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541 콜렉트콜 해지해야 하는 이유, 콜렉트콜의 불편한 진실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질문을 하나 던져보려고 한다.

 

"본인이 1541에 가입된 사실을 아십니까?"

 

군대에 있던 20년 전에 한두번 써보고 쓰지 않던 기능이다. 그런데 이 기능 때문에 꽤나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 과정에서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541는 기본이 가입된 상태다. 가입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몰라도 1541 콜렉트콜을 본인이 해지를 하지 않는 이상 일방적으로 콜렉트콜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연하게 기본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을 쓰면서부터 주변의 지인들에게 1541 콜렉트콜을 빨리 해지하라고 권하고 있다.

왜?

 

1541 콜렉트콜, 나쁜 짓에 이용하기 좋은(?) KT 시스템?

지난 일요일 오후 054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054라면 대구 근교일 수도 있어서 일단 전화를 받았다.

 

"콜렉트콜 전화 어쩌고 어쩌고..."

"야이~ 견C足NOM아"

 

경상도라 그런지 상당히 찰진 욕설이 들려왔다. 응?

연결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끊겨 버렸다.

번호가 남겨져 있으니 다시 전화를 해보니 수신이 되지 않는 번호라고 안내한다. 공중전화쯤 되겠구나? 군바리가 번호 실수했나? 음...

 

그냥 넘어가려다가 이거 뭔가 아무것도 못하고 무방비로 욕을 먹은 기분이다.

내가 왜?

그래서 100번에 전화를 건다. 지니 AI 어쩌고... 아... 속에 천불난다. 그냥 ARS로 번호로 좀 해주지.

역시나 일요일이라 진행이 어렵다.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욕을 먹고 기분 더러워진 일요일을 보내게 된다.

 

월요일이 되어 KT 고객만족팀에 전화를 건다.

(그 놈의 지니 AI 어쩌고... KT 임원분들 밑에 사람 시키지 말고 본인이 100번으로 일처리 해봐라 당장 뜯어 고칠거다)

 

1. 상황 설명을 한다.

2. 전화 번호를 추적한다.

3. 콜렉트콜 수신용 메세지를 확보한다.

 

간단한 목적으로 요약된다. 난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KT 던전에서 불필요한 레벨업을 진행하게 된다. 미리 알고 있다. 그래도 그 던전은 언제나 깊고 어둡다.

 

첫번째 상담사는 1541 담당이 아니라고 해당 담당자로 연결을 해준다.

그렇다면 이제 1541 담당 상담자다.

 

1~3번의 목적을 다시 설명한다.

본인이 확인이 어렵다느니 확인을 더 해봐야 한다는 말을 한다.

본인이 해결하지 못할거면 상위자나 책임자 등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확인해본다고 기다리란다. 기다린다. 또다시 공중전화 같다는 소리나 메세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소리 등을 한다.

여기서 다시 명확하게 질문을 한다.

 

3-1. 콜렉트콜을 위한 초반 메세지는 녹음이 되는게 그게 보존이 되지 않는단 말인가? 개인이라서 공개가 안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해서 진행하면 녹음본을 구할 수 있는가?

 

여전히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고 계속 얼버무리고 시간만 끌고 있다.

나는 재차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위치를 아는 것도 그렇고 메세지에 대한 보존 여부도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다시 책임자를 바꿔달라고 요청한다.

 

계속해서 딴소리를 하길래 정색한다.

"내가 책임자 바꿔달라는 요청을 어렵게 말하고 있는거냐? 아니면 내가 요청을 하는걸로 안 들리는거냐? 세번째 바꿔달라고 말해도 내말은 왜 무시하고 다른 얘기만 하느냐? 바꿔달라. 이제 명확히 전달이 되느냐?"

 

그제서야 알겠다고 전화를 받을 수 있게 요청하겠다고 한다.

조금 늦은 오후였기 때문에 빠르게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다. 오늘이 안될수도 있고 이런 대답이 역시나 돌아온다. 오늘 중으로 어떻게든 진행 상황은 연락 달라고 요청해둔다. 또 다른 소리 할까봐 명확하게 다시 요청을 정리해준다.

그제서야 이 상담사는 "1541 해지해 드릴까요?"라고 한다. 요청한 내용은 1도 제대로 처리 못하면서 자기 업무 기록 때문인까? 이 타이밍에 저 질문이 나올게 아닌데......

 

일과(KT 비즈니스 타임)가 끝나가는 무렵에 100번으로 전화가 온다.

과장님이라는 분이 메세지를 전달 받은 내용을 확인하고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위의 번호는 남성주 휴게소의 공중전화라고 한다.

응. 당연하지 sender가 있고 중계자가 있고 receiver가 있다. sender의 기록이 남지 않을리가 없다.

