'An Unexpected Journey(뜻밖의 여정)'으로 잡혔지만, 저는 왠지 '드워프 원정대'나 '드래곤 원정대'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
원작자가 같아서 그런지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느낌은 비슷합니다.
샤이어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빌보가 갑자기 나타난 간달프에 의해서 운명적인 모험을 떠나게 된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입이 떡떡 벌어질 상황들을 헤쳐나가며 자신을 깨닫기도 하고 점점 성장하게 된다?
여행을 방해하는 무리들에게 쫓기며 목적지를 향해 간다?
반지의 제왕도 비슷한 플롯이 아니었던가요? ^^
물론, 극적인 위험의 순간에는 그것을 지혜롭게 풀어주는 조력자인 간달프도 등장하잖아요? ~_~
(대마법사라면서 매번 빛으로 장난만 치고;;; 오히려 검술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ㅅ-;;;;)
플롯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서도 상당히 비슷한 부분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리와 레골라스의 모습도 스쳐가서 참으로 반갑더군요.
김리의 아빠인 글로인과 원정대의 대장인 소린이 가장 많이 불러주는(?) 필리와 킬리중 킬리입니다.
빨간털(?)과 수염의 모양... 왠지 모르게 익숙하더니 김리의 아빠인 글로인이더군요!
그리고 필리는 극중 유일하게 활을 다룹니다.
원정대의 구성원중 민첩형 캐릭터로 멋지게 활을 다루던 레골라스가 스쳐가지 않으시나요?
연합군(?)으로 구성되어 좀 더 복잡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반지의 제왕보다 전체적인 흐름은 조금 더 심플하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원정대의 15인의 개성을 좀 더 보여주고 캐릭터를 살려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군요. 반지의 제왕 때보다, 이야기의 배경설명이나 판타지의 세계관을 좀 더 이해하기 쉽다는 느낌이랄까요? ^^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상당히 많이 닮아있습니다.
마을 -> 필드 -> 던젼 -> 마을 -> 필드......
이야기의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며 그 사이에서 스토리와 인물들을 묘사해주기도 하고, 새로운 흥미나 복선등을 깔아두기도 합니다. 쉴 틈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플로우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반지의 제왕과 참 많이 닮아있어서 광활한 산맥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어? 여기서 1편이 끝나는거야?'라는 생각까지 해버렸습니다. ^^;; 다행히 이야기는 좀 더 진행이 되더군요!!!
절대반지를 없애 세상을 구해야한다는 더 큰 명분과 스케일이 아니더라도,
용과 맞서 싸워야하는 드워프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판타지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2편이 기다려지니... 앞으로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까요? ^^;;
멋진 영상과 사운드... 하지만, 번역은 아쉽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딱 2가지가 계속 거슬렸습니다.
첫번째는 3D를 위한 안경이었고... -ㅅ-;;;
두번째는 번역이었습니다.
제가 영어가 원체 유창해서 원어민 수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의 저 드워프들이 '난장이'로 번역되어 나올 때마다 거슬리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예전으로 잠시 돌아가보면 '반지의 제왕'때도 비슷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고블린, 오크, 트롤... 어느 순간에 구분이 사라지고 '괴물'로 번역되어 나오던 것이 기억이 나는군요.
'반지의 제왕'에서는 고블린, 오크 등이 군대를 형성하고 뒤섞여 있었고 급박한 전투씬등에서 주로 '괴물'로 나오기는 했지만, 분명히 다른 종족을 지칭하는 부분에서 '괴물'로 묶여버려서 답답하기도 했고, 원작의 세계관을 조금 놓치게 만드는 부분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행히(?) '호빗'에서는 고블린과 오크, 트롤이 정확히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스토리상 오크와 고블린, 트롤의 에피소드가 나눠져 있었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번역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을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작 '호빗'에서 중심축이 되는 드워프(Dwarf)들을 '난쟁이'로 번역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엘프(Elf)들은 '요정'으로 나오죠... 물론, 쉽게 이해를 하기 위해 의역을 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영화 감상을 위해 조금은 방해가 된 것은 아닐까요?
<이봐, 스미스요원! 당신은 그냥 '요정'이 되어버린거라구!>
톨킨은 판타지를 쓰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중간계'에는 여러 '종족'이 살면서 각자의 개성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드워프는 난장이보다는 드워프로 받아들이고, 엘프는 엘프로 받아 들이고 영화를 대하는게 좀 더 몰입하고 '호빗'의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The Great Road'를 '큰 길'로 번역한 부분도 조금은 어색하긴 했습니다만;;; 쿨럭;;;)
제가 왜 시시콜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게 되냐면, 피터 잭슨 사단에서 촘촘히 찾아서 채워준 원작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입니다.
드워프의 손재주와 특성을 잘 설명해주는 에레보르산의 모습, 엘프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벤델, 오크의 본거지와 고블린의 본거지 등은 각 종족의 특성을 잘 살려서 표현되고 있으며, 일부러 간달프나 다른 드워프의 입을 통해서 특징들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1편은 이야기의 서막이며, 세계관을 이해시키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이해관계등을 보여주면서 더 크고 복잡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여기서 '난장이', '요정' 등으로 이해를 해버리면 이후에도 그냥 '난장이'와 '요정'일 뿐입니다. 다른 동화등에서 나오는 Fairy등과 혼동이 되고 고유의 특징들을 혼동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네크로멘서가 '강림술사'로 번역된 것도 아시죠? ^^;;)
이런 문제는 빌보가 골룸을 만났을 때에 잠깐 스쳐지나갑니다.
빌보가 가지고 다니는 칼은 엘프가 만들었기 때문에 오크, 고블린, 트롤 등이 주위에 있으면 푸른 빛을 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골룸에게서는 푸른 빛이 나지 않습니다. 고블린의 본거지에 살고 있고 모습도 어느 종족이라기보다 고블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괴물'로 똑같이 번역을 한다면 칼이 빛나야 하겠지요?
하지만, 골룸은 스미골이라는 '호빗'이었으니 칼이 반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뜻밖의 여정'에서는 아주 크게 거슬리거나 내용의 흐름에 방해가 될 정도의 차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거슬리는 정도? -ㅅ-;;;
하지만, 그냥 종족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던가, 난장이(드워프), 요정(엘프), 강림술사(네크로멘서) 등으로 한번쯤은 명시해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건 제가 오덕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ㅠ_ㅠ
또한번의 기다림...
'반지의 제왕'이 상영되던 시기에는 매년 12월이 기다려졌습니다.
행복했던 3년으로 기억되는군요. 그 설레임과 기다림... 그리웠습니다.
피터 잭슨은 또한번 그런 설레임을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비록 원작의 순서와는 다르지만, 비워져 있었고 궁금해하던 부분을 멋지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 에레보르 산을 향해가는 13명의 드워프들과 간달프, 그리고 빌보의 모험을 기대하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
*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daum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daum 영화'가 잘 정리해뒀습니다. ^^
* 가능하면 후회없이 아이맥스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