(그런데 말이다. 1541 부서 담당자였던 상담사는 왜 추적이 안된다고 그랬을까? 되잖아?)

이제 2번 질문에 대한 답은 확보했다.

3번 질문, 수신 메세지 내용 확보가 남았다.

 

이번에 전화를 걸어준 과장님은 메세지를 보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3-1의 질문을 다시 확인한다.

역시나 1541 담당자에게서 올라온 메세지에 경찰이나 다른 협조에 의한 확보 내용은 빠져있다.

과장님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이 내용은 유관부서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업무 시간이 다 되가서 오늘 중으로는 처리가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응~ 예상은 하고 있었어. 당연히 내일 하겠지?)

조금 늦은 오후에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해서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런데 말이다. 분명히 처음 질문할 때 상세 내용을 알았다면 질문에 대한 확인을 한번에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충 전달하고 대충 마무리하면 되는거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아니 24시간이 지났다.

늦은 오후(4시 20분)에 전화가 왔다. 마침 통화중이라 놓쳤다.

5시 20분까지 기다려도 다시 전화가 오지 않는다. 내가 걸어서 통화가 됐다.

전화 할려고 했단다. (응? 난 1시간 더 기다려줬는데?)

유관부서에 확인해보니 콜렉트콜 연결을 위해 녹음되는 메세지는 보존이 되지 않아 구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다시한번 확인한다. 메세지는 절대 보존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뭔가 메세지를 전달해도 기록이 남지 않겠네? 그렇다고 한다.

 

질문에 대한 상세 대답으로는 미묘할 수도 있지만, 메세지가 보존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답변을 받았다.

 

자 그럼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내가 이 글을 시작하며 질문한 내용이 무엇인가?

당신은 1541에 가입한 적이 있나? 기억도 없다. 알지도 못한다. 그래도 누군가가 1541를 이용해서 욕설이나 음란한 짓을 해도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다. 콜렉트콜 안내가 나오는 2~3초 사이에 끊는다. 등으로 보호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처럼 한번은 무방비로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내용을 확인해준 KT 과장님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렇다면 1541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한테 협박이나 나쁜 짓을 해도 KT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과장님은 문자로도 정리해주면서 KT는 보존하지 않는다로 다시 확인해줬다. 본인이 폰으로 항상 녹음하지 않는다면 기록도 남지않는 일방적인 폭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다.

사실 독하게 마음 먹고 찾을려면 휴게소의 CCTV 등을 추적해 잡을 수도 있을거다. 그런데 말이다. 이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CCTV도 없는 으슥한 공중전화를 돌아가며 이용한다면 나쁜 일로 이용하기 딱좋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 만약 유괴범이라면 협박하고 1541 끊으면 해를 가하겠다 그러면 꼬리 잡히지 않는 좋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 (응? 나 나쁜 놈인가?)

 

칼로 범죄가 일어난다면 칼을 만드는 사람이 죄인가? 라는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KT는 플랫폼으로 서비스만 제공할 뿐이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나쁘다라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말이다. KT는 1541라는 서비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걸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선택하게 하는게 아니라 KT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기본으로 설정해두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군대 다니던 시절에도 솔직히 공중전화 카드로 전화했다. 이게 굳이 필요한 서비스인가?

위급한 상황을 상정하거나 폰을 소지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가끔 필요할 수도 있는 서비스다. 그렇다면 이걸 원하는 사람이 가입을 하는 구조로 바꾸는게 맞지 않을까?

 

그리고 KT는 콜렉트콜 안내 멘트 이후 선택권을 주면 되지 않을까?

콜렉트콜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지. 메세지를 일방적으로 듣고 선택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편의라는 측면이라고 하기에는 KT가 무심하고 무책임하게 서비스를 만들어두고 있다는 생각이 앞선다.

어차피 녹음되는 멘트인데 의무적으로 하루나 며칠 정도의 시간동안 보존하면 안될까? 비용을 떠나 책임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내가 왜 엄하게 욕으로 테러를 당하고 1541를 내가 왜 해지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KT를 해지를 하는걸로 나를 지키라는 식이다. 그렇게 몇몇만 입 닫고 넘기면 자기들은 바뀌지 않고 그냥 그대로 눈 먼 이익을 그대로 챙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번에 겪은 일처럼 황당한 일들은 당하는 사람의 몫이니 말이다.

 

사실 1541가 유지 되려면 KT의 다른 요금에서 나눠서 부과되고 있을건데 굳이 이걸 부담하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도 해본다. 가입자를 받아 사용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신자의 입장을 좀 더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KT가 안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의미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1541 콜렉트콜은 가능하면 해지해두길 권한다.